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바쁘게 보내고 있는 KB손해보험 김정호

이정원 / 기사승인 : 2022-06-05 1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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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그 누구보다 뜻깊고, 바쁘게 보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KB손해보험 주전 윙스파이커 김정호다. 김정호는 2021-2022시즌 종료 후 생애 첫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총액 3억 5천만 원에 KB손해보험과 재계약을 맺었고, 오는 7월에는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아직 끝내지 못한 대학 졸업을 위해 대학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중이다. 2022년 그 어떤 누구보다 바쁘다. 그가 지난 5월 10일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 응했다. 결혼에 FA까지 인생 최고의 시간을 만들고자 하는 김정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생애 첫 FA 행사, 3억 5천 받은 김정호
“내 실력에 비하면 과분한 금액 받았다”


Q. 2019년 이후 <더스파이크>와 잡지 인터뷰는 오랜만에 갖는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할 정도로 대단한 선수는 아닌데,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해요.


Q. 비시즌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학교 졸업을 위해 남은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어요. 다음 학기까지 무사히 마치면 졸업하거든요. 김학민 (KB손해보험) 코치님이 ‘넌 경희대 졸업도 안 했는데 무슨 경희대생이냐’라고 계속 그래요(웃음). 인정받기 위해 졸업장 따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 과제랑 시험도 다 치르는 건가요?) 모든 수업에 빠짐없이 듣고 있습니다. 과제랑 시험 역시 다 해야죠.


Q. 2021-2022시즌 종료 후 생애 첫 자유계약(FA) 계약을 맺었습니다. 소감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어요. 기분 어땠나요.
FA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하니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거든요. 다행히 큰 탈 없이 계약했다고 생각해요.


Q. 계약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다면요.
지난 시즌 종료 후 생각이 많았어요. 결혼 준비도 해야 하고, FA 계약도 생각해야 하고, 또 챔프전 끝나고 바로 학교도 다녀야 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거든요. 일단은 큰 거 하나 잘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총액 3억 5천만 원(연봉 3억, 옵션 5천)에 KB손해보험과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솔직하게 금액, 마음에 드나요.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상에 비하면 금액이 조금 적은 거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주변에서 그런 말씀 하신 분들도 계시긴 하시죠. 그런데 저는 제 실력에 비해 과분한 금액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타팀에서 오퍼도 안 왔고(웃음), A등급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Q. 주위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을 것 같은데, 주변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다른 윙스파이커 선수들에 비해 조금 적게 받은 거 아니냐는 아쉬움도 솔직히 내비치긴 했지만, 저는 과분하다 생각해요. 후련해요.


Q. KB손해보험과 재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있다면요. 선수로서 새로운 도전도 한 번 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새로운 도전도 생각했죠. 만약 다른 팀에서 저를 원했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는 KB손해보험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나요?) 가장 큰 거는 (황)택의 형과 호흡이죠. 패스, 타이밍, 공격 리듬까지 모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팀에 좋은 형들이 많아요.


Q. 후인정 감독, 김학민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영향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도 같이 하자’, ‘내년에도 다시 함께 우승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감독님, 코치님과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Q. 이번에 FA 협상을 하면서 정호 선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있다면요.
우리 팀은 다른 팀들과 다르게 자유로워요. 그게 좀 큰 것 같아요. 운동이 힘들긴 하지만, KB손해보험만의 자율 문화에 적응이 됐어요. 감독님께서도 스스로가 더 할 수 있게 믿음을 주시니 그게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Q. 자율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후인정 감독도 “자율 운동을 하면 오히려 선수들이 더 긴장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님 말씀이 맞아요. 선수들에게 자율을 줬고, 선수들은 그 책임감을 갖고 해야 된다고 봐요. 자유를 줬는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당연히 훈련 방식을 바꿔야겠죠.
 

Q. 우승을 했다면 연봉이 올랐을까요.
그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우승했다고 연봉 앞자리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우승 보너스는 좀 받지 않았을까요(웃음)?
 


“케이타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의 지난 시즌은 30점이었다”


Q. 지난 시즌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아쉬운 준우승이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한 번 되돌아본다면요.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1세트를 지고 2, 3, 4세트를 다 따냈어요. 그때 느낀 게 홈 어드벤티지의 중요성이었어요. 플레이오프 때도 많이 느꼈지만 챔프전에서 더 느낀 것 같아요.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2차전에서 팬들이 보내준 응원을 잊을 수 없어요. 1위의 중요성, 팬들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1위로 챔프전에 올라가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았죠.


