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파죽의 5연승을 질주하며 큰 꿈을 꿨던 한국전력이지만, 시즌이 후반부로 접어든 지금 한국전력의 순위는 6위다. 물론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이유를 단순히 ‘배구를 못해서’라고 할 순 없다.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누구보다 운이 따라주지 않은 팀이었다. 연승 행진을 이끌던 루이스 엘리안(등록명 엘리안)이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엘리안이 없는 동안 세터 야마토 나카노(등록명 야마토)는 적절한 대처법을 찾지 못했고, 국내 공격수들의 부담은 커져만 갔다. 게다가 첫 번째 대체 자원이었던 오포라 이츠추쿠는 입국 후 실시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어깨 부상이 발견되며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하고 한국을 다시 떠나야 했다.
뒤늦게 두 번째 대체 선수로 마테우스 크라우척(등록명 마테우스)을 영입했지만 마테우스는 복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간신히 복근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복귀전에서 발목이 돌아가는 중상을 당하며 마테우스는 또다시 코트를 떠나야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한국전력의 시즌 후반부는 우승이나 봄배구가 아닌 다른 목적지를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 됐다. 6위나 7위로 시즌을 마친다고 얻는 것 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무언가 새로운 소득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전력은 시즌 내내 고생길을 걸으면서도 한 가지의 수확은 확실히 챙겼다. 바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주전 리베로로 자리 잡은 2년차 김건희를 시작으로 3년차 김주영과 구교혁, 신인 윤하준까지 팀의 준주전급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적에 집착하다 보면 세대교체 시기를 놓치기 일쑤인 프로 스포츠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소득을 챙긴 한국전력과 권 감독의 선택은 분명 현명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11경기, 젊은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셈이다. 과연 이번 주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을 상대로 한국전력의 영건들은 또 어떤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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