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만은 한 곳에! 박현주 · 박현빈 · 박예현 3남매 [김하림의 배구는 사랑을 싣고]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0 12:00:4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우리가 처음 맺는 인연이다. 하나의 인연이라고 한들 서로 간 연결고리는 다양하다. 배구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가족들이 있다. <더스파이크>가 이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2019-2020시즌 깜짝 활약을 보여주며 여자부 최초로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 선수로 신인상을 받은 박현주. 프로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박현주 밑으로 대학과 실업에서 배구를 함께 하고 있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 올해 성균관대에 입학한 박현빈과 수원시청에 입단한 박예현.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박현주-박현빈-박예현’ 세 남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막내가 받으면
둘째는 올리고
첫째가 때린다


Q. 예현 선수랑 현빈 선수는 작년 태백산배 이후 인터뷰를 나누는데,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예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수원시청에 들어온 리베로 박예현입니다.
현빈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성균관대 22학번 신입생 병아리 세터 박현빈이라고 합니다!
 

Q. 두 선수 모두 올해 새로운 곳에서 배구를 시작합니다. 대학교와 실업 생활은 어떠실까요.
현빈 곧 대학 리그가 시작돼요. 훈련에 많이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수업도 들으면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예현 자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게 학교 때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Q. 세 분 모두 다른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포지션을 맡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될까요.
현주 제가 먼저 배구를 시작했어요. 저 자신도 무슨 손을 쓰는지 몰랐는데,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왼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공격수가 왼손을 사용하는 게 장점이라고 들어서 자연스럽게 공격수로 갔어요.
현빈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빨라서 원래 육상 선수를 하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 어느 날 배구 감독님께서 ‘세터는 빨라야 한다’하시면서 권유를 하시길래 시작하게 됐습니다.
예현 저도 세터로 시작하다가 세터보다는 수비 쪽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리베로를 하게 됐습니다.
 

Q. 셋이서 배구 관련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지, 그럼 누가 먼저 말문을 꺼내나요.
예현 특히 현빈이랑 있을 때 많이 해요. 현빈이가 일상생활에서도 배구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편이라 같이 있을 때 자주 나눠요.
현주 제가 동생들 경기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줘요. 그리고 동생들은 제가 경기를 뛰면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다 알잖아요. 경기 내용보다는 제 멘탈 걱정을 해줘요.

 

Q. 예전 인터뷰를 보면 운동하다가 잘 안 되면 현주 선수에게 연락을 자주 한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이럴 때 주로 무슨 대화를 나누시나요.
현주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잖아요. 코치님이나 감독님께 얘기하지 못할 말들을 저한테 말해요. 혼자서 노력을 했는데도 실력으로 잘 안될 때 오는데, 그럴 때마다 인내심을 가지고 연습만이 답이라고 말을 많이 해줘요.
예현 기술적인 것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배웠어요. ‘뭐가 안 되면 이런 식으로 해봐라’, ‘긴장하지 말고 해라’라고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현빈 프로는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 상황을 극복하고 어떻게 더 집중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강해야 살아남는다
3남매의 좌충우돌 유년기


Q. 현빈, 예현 선수는 쌍둥이 형제가 있으면서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현빈 저도 배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동생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거다’라고 얘기를 해줬어요. 근데 동생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어릴 때 조금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요.
예현 어렸을 때는 쌍둥이인데 포지션도 같았잖아요. 저는 세터를 못 했는데 현빈이는 너무 잘했어요. 항상 저보다 잘하는 거에 존경심도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한편으로 시샘도 했어요. 그래도 제가 현빈이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쯤엔 지적을 받아도, 쌍둥이가 있어서 내가 배울 점이 있는 게 좋다고 느꼈어요.


Q. 어렸을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현주 현빈이랑 예현이가 어렸을 때 ‘응급실 VIP’라고 할 정도로 사고를 정말 많이 쳤어요. 서로 안 지려고 하다 보니까 몸싸움까지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예현이가 힘이 지금도 세지만 옛날에는 저랑 현빈이가 못 이길 정도로 강했어요. 어느 날에 예현이가 화가 나서 현빈이를 옥상 계단에서 밀어서 정말 죽을 뻔한 적이 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현빈이가 예현이한테 함부로 안 덤비더라고요.
예현 저희가 엄청 몸으로 자주 싸웠어요. 언니랑 저랑 몸싸움하다가 제가 쌍코피가 난 거예요. 그때 하얀색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피에 옷이 다 젖게 됐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퇴근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싸운 걸 들키면 더 혼나니까 옷을 헌옷수거함에 버렸던 적이 있어요. 과격하게 놀아서 얼굴에 영광의 상처가 하나씩 있습니다(웃음).


Q. 셋이 싸우면 어떻게 푸시나요.
현주 세 명이 다 같이 싸운 적은 없어요. 두 명이 싸우면 한 명이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요. ‘둘이서 화해해라, 사랑한다고 말해라, 서로 껴안아 줘라’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Q. 그럼 중재자 역할을 제일 많이 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현빈 저요! 제가 진짜 많이 했어요.
예현 저랑 언니가 자매라 진짜 많이 싸웠어요. 저희가 현빈이한테 화풀이도 하고,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도 했어요.