Q. KB손해보험도 창단 첫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고, 정호 선수도 챔프전이라는 무대를 처음 밟았습니다. 기분이 어땠나요.
일단 많은 팬분들이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많이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팬들이 보내주신 열렬한 응원에 비해 저는 많은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봐요. 부담감이 컸고,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단기전의 압박감, 심리적인 부담감이 많이 작용됐던 챔프전이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이전 시즌들과는 다르게 5판 3선승이 아닌 3판 2선승으로 치러졌고, 또 3차전 5세트는 그야말로 역대급 승부였잖아요. 올 시즌 챔프전 승부, 다시 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챔프전 경기를 봤잖아요. 그런데 이번 3차전 같은 승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가장 재밌게 봤던 챔프전 승부가 2018-2019시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챔프전이었거든요. 그때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번에는 제가 직접 뛰는 입장이었잖아요. 정말, 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죠.


Q. 5세트 12-9로 앞서 있었고, 14-13 챔피언십 포인트까지 먼저 갔기에 패배에 더욱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정말로 12-9를 만들었을 때는 ‘아, 우리도 이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후에 (정)지석이 형이 범실 없이 득점하고 했을 때 그때 든 생각이 ‘역시 경험을 무시 못 하는구나’였어요.
 

Q. 후인정 감독도 대한항공과 챔프전 패인으로 경험의 차이를 뽑았습니다. 정호 선수와 후인정 감독이 이야기하는 경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경험의 차이도 물론 핑계라면 핑계지만, 그 경험을 정말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경험은 심리적인 부분이에요. 우리 팀 국내 선수들은 불안하니까 계속 케이타만 봤고, 또 리시브도 대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대한항공에는 경험 많은 형들이 많잖아요. 또 (한)선수 형이 다양한 플레이를 하고요. 윙스파이커, 아포짓 스파이커 선수들도 계속 자신 있게 공격을 했고요. 결국에는 자신감의 차이인 것 같아요.
 

Q. 3차전에서 케이타 외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됐다면 승리도 가능했을 거라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팀의 주공격수로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상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갔을 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케이타를 도와주지 못했어요. 2등도 잘한 거라 하지만, 이런 기회가 많이 오는 게 아니잖아요. 우승 기회를 못 잡아 정말 아쉽죠.
 

Q. 케이타 선수의 공격이 곽승석 선수 손에 막히면서 경기가 끝났습니다. 케이타 선수는 눈물을 쏟아냈는데, 케이타 선수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나요.
블로킹이 잡히면서 경기가 끝나고, 케이타가 쓰러져 울고 있는데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제가 못 도와준 거잖아요. 케이타에게 미안했죠. 무슨 이야기를 못 할 정도로 미안하더라고요.
 

Q. 챔프전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패배 속에서 거둔 수확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수확이라면 큰 경기를 해봤다는 거죠.


Q. 챔프전 포함 지난 시즌,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나요.
30점 정도요. 2020-2021시즌보다 못했어요. 점수를 낮게 주고 싶어요. 전 30점도 후하게 줬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은 제가 봐도 못 한 것 같아요.
 

김정호가 말하는
케이타, 후인정, 김학민


Q. 지금은 떠난 케이타 선수는 어떤 선수였나요.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그 외적인 부분에서도 언제나 큰 화제를 부른 선수입니다.
함께 하는 첫 시즌에는 그저 타고난 선수라고만 생각했어요. 첫 시즌에는 공 다 때리고 지친 기색도 없었잖아요. 그냥 대단한 선수고 타고난 선수라 생각했는데, 두 번째 시즌에는 갑자기 웨이트 훈련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 팀 합류 초기에는 벤치프레스 하면 30kg 정도 들고 끝냈는데, 웨이트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에는 무게를 점점 늘리더라고요.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됐죠.

 

Q. 운동선수들에게 웨이트 훈련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파워, 스피드가 정말 좋아져요. 저도 웨이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구 훈련도 중요하지만 웨이트 훈련을 꾸준히, 많이 해야 힘도 좋아지고 체력도 좋아져요.
 

