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시간이 있기에, 잘 알고 있다” 친정팀을 울린 비예나와 황승빈의 ‘빅 데이터’

의정부/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1-10 0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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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예나와 황승빈이 친정팀을 울렸다. 그 비결은 이전부터 착실히 쌓아온 친정팀에 대한 데이터였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 황승빈은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의 키 플레이어들이었다. 비예나는 공격수 풀이 그리 풍족하지 않은 KB손해보험에서 공격적으로 맡아줘야 할 역할이 컸고,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황승빈은 또 한 번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야전 사령관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시즌 중반까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코트 위에서 각자의 몫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간의 호흡도 들쑥날쑥했고 팀의 성적도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9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두 선수는 모처럼 각자의 역할은 물론 서로를 돕는 플레이까지 깔끔하게 해내며 동반 맹활약을 펼쳤다. 비예나는 63.64%의 공격 성공률로 30점을 터뜨렸고, 황승빈은 군더더기 없는 경기 운영과 효과적인 서브를 선보였다. 두 선수의 동반 활약 속에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5-14, 29-27, 14-25, 22-25)로 꺾고 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에는 비예나가 먼저 방문했다. “경기 초반 우리 팀의 블록이 좋았다. 반면 상대는 초반부터 조금 불편해보였다. 그런 분위기를 우리가 계속 이어가며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본 비예나는 “나 혼자의 힘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매 경기 팀원들의 중요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팀원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고, 이번 경기처럼 팀원들이 잘해준다면 나는 물론 황승빈도 편할 것”이라며 동료들의 지원사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비예나는 경기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들려줬다. 먼저 곽승석 대신 정지석-정한용 조합을 전위에서 맞상대해야 했던 것에 대해 비예나는 “정지석-정한용의 경우 공격 기술이 좋아서 내가 블록을 뜰 때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힘들었다. 다만 정지석은 오늘(9일) 원래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고, 정한용의 경우 내가 전위에서 맞상대일 때 한선수가 정한용 쪽으로 패스를 잘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붙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두 선수와의 맞대결을 복기했다. 자신의 공격 상황에 대해서는 “곽승석이랑 맞붙을 때는 아무래도 높이가 높지 않다보니 직선을 때릴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되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비예나는 4세트 22-20에서 찬스 볼을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던 상황에서 정지석의 블록을 역이용해 득점을 만든 플레이도 복기했다. 그는 “그 부분은 정지석의 실수였던 것 같다. 내가 점프를 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블록을 안 떴다면 찬스 볼을 통한 반격이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정지석이 블록을 떴고, 그걸 역이용해서 아웃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플레이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비예나와의 인터뷰가 이어지던 도중 정비를 마친 황승빈도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먼저 눈 상태에 대해 “많이 좋아졌다. 불편함을 느끼는 건 없다. 다만 병원에서는 아직 공에 맞는 상황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긴 했다”고 밝힌 황승빈은 “눈에 공을 맞을까봐 해야 할 플레이를 못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도 블록 도중에 이마에 공을 맞는 상황이 나왔는데, 그럴 때는 살짝 겁이 나긴 한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눈 부상으로 인해 황승빈이 자리를 비운 동안 KB손해보험의 연패는 계속됐다. 신승훈과 박현빈이 그의 공백을 메워보려 노력했지만 연패 탈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황승빈은 “눈 부상으로 숙소에서 경기를 봤는데, 이번 시즌에 TV로 우리 팀의 경기를 본 건 처음이었다. 경기를 뛸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시 코트에 들어가면 선수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백기에도 팀을 생각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이날 황승빈은 1세트 초반부에 의도적으로 비예나를 배제하는 듯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홍상혁과 김홍정이 이에 화답하면서 황승빈의 변칙 운영은 효과를 봤다. 그는 “비예나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운영을 항상 하고 싶다. 이번 경기 초반 운영도 그간 이를 목표로 그려왔던 그림 중 하나였다. 이번 경기에서는 다른 공격수들이 득점을 꾸준히 만들어주면서 내 운영도 편안해졌다”며 1세트의 분배가 실제로 의도된 부분이었음을 밝혔다.

이후 두 선수는 상대 팀 대한항공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먼저 비예나는 “대한항공은 나의 친정팀이기 때문에, 팀은 물론 선수들 개개인의 특징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 경기를 치를 때 필요한 부분을 조율한다”고 밝혔다. 이후 황승빈 역시 “대한항공전은 부담 없이, 편하게 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 알고 있는 것이 가장 크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선수들이다보니 많은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고, 이는 큰 도움이 된다”며 친정팀을 상대하는 것의 이점을 소개했다.


이제 KB손해보험과 두 선수에게 남은 4라운드 맞상대는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이다. KB손해보험이 이번 시즌에 한 번씩 꺾어본 경험이 있는 상대들이다. 황승빈은 “지난 라운드에 2승을 했으니, 4라운드는 3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물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좋은 과정을 만드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이어서 비예나 역시 “지금 같은 어려운 순간에는 자잘한 범실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우리가 앞서가고 있을 때는 조금 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잃을 것이 없는 순위에 있다. 상대보다도 우리 스스로를 열심히 분석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를 파악하고 의논하다 보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쉽지 않은 팀이라는 걸 보여줄 때”라며 팀에 필요한 플레이를 짚음과 동시에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때로는 흔들릴 때도, 혹은 자리를 비울 때도 있지만 두 선수는 시즌 시작 전이나 지금이나 KB손해보험의 핵심이다. 팀의 핵심 황승빈과 비예나가 4라운드의 남은 두 경기에서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 기대된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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