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들 보고 자극받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선두 우리카드 턱밑까지 추격했다. 대한항공은 3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3-1(24-26, 25-22, 31-29, 26-2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로 나선 무라드 칸(등록명)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3점을 터뜨렸고,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과 정지석도 각각 13, 12점을 선사했다.
특히 정지석은 3세트 듀스 상황에서 재치있는 공격으로 직접 세트의 마침표를 찍고 포효했다. 4세트 듀스 상황에서 상대 김정호 후위공격을 가로막고 직접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정지석은 블로킹 5개, 서브 1개를 성공시키며 12점을 기록했다. 리시브 효율은 41.18%로 준수했다. 다만 16.83%의 공격 비중에도 공격 효율은 팀 내에서 가장 낮았다. 결정적인 순간 정지석의 영리한 플레이로 팀은 위기를 극복하고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 후 정지석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팀원들과 많은 것을 준비했다. 지난 경기 지긴 했지만 5세트 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오늘 경기에서도 침체된 분위기보다는 버텨보자고 했는데 이것이 통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승점 3점에도 아쉬움이 컸다. 경기 후 선수들과 미팅 시간도 길어졌다. 이에 정지석은 “좀 더 좋은 배구를 할 수 있었고, 그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말해주셨다”며 “득점이 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스마트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해서 그 부분을 지적해주셨다. 완벽한 선수는 없으니 늘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해주셨다”고 설명했다.
3세트 팀의 마지막 31점을 찍은 정지석이다. 그는 “그전에는 공격 영점이 안 잡혔다. 요즘 마인드 콘트롤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 상황에서 공이 내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시도하고 두드렸는데 운이 좋게 득점이 나왔다. 내가 자신없다고 그냥 넘겨줬으면 오늘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작은 하나로 승패가 엇갈렸다고 생각한다”며 힘줘 말했다.
정지석은 2023년 여름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허리 부상으로 뒤늦게 올 시즌을 시작했다. 정규리그 3라운드부터 코트 위에 오르기 시작했고, 4라운드 3번째 경기인 우리카드전부터 선발로 출전 중이다. 정지석이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에 곽승석과 정한용이 번갈아 투입되고 있다.
정지석은 “초반에는 이 정도 회복세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늦은 감이 있었다. 팀원들한테도 미안했다. 그런데 최부식 코치님이 아직 70%도 안 된 것이라고 더 할 수 있다고 말해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른 상태는 아니다. 나도 지금 배구가 잘 안 되지만, 코트 위 미들블로커와 (한)선수 형 빼고는 모든 선수들이 어리다. 후배들을 이끌어 가려고 하고, 형들도 그렇게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에는 링컨 다음으로 공격에서는 두 번째 옵션이었다. 올해는 몸 상태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좀 더 끌어 올려야겠지만 지금 에이스는 (정)한용이인 것 같다. 한용이와 같은 방이다. 좋은 말도 해주고 도와주고 있다. 오늘도 좀 더 한용이를 편안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팀이 도약하기 위해서도 이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V-리그 역대 최초 4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에 정지석은 “다른 팀은 허수봉, 김지한 등 믿을 만한 에이스가 있다. 우리는 비교적 여러 명에게 맞춰진 배구를 하고 있다. 또 아시아쿼터 효과도 있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을 한 모습이다. 그래서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우리가 안 되는 것도 있지만, 다른 팀들도 잘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우리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감독님이 시즌 전 구상한 전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작년 모습을 좀만 더 보여주면 단독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스스로에게도 채찍질을 가했다. 정지석은 “수비는 내가 항상 상수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다. 공격에서는 저점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더 악에 받쳐서 열심히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5라운드 끝나기 전까지 지난 시즌의 7, 80%만 보여줘도 팀이 수월하게 돌아갈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지석은 “선수 형이 우승보다는 한 점씩 따라가려고 하자고 말해줬다”며 “내 몸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기에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도 답답하지만, 항상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 우리가 잘 못하다보니 주장으로서 선수 형이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서히 해결사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정지석이다. 자신감도 회복 중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15승11패(승점 47)로 선두 우리카드(16승9패, 승점 47)와 승점이 같아졌다. 선두 도약까지 노린다. .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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