Q. 평소 롤모델이라 말씀하셨던 김학민 코치와 한 시즌을 함께 했습니다. 어땠나요. 선수 김학민이 아닌 코치 김학민에게 분명 배운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블로킹이나 공격, 서브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블로킹이 약하다 보니 타이밍이나 손 모양 같은 것을 지적해 주셨고요. 또 ‘서브 리듬은 좋은데 힘이 들어가서 빨리 때린다. 공격도 타점 잡아 높은 곳에서 때려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현역 시절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셨죠.
 

Q. 김학민 코치 못지않게 후인정 감독에게도 배운 점이 있나요.
배울 점이 정말 많은 감독님이세요. 항상 선수들 잘 이끌어주시고, 잘 믿어주시는 감독님이에요.
 

Q. 후인정 감독 본인 말로는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나요.
화를 내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거의’가 아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아, 한 번 있었어요. 정규리그 막바지에 홈에서 삼성화재와 경기를 가졌을 때예요. 우리가 안일하게 경기를 했다고 보셨나 봐요. 그때 감독님이 ‘너희들 경기 보러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왔는데 이런 경기하면 되겠냐’라고 화를 내셨던 기억이 있어요.
 

Q. 모든 지도자들마다 각자의 개성, 특색이 있잖아요. 정호 선수는 어떤 지도자가 기억에 남나요.
저는 권순찬 감독님이랑 이상렬 감독님이 떠올라요. 권순찬 감독님은 삼성화재에서 저를 불러주셨잖아요. 제가 경기에서 잘 못해도 기회를 주셨고, 저를 만들어주신 분이에요. 이상렬 감독님은 제가 이 팀에 중요한 선수라는 걸 각인시켜주셨고, 자신감을 주셨죠. 감사하죠.

 


인생 최고의 순간 눈앞!
“결혼 전날까지 실감 안 날 것 같아요”
“여자친구는 예쁘고, 착해요”


Q. 오는 7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직까지는 정신이 없고 아무런 생각이 없네요(웃음).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앞에 다가와야지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언제 가장 실감이 날까요?) 결혼식 전날 밤이지 않을까요.

 

Q. 결혼식 준비에 FA 계약까지 정말 쉴 틈이 없었겠네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시즌 끝났으니까 놀러도 가고 싶었는데, 제대로 놀지도 못했죠. 평일에는 학교 수업 들어야 하고, 주말에는 가족들 만나 결혼 인사드려야 하고요. 이렇게 바쁜 비시즌은 데뷔 후 처음이에요. 정신없어요.
 

Q. 정호 선수가 올해 한국 나이로 26세잖아요. 이르다면 이르다고 할 수 있는데, 빠르게 결혼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처음 만날 때부터 결혼을 전제로 만났어요. 그리고 형들도 그랬지만 결혼을 할 거면 이왕에 빨리해서 편안한 가정을 꾸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죠.
 

Q. 첫 만남이 궁금해요.
2019년에 처음 사귀었어요. 2018년에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났는데, 첫 만남 이후 서로를 향한 마음이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Q.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엄청 예쁘고 쿨하고 털털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다가가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었어요.
 

Q. 여자친구분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진중한 정호 선수와 성격이 비슷한가요.
저도 진중하지는 않아요(웃음). 제 여자친구는 현명하다고 해야 할까요. 예의도 있고 예쁘고 착하기까지 해요. 또 너무 잘 챙겨주고요. 운동만 할 수 있게 해줘요.
 

Q. 만나면 뭐 하는지도 궁금한데요.
강아지랑 애견카페 가거나, 산책도 하고요. 가끔 술도 마시고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한 소주 3병 정도 마시는 것 같아요. 제가 술 먹으면 텐션이 높아져요. 조용했다가 갑자기 하이텐션이 됩니다(웃음).
 

Q. 정호 선수가 꿈꿨던 미래의 아내상, 지금의 여자친구와 부합하나요.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사람과 결혼하는 게 제 꿈이었어요. 지금 여자친구가 딱 맞아요. 옆에서 잘 챙겨주고 신경 써주고요. 제 지인들에게도 정말 잘해요. 사실 처음 만나는 분들이니 많이 어려울 법도 한데, 옆에서 예의 있게 행동하는 걸 보고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라고 더 느꼈죠.


