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과는 당연히 연패 탈출이었다.
KB손해보험이 9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5-14, 29-27, 14-25, 25-22)으로 꺾고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벗어났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홍상혁 쌍포의 맹활약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두 선수는 43점을 합작했고,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디그를 여러 차례 잡아내며 코트 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한국민도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힘을 보탰다. 세 선수 외에도 코트 위의 모든 선수들이 제몫을 충실히 해낸, 긍정적인 부분으로 가득했던 경기 내용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경기의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1세트에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채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고, 2세트에는 꾸준히 리드를 지키다가 막바지에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역전패를 당했다. 3세트에는 달라진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4세트에는 다시 1-2세트의 모습을 반복하고 말았다. 임동혁과 정한용이 각각 29점‧18점을 올렸지만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1세트 KB손해보험 25 : 14 대한항공 – KB손해보험의 일방적인 학살극
[주요 기록]
공격 성공률: KB손해보험 76.47% - 대한항공 35.71%
블로킹: KB손해보험 5개 – 대한항공 0개
KB손해보험 비예나: 6점, 공격 성공률 85.71%
황승빈이 1세트 초반 독특한 경기 운영을 시도했다. 비예나를 거의 배제하다시피 하면서 홍상혁과 김홍정, 리우 훙민을 적극 활용했다. 세 선수가 좋은 컨디션으로 공격을 이어가며 황승빈의 변칙 운영은 효과를 봤다. 근소한 우위를 가져가던 KB손해보험은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 한국민의 블로킹과 비예나의 디그 후 반격까지 터지며 10-5까지 점수 차를 벌렸고, 당황한 대한항공은 6-12에서 포지션폴트까지 저지르며 위기를 맞았다.
15-8에서 조재영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더블 스코어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진입한 KB손해보험은 초반부에 힘을 아꼈던 비예나의 맹렬한 공세 속에 계속 좋은 흐름을 탔다. 18-9에서는 홍상혁의 파이프까지 터지며 10점 차까지 리드 폭을 넓혔다. 이후 비예나는 20-12에서도 쉽지 않은 볼 두 개를 폭발적인 공격으로 연결시키며 포효했고, 22-12에서는 원 포인트 블로커로 나선 손준영과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의 앞에 서 있던 홍상혁의 연속 블로킹 득점까지 나왔다. 시종일관 대한항공을 압도한 KB손해보험은 24-14에서 김규민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1세트 완승을 거뒀다.
2세트 KB손해보험 29 : 27 대한항공 – KB손해보험이 이번에는 역전승을 보여드립니다
[주요 기록]
KB손해보험 비예나: 11점, 범실 0개
KB손해보험 홍상혁: 5점, 공격 성공률 71.43%
1세트 충격패를 당한 대한항공은 2세트 초반부터 KB손해보험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4-3에서 정지석의 블로킹과 한선수의 2단 공격, 정한용의 파이프가 연달아 터지며 4점 차 리드를 잡았다. 8-5에서는 조재영 대신 2세트 선발로 나선 김민재의 속공 득점도 나왔다. 1세트에 비해 리시브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자 임동혁을 위시한 대한항공 공격수들의 공격 성공률은 수직 상승했고, 이에 대한항공의 3~4점 리드는 10점대 초반까지 꾸준히 유지됐다. KB손해보험이 간격을 좁힌 것은 9-13에서였다. 김규민의 서브 범실 이후 한국민의 서브가 정지석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이를 비예나가 다이렉트 공격으로 연결하며 2점 차 추격을 이끌었다.
급기야 14-15에서 임동혁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KB손해보험은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18-17에서 정지석이 비예나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다시 리드를 잡았고, 20-18에서는 김민재가 비예나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3점 차를 만들었다. 그러자 KB손해보험은 리우 훙민 대신 투입된 황경민이 21-23에서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최후의 추격을 시도했고, 23-24에서 홍상혁이 어려운 반격을 성공시키며 2세트를 듀스로 끌고 갔다. 치열하게 펼쳐진 듀스 접전의 승자는 KB손해보험이었다. 28-27에서 비예나가 기술적인 연타로 반격을 마무리 지었다.
3세트 KB손해보험 14 : 25 대한항공 – 위기에서 빛난 정한용과 임동혁의 개인기
[주요 기록]
대한항공 임동혁: 18-12에서 서브 득점 3개 포함 5연속 서브
대한항공 정한용: 블로킹 2개 포함 6점, 공격 성공률 57.14%
셧아웃 패배의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은 세트 시작과 동시에 홍상혁을 집중 견제했고, 이에 홍상혁의 공격이 연속 범실이 된데 이어 정한용의 블로킹에도 걸리며 대한항공이 초반부터 리드를 잡았다. 9-4에서는 김민재의 속공과 정한용의 블로킹이 이어지며 점수 차가 7점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15-10에서 홍상혁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대한항공은 여유 있게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대한항공은 타임아웃이 끝난 직후에도 임동혁의 반격 득점이 나오며 다시 7점 차를 만들었다. KB손해보험은 11-17에서 비예나가 임동혁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추격을 시도했지만, 12-18에서 비예나가 블록을 뜨다가 네트를 건드렸고 이후에 임동혁의 3연속 서브 득점까지 나오며 오히려 점수 차는 더 커져버렸다. 23-13에서는 정지석과 정한용의 애매하게 맞아 들어간 공격 호흡이 득점이 되는 행운까지 따른 대한항공은 24-14에서 황경민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4세트 KB손해보험 25 : 22 대한항공 – KB손해보험의 연패, 이번에는 6에서 끝났다
[주요 기록]
KB손해보험 황경민: 14-13에서 다이렉트 공격-블로킹으로 연속 득점
4세트는 이날 경기에서 치러진 세트들 중 가장 치열한 초반 흐름이 전개됐다. 대한항공에서는 정한용이, KB손해보험에서는 황경민이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먼저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도착한 팀은 KB손해보험이었다. 7-6에서 비예나의 백어택이 터졌다. 이후 황승빈은 적절한 타이밍에 속공을 섞으며 경기를 풀어갔다. 8-7에서는 김홍정과, 9-9에서는 한국민과 합을 맞췄다. 반면 한선수는 컨디션이 올라온 임동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임동혁은 기대에 부응하는 공격력을 선보였다.
팽팽한 접전 양상에서 KB손해보험이 대한항공의 범실로 먼저 기회를 잡았다. 11-11에서 김규민의 서브 범실과 김민재의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왔다. 14-13에서는 비예나의 서브가 오은렬의 리시브를 흔들자 황경민이 다이렉트 공격 득점을 올렸다. 승부의 추는 이 시점에서 기울었다. 직후 황경민이 임동혁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고, 비예나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며 KB손해보험이 4점 차 리드를 잡았다. 비예나의 하이 볼 처리로 20점 고지를 밟은 KB손해보험은 정한용의 공격과 서브를 앞세운 대한항공의 막판 추격에 고전했다. 23-21에서는 임동혁에게도 반격 득점을 허용하며 그야말로 턱밑까지 쫓겼다. 그러나 비예나가 결정적인 백어택으로 24-22 매치포인트를 이끌었고, 결국 임동혁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KB손해보험이 승점 3점을 챙겼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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