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낮은 퀄리티였다. 이런 배구를 하면 안 된다.”
흥국생명이 9연승을 질주했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뿔난 표정이었다. 흥국생명은 16일 오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5라운드 IBK기업은행 원정 경기에서 3-0(25-23, 25-12, 25-20)으로 이겼다.
이날 정윤주는 서브 2개를 포함해 17점을 선사했고, 김연경과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는 각각 14, 13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9연승을 질주하며 2위 현대건설(승점 56)와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완승은 아니었다. IBK기업은행이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범실로 점수를 내줬고, 흥국생명은 이 기회를 놓지 않았다. 뒷심을 발휘하며 3세트에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경기 후 ‘승장’ 아본단자 감독은 “정말 낮은 퀄리티였다. 화가 많이 났다. 경기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 이런 배구를 하면 안 된다. 이기긴 했지만 상대 범실 없이는 못 이겼을 경기였다. 이 집중력과 태도는 맞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3주간 목요일, 일요일 경기로 일정이 빡빡한 영향도 있겠지만 이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이날 승점 3점을 챙기면서 24승5패(승점 70)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28경기를 치른 가운데 정규리그 잔여경기는 8경기다. 흥국생명이 승점 11점을 더 확보한다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일찌감치 확정지을 수 있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도 “일단 매경기 이겨야 한다. 복잡할 것이 없다. 정규리그 1위 확정을 빨리 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챔프전을 준비할 시간이 많아진다. 점점 늘어질수록 지난 시즌에 있었던 리스크가 올라간다”고 역설했다.
계속해서 “한국에 와서 배구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보다 피지컬 이슈나 부상 때문에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챔프전도 그랬다. 누군가 부상으로 있는 채로 뛰거나 부상으로 아웃되기도 했다. 최대한 빨리 확정을 지어서 선수들이 아프지 않은 상태로 뛸 수 있길 빌게 된다”고 밝혔다.
정규리그 1위 확정과 동시에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4연패에 빠졌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이 손가락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이소영이 투입됐지만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고의정까지 투입됐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 육서영의 공격 범실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출발은 괜찮았다. 2세트도 잘했는데 우리 범실로 세트를 넘겨주고 나서 2세트에는 처지기도 했다. 다시 3세트에는 힘을 냈는데 소영이도 컨디션이 안 좋고, 비키(빅토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할 때 때려줘야 하는데 범실이 나온 것은 안타깝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세터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레프트에서 빠르게 가는 토스를 연습했다. 낮더라도 공격수한테 처리해달라고 했는데 빗맞아서 아웃되곤 했다. 하지 말아야 할 범실이다”고 덧붙였다.
고의정 활용에 대해서는 “민경이도 부상을 당했고, 소영이도 지난 경기에서는 좀 했는데 오늘은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 안되면 오늘처럼 서영이, 의정이가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리시브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고민이 깊은 김 감독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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