Q. 세 분을 함께 보니까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래도 외모적으로 본인이 가장 낫다는 곳이 있을까요.
현주 예현이는 눈 사이가 되게 넓은데 현빈이는 반대로 좁거든요. 제 눈이 둘 사이의 적정선이 아닐까 생각해요. 딱 보통.
예현 아니에요. 언니는 자신을 모르는 게 있어요. 본인을 과대평가하는 그런 면이 많거든요.
현빈 오히려 박예현이 더 심해요. 하루 24시간 중의 10시간을 거울 보고 있어요. 저는 제 눈썹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예현 현빈이는 요즘 외모 꾸미기를 열심히 하더라고요. 남들이 가지 않는 외길을 가요. 어울리지도 않는데 자꾸 시도해요. 세 명 중에 제 피부가 제일 하얗다고 봅니다. 

 

 

 

초심 잃지 말고
자신감 있게!


Q. 세 분 모두 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현주 저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요. 제가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갔는데, 범실 했던 게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요. 이길 수 있었는데 제가 들어가면서 흐름이 아예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경기에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흐름이 뺏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현빈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전국체전 결승전이요. 고등학교 마지막 경기였는데, 후배랑 사인 오류가 나왔어요. 범실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졌던 게 지금도 생각이 많이 나요.
예현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제대로 경기를 뛴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3 때 뛰었던 경기가 다 기억에 남는데, 그중에서 하나만 뽑자면 전국체전 평가전 경기였어요. 상대 학교가 제가 전에 있었던 학교였어요.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들이랑 경기하면서 서로가 실력이 는 게 보여서 비록 졌지만 값진 경기였어요.


Q. 배구를 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됐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현주 작년에 <더스파이크>에서 현빈이랑 예현이가 같이 인터뷰를 했잖아요. 셋이 배구를 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는데 견디고 견디다 보니 동생들도 인터뷰하는 날이 온 게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예현 동기부여보단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첫 경기를 했어요. 그 당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크게 남아있어서 경기를 못 뛰었지만, 그 기억으로 계속 운동을 했어요.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경기를 뛰면서 느꼈어요. 행복하면서 배구를 계속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현빈 제가 키가 작아서 맨날 무시를 당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올라가니 키가 컸어요. 만약에 아직도 키가 작았으면 배구를 못 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키가 큰 게 제게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무시 받았던 순간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Q. 비록 세 분 모두 포지션이 다르지만, 배구에 있어선 내가 이건 제일 잘한다고 느끼는 게 있을까요.
현주 둘 다 공격수가 아니라 야비할 수도 있지만, 서브에 대한 감은 제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현빈이가 스카이 서브 연습하는 걸 봤는데, 아직 저한테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현빈 방금 누나가 서브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연습을 하고 있어서 만만치 않거든요. 대학 리그 시작하면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예현 지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실력으로 잘하는 게 뭔지 잘 생각이 안 나요. 그래도 파이팅 하나는 학교 때도 도맡아 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자신 있어요. 작년 태백산배 때 결승전을 가니 목소리가 다 쉰 거예요. 그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해요. 

 


“배구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들의 응원과 사랑이죠”


Q. 어렸을 때부터 모두가 배구를 하면서 만나는 시간이 적었을 것 같습니다.
현주 저희가 배구를 시작하고 나선 시간이 다 안 맞았어요. 다 다른 학교에 있어서 누가 휴가를 받아도 누구는 대회를 치르고 있었어요. 가족끼리 아예 여행을 못 갔어요.
예현 만약에 시간이 맞아도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섬에 가서 힐링하고 온 게 전부예요.

 

Q. 그럼 다 같이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면 어디를 가고 싶을까요.
현주 엄마가 작년부터 제주도 노래를 부르셔서, 시간이 된다면 1박 2일 정도 가보고 싶어요.
현빈 저도 누나처럼 제주도 가고 싶어요.
예현 난 몰랐는데 언제 얘기했어? 난 스키 타러 가고 싶다고 하려 했는데.
하림 왜 예현 선수만 몰랐던 걸까요.
현주 저희가 두 명이 알면 다 아는 거라 한 명이 모르는 건 잘 몰라요(웃음).


Q. 모두가 배구를 할 수 있기까지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을 건데,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떠실까요.
현주 동생들은 어려서 모를 테지만 저는 옆에서 많이 봐왔잖아요. 두 분이 맞벌이하시는데 셋이 배구를 하다 보니 힘들 때도 있으세요. 그리고 경기를 보고 싶지만 일 때문에 못 보러 오시는 경우도 있으세요.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 배구를 열심히 해서 자랑스러운 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죄송하고 감사하죠.
현빈 부모님은 일이랑 저희 걱정하느라 되게 힘드신 걸 저희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죄송한 마음이 커서 빨리 성공해서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예현 세 명이 운동하면서 숙소 생활을 하잖아요. 다른 집은 자식들이 맨날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데 저희는 그럴 시간이 주말밖에 없어요. 그래서 집에 가면 웃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현주 집에 둘밖에 없으셔서 엄마 아빠가 신혼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두 분만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빨리 집에 가야 해요.


현주 → 현빈 → 예현 순서대로 응원을 한마디씩 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주 냉정하게 평가해서 현빈이가 저희 셋 중에 배구를 제일 잘해요. 제가 배구에 대해 말할 처지가 아닌 것 같지만, 현빈이가 대학교에 가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우선 자신감이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자신감이 차야 본인 실력이 더 나오기 때문에 다른 생각 말고 실력 믿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빈 예현이가 작년에 드래프트에서 아쉽게 됐잖아요. 그래도 항상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고, 항상 자신감 있게 준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예현 언니랑 평상시에도 전화를 많이 하는데 서로 힘들었던 걸 매일매일 나눠요. 언니가 힘든 걸 제가 제일 잘 아니까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맨날 싸우고 맞아서 진짜 싫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제일 친한 친구이고 전화를 많이 하는 만큼 잘 아는 것 같아요.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한국중고배구연맹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