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말하면 안 되지 않을까?”
염원했던 정규리그 1위에 성큼 다가선 흥국생명. 1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9-27,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제는 25승 9패, 승점 76점으로 선두는 물론 승점 1점만 따낸다면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다.
최근 주전 세터로 나서던 이원정은 햄스트링 부상이 있어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 경기에 결장했다. 이날 역시 경기 시작 전까지 이원정의 출전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선발로 코트에 들어서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여기에 확실한 공격수 김연경은 블로킹 1개, 서브 1개를 포함해 13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도 40.74%를 기록했다. 1세트만 하더라도 2점에 15%의 공격성공률을 보였지만, 2세트 공격성공률 66.7%를 기록하며 완전히 살아났다.
기분 좋은 셧아웃 승리를 거둔 이들은 인터뷰 내내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승리 소감에 대해 묻자 이원정은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3-0으로 이길 수 있어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어 김연경은 “두 팀 다 중요한 경기였다. 우리가 승점 3점을 획득하면서 우승까지 승점 1점이 남은 거로 알고 있다. 유리한 고지에 있어 좋다. 도로공사 전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 만회해서 분위기도 좋아졌고, 다가오는 IBK기업은행 전에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현재는 팀 순위 꼭대기에 있지만, 지난 시즌을 돌아본다면 6위에 자리했던 흥국생명. 시즌 전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김연경은 당시 팀이 6위였기에 2위까지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다르다. 흥국생명은 지금 선두에 있다.
이에 대해 “작년에 6위였고, 이번 시즌에도 아시다시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잘 이겨냈고, 승점을 지키다 보니 우승이 눈앞에 온 거 같아 선수들에게 고맙다. 감독님과 코치진분들 등 고생해주신 사람들이 많다. 아직 우승 확정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이 우승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고생하신 건 사실이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세트 점수를 보면 29-27로 뜨거운 듀스 승부가 벌어졌다. 결국 승리를 따낸 건 흥국생명이었다. 당시 마지막 점수는 김연경의 블로킹이었다. 김연경은 만원 관중을 향해 오랜만에 큰 세레머니를 보였다. 당시 어땠는지 묻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코트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열정이나 의지가 조금은 다른 경기보다 많았다. 중요한 순간 블로킹을 막고 너무 좋았다. 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너무 좋았다”며 웃었다.
여전히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는 이원정이지만, 아본단자 감독은 이원정이 출전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원정의 몸 상태는 어떨까. “사실 좋지는 않다. 그래도 팀이 승리하는 것만 생각했고, 우승을 확정 지으면 쉴 수 있으니까 이 부분만 생각한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이어 정규리그 우승을 앞두고 중요한 경기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하는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부담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이 생각을 버리고, 공 하나만 보고 뛰어다닌다. 그리고 언니들이 잘 잡아줘서 경기할 때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지금 이렇게 뛰는 게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잡아서 앞으로 쭉쭉 잘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어느덧 이원정이 흥국생명에 온 지 두 달이 넘었다. 2022년 12월 27일 공식적으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 왔을 때와 달라진 점에 대해 묻자 김연경은 “사투리 쓰는지 몰랐다(웃음). 처음엔 어색했는데 훈련하고 연습하는 걸 보니 노력을 많이 하더라. 트레이드로 마음고생도 했을 텐데 새로운 감독님과 호흡도 맞추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점이 좋다. 앞으로도 더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칭찬을 건넸다.
그러자 새로운 감독님이 이원정에게 어떤 걸 주로 요구하는지 물었다. 이원정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어디까지 말해야 하지 너무 많아서…”라고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후 전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려 하자 김연경이 “그건 말하면 안 되지 않을까?”라며 막아 세웠다.
다소 거침없는 이원정을 대신해 김연경은 “모든 공에 대한 전술이 있다. 그 상황별로 전술을 기억하지 않으면 엇박자가 난다. 이런 걸 외우는 게 힘들다”라며 대신 답변했다. 이원정은 “너무 많아서 말을 정리해서 못 하겠다. 워낙 말을 많이 하신다. 블로킹, 서브, 토스 등 얘기해주신다”라고 말하며 모두를 웃게 했다.
이제는 정말 정규리그 우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오랜만에 흥국생명에서 1위를 경험하는 김연경의 심경은 어떨까. “기회를 잡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나뿐만 아니라 (김)해란언니 의지가 남다르다. 불태우고 있다. 마무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제는 체력적인 싸움보단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조금씩 자신의 역할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올 거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_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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