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신인 세터 김다은의 DNA가 남다르다. 이제는 ‘배구선수 출신’ 부모님을 뛰어넘었다.
김다은은 179cm 장신 세터다. 202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았다. 데뷔 시즌부터 주전 세터로 낙점을 받으며 맹활약 중이다. 이번 시즌부터 신인선수상 대신 신설된 영플레이어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상복도 터졌다. 지난 1월 대한배구협회의 ‘배구인의 밤’ 행사에서 우수 세터 육성을 위해 제정된 회하세터상을 수상했고, 윤곡 김운용 여성체육대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김다은은 한국 여자배구의 세터 계보를 이을 선수로도 평가를 받고 있다.
김다은의 부모님도 배구선수 출신이다. 엄마 김연심 씨는 김다은과 똑같이 목포여상을 거쳐 2000년 당시 실업배구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LG정유(현 GS칼텍스) 소속이 됐다. 그해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아빠 김상석 씨도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김다은의 활약에 부모님도 딸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고 있다. 지난 27일 김천에서 열린 현대건설전 직후 만난 김연심 씨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볼 때 다은이보다 내가 더 긴장을 하는 것 같다. 언니들이랑 배구를 하는 것도 그렇고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긴장될텐데 더 집중해서 언니랑 잘 맞췄으면 하고, 자신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본능은 어느 누가봐도 공격수다. 아빠도 나도 신장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키가 크면 공격수도 좋고, 세터는 더 기회가 좋을 것 같아서 세터를 권유하긴 했다. 성격도 활발하다. 최종 선택은 다은이가 했다”면서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잘해왔다”며 김다은이 세터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다은의 남동생도 운동선수다. 김연심 씨는 “남동생은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됐는데 태권도를 한다. 운동 신경이 더 좋은 것 같다. 누나는 동생한테 배구하라고 하고, 동생은 누나한테 태권도 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2005년 V-리그가 출범하기 전 실업배구 시절 김연심 씨도 코트에 나섰다. 그는 “그 때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 플레이에서도 백어택이 많지 않았다. 공격수 입장에서는 그나마 부담이 덜했던 것 같다. 세터는 순간순간 플레이를 해야 하고, 판단을 빨리 해야 한다. 그 때랑 많이 다르긴 하다. 지금은 보는 재미는 더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보는 것은 재밌다”고 밝혔다.
현재 배구인들과 인연도 깊다. 김연심 씨는 “우리 때 이도희 감독님, 장윤희 감독님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선배님들 지나가면 쳐다보지도 못했다. 말 걸기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다른 것 같다. 지금 다은이를 보면 언니들이 잘해주고 장난도 잘 받아주면서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더 조심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그래서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한다”면서 “(한)유미 언니는 청소년 때부터 같은 코트에서 뛰기도 했다. 신기하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딸을 향한 애틋함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스무살이 된 김다은이다. 월급관리는 직접 하고 있다. 김연심 씨는 “다은이가 전부 관리한다. 첫 월급은 하고 싶었던 거 하고, 남기지 말고 다 쓰라고 했는데 하루 만에 탕진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다은은 “첫 월급을 받아서 엄마, 아빠, 외할머니, 친할머니한테 드렸고, 동생 용돈도 줬다. 학교에 간식비도 주고 그랬다”고 밝혔다.
이제 엄마를 넘어선 딸을 바라보는 김연심 씨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을 했는데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상을 받지 못했었다. 이제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어서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이제 엄마를 넘어섰다. 중학교 때까지만해도 ‘엄마 잘한다’고 했었다. 지금은 같이 운동하면 나를 비웃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의지하고 있는 김다은이다. 매일 가족 메신저방에서 연락을 하고, 영상 통화도 한다. 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김다은의 첫 데뷔 시즌을 함께 보내고 있다.
사진_이보미 기자/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