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패지만 페퍼저축은행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페퍼저축은행은 11월 9일 IBK기업은행전 승리 이후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승점 5점 1승 17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전 목표로 세웠던 시즌 5승, 6승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할아방' 김형실 감독은 지금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분위기, 코트 위에서의 분위기를 더욱 중요시 여긴다.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도 선수들이 부담, 기가 죽지를 않기를 바라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다. 범실이다. 매 경기 20개 이상의 범실을 쏟아내고 있다. 승패보다도 스스로의 범실로 자멸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김형실 감독은 "아직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연패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승패에 대해 부담을 갖지 말고 신나는 플레이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상대 팀에 기죽지는 않았는데 연패, 경기에 대한 피로도가 있는 것 같다. 또한 범실로 자멸을 하는데 계속해서 범실을 줄여보자고 한다. 특히 (박)경현이한테는 서브 훈련 할 때 '너 범실하면 전체가 다시 처음부터 한다'라고 한다. 그러더니 잘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개막전 때 김형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출격 명령 3호를 당부했다. 출격 명령 세 가지는 첫째 '자신 있게 하자', 둘째 '의식적인 플레이를 펼치자', 세 번째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페퍼저축은행의 이미지 상승에 힘을 주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이 되는 게 김형실 감독이 만들고픈 페퍼저축은행이었다.
이후 기복이 있더라도 상대하는 팀들을 긴장시키는 페퍼저축은행의 저력, 그리고 그 경기력을 보며 페퍼저축은행에 푹 빠진 팬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페퍼저축은행에 기대치, 관심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김형실 감독은 이 관심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너무 들뜨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경기력은 타팀에 비하면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세간이 높게 평가하는 부분에 조심스러워했다.
그래서 김형실 감독은 새로운 출격 명령 3호를 선수들에게 전했다. 단어만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의미와 해석은 똑같다는 게 김형실 감독의 말이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길 바랐다.
"첫째, 고비를 극복하기 위한 플레이를 냉철하게 하자. 현재 경기당 평균 범실이 20개가 넘게 나온다. 둘째, 조금만 더 노력하고 의식적인 플레이를 하자. 세 번째는 조금만 더 파이팅 하자. 근성을 발휘하고 마지막까지 뒷심을 발휘해 보라는 뜻이다. '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택해야 한다. 제자리걸음이면 퇴보다. 변화를 꾀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이기는 습관으로 가야 한다."
새로운 출격 명령과 함께 맞은 25일 흥국생명전. 페페저축은행은 1, 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를 따내고 4세트도 24-23까지 앞서가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가는듯했다. 하지만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과 24-24에서 나온 최가은의 범실이 뼈아팠다. 결국 또 한 번 패하며 12연패에 빠졌다. 이날 기록한 범실은 25개였다. 20개 미만의 범실을 기록하길 바랐던 김형실 감독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쩌면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가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 자초한 범실로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특히 24-24에서 실책을 범한 최가은은 자신 때문에 경기를 패했다는 미안함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형실 감독은 "가은이가 경기 끝나고 울컥울컥했는데 그런 것을 안 가져야 한다. 뻔뻔해야 되고, 미스 났으면 그냥 난대로 해야 된다. 내가 '괜찮다. 빨리 잊어버려라'라고 했다. 가은이가 욕심이 과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마운 선수다"라고 이야기했다.
12연패 중인 페퍼저축은행을 팬들은 사랑한다.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변화를 모색하며 팀의 발전 방향을 찾고 있다. V-리그 최고령 감독 김형실 감독은 계속해서 변화를 꾀해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고, 선수들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며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페퍼저축은행은 29일 인천 원정을 떠난다. 흥국생명과 4라운드 첫 경기를 가지는 가운데, 12연패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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