“영양제요? 저는 좀 과한 스타일이고요, 정아는 또 잘 안 챙겨먹어요.” 박정아와 배유나의 호흡은 코트 위에서만 잘 맞는 것이 아니었다. 코트 밖에서 영양을 보충할 때마저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박정아와 배유나는 한국도로공사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코트 위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한국도로공사의 공격을 이끈다. 두 선수의 호흡은 경기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배똘과정삼’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두 선수는 코트 위에서도, 코트 밖에서도 끈끈한 친분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날 인터뷰를 통해 두 선수의 찰떡궁합이 뜻밖의 영역에서도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정아와 배유나는 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나란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박정아는 팀 내 최다인 22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고, 배유나는 블로킹 4개 포함 15점으로 든든히 뒤를 받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도로공사는 세트스코어 3-1(21-25, 25-21, 25-12, 25-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는 먼저 승리 소감을 전했다. 박정아는 “연패 중이기도 했고, 흥국생명을 한 번도 못 이겼기 때문에 선수들과 더 즐겁게 잘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잘 해내서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배유나는 “4연패 중이었고, 이번 경기도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1세트 흐름이 좋지 않았지만 2세트부터 흐름을 되찾고 상대보다 좋은 공격력과 적은 범실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경기 전까지 4연패에 빠져 있었다. 두 선수에게 연패가 길어진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배유나는 “그간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컨디션이 다들 떨어져 있었다. 특히 수비나 리시브는 좋았지만 공격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걸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경기에서 박정아가 큰 공격을 잘 해줬고, 서로가 잘 도와가며 이길 수 있었다”고 연패 시기를 돌아봤다. 이어서 박정아 역시 “공이 잘 올라왔든, 못 올라왔든 공격수들이 득점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연패가 길어졌던 것이다”라며 겸허하게 연패의 원인을 밝혔다.
최근 배유나는 리시브에 가담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전위에 짧게 떨어지는 서브를 받는 장면은 이번 경기를 포함해 최근 자주 보였다. 배유나는 “우리 팀의 특성 상 후위 선수들의 리시브 범위가 넓다. 그래서 다른 팀들이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길고 짧은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려고 하는데, 그걸 커버하기 위해 전위에서 리시브에 적극 가담하려고 한다”고 리시브 가담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박정아는 언제나 그렇듯 어떤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보여줬다. 공격에서의 책임감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나한테 우리 팀이 달려 있는 건 아니다. 별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1점에서 때리는 공격이나, 24점에서 때리는 공격이나 똑같다”는 우직한 대답을, 김종민 감독이 언급한 체력적 부담에 대한 질문에는 “감독님이 쉬게 해주시면 쉬겠다(웃음). 체력이 떨어졌다고 하시면서 운동을 더 시키시진 않을 것 아닌가(웃음)? 잘 먹고, 잘 자고, (배)유나 언니 따라다니면서 영양제 잘 챙겨먹고 하겠다”는 익살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이후 배유나는 “(박)정아는 또 잘 안 챙겨 먹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가 쫓아다니면서 챙겨 먹인다”며 박정아를 챙겨주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배똘과정삼’의 환상의 호흡은 영양 보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 한국도로공사의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3경기다. 두 선수가 원하는 바는 비슷했다. 두 선수 모두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붇길 원했다. 배유나는 “이제 세 경기 남았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회복 잘 하겠다. 이기는 경기를 해보겠다”는 각오를 들려줬다. 이어서 박정아도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다. 후회 없는 경기, 후회 없는 시즌을 치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과연 배유나와 박정아가 맞이하게 될 2022-2023 시즌의 결말은 어떤 결말일까. 팬들은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_김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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