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 거친 노재욱과 삼성화재, 기다림 끝에 봄이 올까

대전/김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8 1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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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노재욱과 삼성화재는 이제 ‘감래’의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삼성화재는 28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한국전력과의 맞대결을 치렀다. 홈에서 한국전력을 맞이한 삼성화재는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김정호-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의 삼각편대를 폭발시키며 깔끔한 셧아웃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의 승리로 삼성화재는 3연패를 끊고 다시 중위권 싸움에 불을 붙였다.

많은 변화를 통해 승리에 다다른 삼성화재지만 이렇듯 공격 측면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선수의 공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바로 세터 노재욱이다.

노재욱은 지난 15일 있었던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 이후 두 경기만에 다시 선발 세터로 경기에 나섰다. 첫 세트부터 적절한 분배와 빠르고 정확한 토스로 삼성화재의 승리를 이끌었다. 토스로만 승리를 이끈 것은 아니다. 노재욱은 이날 블로킹 3득점을 포함해 총 5득점을 올렸다. 블로킹뿐만 아니라 득점 역시도 본인의 이번 시즌 최고 기록이다.

인터뷰실을 찾은 노재욱은 이날의 승리를 동료들의 공으로 돌렸다. “선수들이 연패 기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다들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경기를 잘 풀어나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노재욱은 이날 인터뷰 내내 동료들의 공을 언급하곤 했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에서는 주로 이호건이 경기를 이끌고 있다. 노재욱은 주로 교체 선수로 코트에 들어가곤 한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치른 24경기 중 1세트부터 선발로 나선 경기는 네 경기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상우 감독은 “최근 기복이 있었기에 (정상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선발로 나서지 못한 두 경기 동안 노재욱은 벤치에서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을까. 노재욱은 “계속해서 뒤에 있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힘든 상황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장인 만큼 티를 낼 수도 없기에 그저 묵묵히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내게 기회가 왔고 나를 믿어줬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벤치에서 코트를 지켜봐야 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어느덧 노재욱은 고참 세터가 됐다. 후배 세터인 이호건과 이재현, 박준서가 노재욱을 바라보며 따라가고 있다. 이에 대해 묻자 노재욱은 “내가 이끌림을 당해야 한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나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어린 선수들은 힘이 넘치고 자신감도 있어서 나 역시 안일하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선수들이 더 잘하는 부분도 있기에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반대로 나 역시 전해줄 게 있으면 전해주고 있다. 팀을 위해 함께 헌신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삼성화재에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 막심이 합류했다. 삼성화재는 막심의 합류 후 파즐리가 본 포지션이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막심 21득점과 파즐리 13득점으로 두 선수 모두 폭발적인 화력을 보여줬다. 두 선수의 공격력을 이끌어낸 노재욱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최근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당연히 있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 노재욱은 “막심은 워낙 잘하던 선수다. 어떻게 주든 잘 처리하려고 해주는 건 물론이고 서브와 블로킹까지도 좋기 때문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승리는 노재욱의 손에서 확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재욱은 3세트 23-16의 상황에서 임성진의 퀵오픈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노재욱은 “경기 전 감독님께 블로킹에 관해서 많이 혼이 났다. 훈련할 때부터 계속해서 오늘만큼은 블로킹할 때 손을 좁혀보라고 말씀하셨다”며 웃었다. 이어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모았더니 블로킹이 잘 잡혔다. 오늘 몸도 좋아서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며 웃었다.

김상우 감독은 블로킹 외에도 주장이자 고참 세터인 노재욱에게 주로 어떤 점을 주문하고 있을까. 노재욱은 “우선 정신력을 가장 많이 말씀하신다. 그리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를 비롯해 내게 많은 얘기를 해주시는데 내가 다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라며 웃고는 “내가 많이 부족하다. 늘 죄송스럽기도 하고 참 어려운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노재욱은 설 연휴를 맞아 팬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란다. 좋은 일이 생긴다면 그 안에서 많은 행복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란다”는 인사를 남기고 인터뷰실을 떠났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칭하는 노재욱이지만 그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노재욱이 보여준 그간의 노력을 모르는 사람 역시 없다. 묵묵한 기다림을 마친 노재욱의 손끝에서 삼성화재는 다시 한번 대전의 봄을 푸르게 물들이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사진_대전/김예진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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