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우직하게, 유광우는 열 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CH3]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4-04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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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우승을 열 번이나 한 선수가 있다. 누군가는 그 선수를 ‘그림자’라고 폄하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가치 있고 빛나는 그림자가 또 있을까.

대한항공은 지난해 여름 순천에서 열린 도드람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정규리그에서도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며 최종 1위를 달성한 대한항공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2(23-25, 13-25, 25-22, 25-17, 15-11)로 꺾으며 트레블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의 트레블은 2009-2010 시즌의 삼성화재 이후 13년 만에 나온 남자부 트레블이다.

‘대한항공 왕조’ 탄생의 중심에 누가 있냐고 묻는다면 단연 그 대답은 한선수일 것이다. 한선수는 빠른 토스와 영리한 경기 운영, 쏠쏠한 득점력까지 갖춘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세터다. 어느덧 1985년생의 노장이 된 한선수지만, 그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그런 한선수의 뒤를 묵묵히 받치며 대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있다. 바로 유광우다. 한선수와 동갑내기인 베테랑 세터 유광우는 이번 우승을 통해 개인 통산 열 번째 V-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07-2008 시즌 삼성화재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유광우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화재 7연속 우승의 핵심 멤버였고, 2021년과 2022년 대한항공의 2연속 우승에도 기여하며 9개의 별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열 번째 별을 손에 넣었다.

 

한선수의 존재감이 너무나 컸기에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유광우는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했다. 주로 임동혁과 함께 짝을 이뤄 한선수-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와 더블 스위치로 코트를 밟았다. 특유의 까다로운 플로터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흔드는 역할도 수행했다. 특히 한선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코트를 비웠던 3라운드에는 오랜만에 선발로 코트에 나서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교체로 코트를 밟으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유광우다. 

10회 우승을 포함해 세터상 3회 수상, 베스트7 세터부문 2회 선정, 역대 3호 13000세트 달성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유광우지만, 그의 커리어는 늘 저평가당하기 일쑤였다. 삼성화재 시절의 업적은 가빈,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덕일 뿐이라고 폄하 당했고, 대한항공에서의 우승은 한선수의 그림자였다는 이유로 유광우의 영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유광우의 존재는 전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대한항공에 큰 보탬이 됐다. 유광우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면, 한선수의 그림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분명히 가치 있는 선수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고 가치 있는 그림자 유광우의 가슴에 어느덧 열 번째 별이 달렸다. 그의 배구 인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이날의 우승 역시 그의 배구 인생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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