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김정호의 답변은 모두 동료들과 함께 흘린 땀으로 귀결됐다. 그가 비시즌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삼성화재는 최근 세 시즌 동안 7-6-7위를 기록했다. 안타깝지만 ‘암흑기’라는 표현을 쓸 법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팀의 암흑기에는 그 시기를 버티면서 반등의 시간을 향해 전진하는 에이스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는 김정호가 그런 선수였다. 강력한 서브와 빠른 공격을 앞세워 삼성화재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53.27%의 공격 성공률로 리그 공격종합 5위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여기에 겸손한 성격과 프로페셔널함까지 갖춘 김정호는 다소 작은 신장(187cm)을 제외하면 단점이 없는, 삼성화재의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선수다.
에이스의 활약은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도 이어졌다. 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예선 경기에서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5-17, 25-17, 25-19)으로 꺾은 가운데, 김정호의 활약이 빛났다. 경기 최다인 16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도 60%로 높았다. 여기에 3개의 블로킹과 1개의 서브 득점까지 곁들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서 김정호를 만났다. 옅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한 김정호는 “첫 경기 때는 생각보다 우리가 하려는 배구를 많이 못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준비한 것들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거기에 승리까지 함께 챙겨서 기분이 좋다”고 먼저 경기 소감을 들려줬다.
지난 시즌보다 안정적인 자신의 리시브에 대해서도 김정호는 “많은 연습을 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코치님과 감독님이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그래도 아직은 더 연습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미카사에 대한 체감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거칠다는 느낌은 안 든다. 오히려 덜 튀고 잘 다뤄지는 느낌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김정호는 첫 터치나 두 번째 터치에 과감한 공격들을 시도했고 이는 효과를 봤다. 김정호에게 어느 정도 준비된 플레이였는지 묻자 그는 “그렇다. 어떻게 보면 세 번에 하는 공격보다 한 번이나 두 번에 하는 공격들이 때로는 더 좋은 수가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허를 찌를 수 있는 공격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했다”고 미리 준비해온 전략이었음을 밝혔다.
김정호는 3세트 12-12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4연속 득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시에 좋은 리듬을 탄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김정호는 팀원들과의 노력을 먼저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인 리듬이 좋았던 것보다도, 우리가 많이 준비했고 또 보여드리려고 했던 배구를 선보이기 위해 모두가 좋은 플레이를 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의젓한 대답을 들려줬다.
시즌이 시작하면 에디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도 경기에 나서게 되고, 이번 컵대회에서 박성진의 성장세 역시 심상치 않다. 김정호에게는 동료임과 동시에 동 포지션의 경쟁자이기도 한 선수들이다.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궁금했다. 김정호는 “어떻게 보면 경쟁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우리 팀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의의 경쟁에서 내가 밀릴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분명 서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프로페셔널한 답변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김정호에게 이번 대회에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성적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준비한 배구를 보여드리고 팬 분들도 뿌듯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팀원들과 함께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팬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지막까지 김정호다운 대답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연습과 노력, 훈련으로 가득 차있었다.
사진_구미/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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