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은 20일 서울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팀을 대표해 참석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를 22승 14패 승점 67, 2위로 마무리하면서 4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됐다. 2019-2020시즌에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됐고, 앞선 두 시즌 동안 리빌딩을 경험하면서 성적표 아래에 자리했다. 2018-2019시즌 챔프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오랜만에 나선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성장도 엿볼 수 있었다.
2018-2019시즌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당시 외국인 선수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그 빈자리에 허수봉이 스타팅으로 자리해 서브 4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한 팀 내 최다 득점인 20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2.5%를 기록하면서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당시 활약으로 ‘허다르’라는 별명까지 얻게되면서 조커 역할을 해낸 허수봉은 어느덧 에이스로 성장했다. 자신의 6번째 프로 시즌에서 34경기 125세트에 출전해 득점 7위(582점), 공격 6위(성공률 52.89%), 서브 3위(세트당 0.504개)의 성적표를 남겼다.
이번 시즌 아포짓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에 자리해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두 포지션을 오갔던 정규리그를 돌아보면서 “두 포지션을 오가면서 헷갈리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별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뒤이어 “미들블로커에 들어가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더 집중했다. 리딩 블로킹을 잘해야 하는 포지션인 만큼 상대 세터 패턴을 읽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박)상하형과 (최)민호형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라고 덧붙였다.
천안에 봄이 찾아왔다. 허수봉도 오랜만에 맡는 봄내음에 기대가 가득했다. 허수봉은 "코로나19와 리빌딩으로 인해 내가 알던 천안 유관순체육관의 느낌을 덜 받았다. 최근들어 우리 성적이 올라오면서 관중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셨다. 챔프전까지 가서 이전에 내가 느낀 열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떤 포지션에 들어가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다짐한 허수봉. 이제는 선배로, 에이스로 코트 위 중심을 잡아야 한다. 캡틴 전광인이 발목 부상으로 나서지 못해 그 빈 자리에는 김선호와 홍동선이 자리할 예정이다.
그만큼 허수봉이 짊어진 역할과 책임감은 남다르다. 허수봉은 “옛날에는 막내로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이었다면, 이젠 후배를 안정시켜줘야 하는 위치에 올라왔다. 큰 경기에서 긴장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낄 거다. 도와주면서 나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광인이형 자리에 선호랑 동선이가 준비하고 있다. 이 선수들 역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선호는 리시브랑 수비에서, 동선이는 공격력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장점이 있다. 긴장 없이 해준다면 좋은 기량 보여줄 수 있을 거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주전 세터이자 신인 이현승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허수봉은 “현승이가 나를 많이 따르고 있다. 방에도 찾아올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운동할 때도 공격 타이밍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만큼 잘할 거다”라고 했다.
자신이 막내로 활약했던 2018-2019시즌 플레이오프를 되돌아보면서 “나도 많이 떨렸지만, 형들이 ‘너가 해낼 필요가 없다. 많은 걸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당시에 정말 즐기고 웃으면서 한 만큼 동생들도 그래 줬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정상을 향한 출발선에 자리했다. 허수봉은 팀의 V5를 향해, 본인의 세 번째 우승 반지를 위해 봄배구 무대에 오른다.
사진_상암/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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