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2021-2022시즌 종료 후 장병철 감독과 재계약이 아닌 권영민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선수 시절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명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권영민 감독은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을 거쳐 2018년 한국전력에서 은퇴했다. 은퇴 후 곧바로 한국전력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약 4년간 김철수, 장병철 감독의 곁을 지켰다. 이제 자신이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한국전력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고자 하는 권영민 감독을 의왕에 위치한 한국전력 연습체육관에서 그를 만나고 왔다.
“김호철, 강성형 감독님과 함께 하니
느낌이 남다릅니다”
Q. 한국전력에서 은퇴를 하고 세터 코치, 수석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왔어요.
한국전력에서 은퇴를 했고 코치, 수석코치, 감독을 다 했잖아요. 정말 운이 좋죠. 여기서 제가 열심히 했기에 ‘좋게 봐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감독직을 처음 제의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지도자를 처음 시작하면서 어느 팀이든 상관없이 감독이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 꿈을 이뤘다는 거에 기뻤죠. 그러나 걱정도 컸어요. 어떻게 팀을 꾸려갈까 생각도 많았고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기에 성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Q. 예전에 모셨던 김호철 감독님, 강성형 감독님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부분에서도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정말 그게 맞는 말이죠. 김호철 선생님은 제가 23살 때 처음 지도를 받았어요. 제 결혼은 물론이고 우리 아내, 애들도 다 보셨잖아요. 강성형 감독님은 제가 처음 현대에 입단했을 때 베테랑 형님이셨어요. 처음에는 형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코치님, 지금은 감독님이라 부르죠(웃음).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해서 그런지 남다르네요.
Q. 과거의 코치 시절, 그리고 지금 감독으로서 가장 차이가 크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게 차이는 분명 있죠. 코치 때는 선수들만 관리하면 됐다면 감독은 모든 일에 책임감이 따라요. 팀 선수들 한 명, 한 명 다 챙겨야하죠. 물론 코트에 다 내보내고 싶은데 여건상 힘들잖아요. 그래서 경기 뛰는 선수들보다 경기 못 뛰는 선수들을 생각하려 해요. 그리고 코치 때는 감독의 지시나 방향을 따라가야 했다면, 이제는 저의 방향대로 모든 걸 다 해야 해요. 제가 하고 싶은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바뀐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배구를 한 번 다 해보고 싶어요.
“우리 팀 가능성 있습니다”
“광국이와 동일이, 믿습니다”
Q. 지금까지 경험한 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나요.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고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선수들과 상견례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훈련할 때는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 외 부분에서는 모두 자율을 주겠다'라고 했어요.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모든 훈련을 잘 따라주고 있어요. 그리고 리더로서 선수들이 힘들 때 도와주고, 정신이 해이해졌을 때 일부로라도 화를 내서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고 싶어요. 무모할 정도로 훈련을 시키겠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Q. 한국전력에서 은퇴를 하고 지도자 생활도 시작을 했고, 감독 커리어도 쌓기 시작했습니다. 감독님에게 한국전력은 어떤 팀인가요.
선수 시절 마지막을 함께한 팀이기에 애정이 가죠. 여기서 은퇴를 하고, 코치로서 지도자 첫 발을 내디뎠고 또 감독이 됐어요. 고마운 팀이죠. 그리고 저를 도와준 분들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목표가 있다면 한국전력 구단 역사상 첫 우승 감독이 되고 싶어요. 우리 팀 선수단 구성도 괜찮고, 충분히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결과는 모르죠. 하지만 우승으로 갈 수 있는 과정을 알고 있기에 지금 있는 선수들과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Q. 한국전력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은 우승의 맛을 모릅니다. 어떻게 전해야 할까요.
박철우, 신영석 등 베테랑 선수들은 충분히 우승의 맛을 봤잖아요. ‘운동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힘들었던 훈련을 우승 때문에 버티는 거구나’라는 마음을 알고 있어요. 베테랑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밑에 있는 선수들에게 잘 전달했고요. 선수들 모두 지금은 저의 메시지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현역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선규 前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미들블로커 코치로 영입했습니다. 영입한 이유가 있다면요.
우리 팀은 수석코치가 없어요. 포지션 별로 코치를 뒀습니다. 세분화시킨 셈이죠. 그래서 회의도 많이 합니다. 미들블로커 코치를 데려오고 싶어서 이선규 코치에게 전화를 했는데 흔쾌히 ‘형님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고마웠죠.
Q. 감독님은 현역 시절 명세터였습니다. 한국전력이 최근 세터 문제로 고민이 컸는데요. 감독님께서도 현역 시절 세터로 활약하셨기에 얼마나 힘든 포지션인지 알 것 같습니다.
(김)광국이나 (황)동일이는 풀타임으로 시즌을 뛰어본 선수들입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범실을 해도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근데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범실을 하면 ‘어, 내가 왜 범실을 하지’라는 생각에 위축이 되더라고요. 광국이나 동일이에게는 지금 ‘범실 해도 상관없으니 자신 있게 해’라고 합니다. 안 되면 연습해야죠. 나이가 들었어도 충분히 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시즌 중에는 ‘어떻게 연습을 시켰는지 모르지만 김광국과 황동일,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어요.
권영민 감독이 말하는 권영민식 배구
“최선을 다하고 팀 전원이
함께 하는 스피드배구”
Q.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은 한국전력 배구는 어떤 배구인가요.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팀 전원이 함께 하는 배구를 실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스피드배구를 좋아해요. 스피드배구가 세터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빠르게 준비해야죠. 재밌는 배구 보여주고 싶습니다.
Q.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더 준비되어야 할까요.
미안한 이야기지만 세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야죠. 나머지 포지션은 작년에도 괜찮았지만, 밑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교체 활용 폭이 넓어지기에 나을 거라 봅니다.
Q. 장기적인 계획도 그리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젊은 선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신구 조화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베테랑 선수들이 팀에 있어야 밑에 있는 선수들이 배워요. 저도 선배들을 보면서 자랐고요. 베테랑이 되면 ‘후배들이 나를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겨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배제하는 게 아니라 실력이 있으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리빌딩보다는 리모델링을 하고 싶다’라고 했는데, 감명받았어요.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잘 하게 해주고, 못 하는 부분은 제가 보완해 주고요.
Q. 감독으로서 첫 공식 경기에 나서면 어떤 느낌일까요.
처음에는 떨리겠지만 경기 시작 휘슬 불리면 선수들보다 더 소리치고 달릴 것 같아요(웃음). 제가 정말 조용한데 배구할 때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고, 목소리도 커요.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고함치고 소리 지를 것 같아요.
Q. 다가오는 시즌, 한국전력의 어떤 부분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결과가 말해주겠죠. 결과가 좋으면 다 변했다고 할 거고요. 결과가 안 좋으면 ‘작년이랑 뭐가 달라졌냐’라고 쓴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팬들이 어떤 감독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나요.
팀 성적이 좋아야 좋은 감독이 되죠. 팀 성적이 안 좋으면 좋은 감독이 될 수 없어요. 선수들과 열심히 연습하고, 마지막에 우승한 후 함께 웃고 울고 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전력의 신임 감독으로서 포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한국전력은 우승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수들 잘 관리해서 우승하고 싶어요. 개개인적으로 더 발전시켜서 한국전력 배구단 첫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게 꿈입니다. 지금 있는 선수들과 우승 타이틀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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