“KB손해보험은 고마운 팀”
“늘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Q. 정호 선수에게 배구란 어떤 존재인가요.
처음에는 저의 직장이 될 거라 생각 못 했죠. 어렸을 때는 배구에 대한 큰 생각이 없었어요. 중학교 때 브라질로 유학을 다녀왔는데 그때 배구가 정말 재밌다는 걸 느꼈어요. 브라질은 정말 자유롭게 선수들이 편하게 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요. 케이타 선수가 (에르빈) 은가페 선수처럼 이상한 폼으로 공격하곤 하잖아요. 브라질에서는 그렇게 공격을 해도 아무 말도 안 해요.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요. 틀에 박힌 방식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창의적인 배구를 하길 바랐죠. 그때 좀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물론 행복한 브라질 추억만 있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Q. 아, 행복한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나요.
시설이 정말 안 좋았어요. 한 번은 목욕하는 데 감전될 뻔한 적도 있어요. 또 브라질 축구 경기 보고 왔는데 애들 짐 다 털린 적도 있고요.
 

Q. FA 계약에 결혼까지 하니 다가오는 시즌에 많은 책임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들과는 분명 남다른 각오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즌에 너무 못했다고 말했잖아요. 이번 시즌에는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청 잘하는 선수가 되기보다는 꾸준하게 자기 몫을 하는 선수가 돼야죠. (어떤 시즌의 폼을 보여주는 게 목표인가요?) 케이타 처음 왔던 2020-2021시즌이요. 그때만큼의 활약을 해야죠.
 

Q. 삼성화재에서 KB손해보험으로 올 때도 배구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는데, 이번 결혼과 FA 계약이 김정호라는 선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첫 FA 계약도 잘 했고 결혼도 하고 나면 정말 운동에만 전념해야죠. 물론 올해까지는 대학 수업도 신경 써야 하지만(웃음). 언제나 열심히 배구하고 꾸준한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우승에 대한 갈망도 클 것 같습니다.
챔프전 3차전 5세트가 끝나고 (인천계양)체육관에 꽃가루가 날리고, ‘We Are The Champions’ 노래가 나오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패배자의 입장에서 그 장면을 보는데 지옥이더라고요. 대한항공 선수들은 막 웃고, 울고, 껴안고 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우승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다가오는 시즌 KB손해보험이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더 훈련해야 할까요.
케이타 있을 때도 그랬지만, KB손해보험이 더 강팀이 되려면 국내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해야죠. 지난 시즌에는 그게 부족했어요. 국내 선수들이 한 발짝 더 뛰어야죠.
 

Q. 케이타 선수를 대신해 세르비아 출신 니콜라 멜라냑 선수와 함께 합니다.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잖아요. 어떤 선수였으면 좋겠나요.
코트에서 즐기는 선수였으면 좋겠어요. (케이타 선수만큼의 흥 있는 선수면 어떨까요?) 케이타도 우리랑 잘 맞았죠. 공들고 뛰어다니고 다이빙 많이 하는 외인은 없었을 거예요. 또 책임감 갖고, 재밌게 공격을 했죠. KB손해보험의 분위기를 바꾼 선수죠.
 

Q. 자신을 제외한 다가오는 시즌 KB손해보험 키플레이어를 뽑아본다면요.
(한)성정이 형이요. (정)민수 형이나 택의 형, 다른 미들블로커 형들은 잘하고 있고요. 물론 성정이 형도 잘 하지만 저와 함께 받는 것도 좀 더 잘하고 공격에서 힘을 준다면 우리 팀이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와 성정이 형이 아포짓 반대에서 뚫어줘야 팀에 힘이 되잖아요. 공격, 리시브, 수비에서 더 발전해야죠.


Q. 김정호 선수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잘하는 선수보다는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언제나 코트 위에서 자기 몫을 하는 선수로요. (10년 후 김정호는?) 생각을 안 해봤지만, 그때까지 발목이나 무릎이 괜찮을지 모르겠네요(웃음). 그때도 열심히 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Q. 배구를 그만두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요.
개인적으로는 은퇴 전까지 트리플크라운 달성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챔프전 우승을 꼭 하고 싶어요. 이번에 챔프전을 다녀온 후 우승의 꿈이 더 커졌어요. ‘만약에’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대한항공을 보면서 ‘우승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챔프전 끝나고, 챔프전 경기 다시 본 적 있나요?) 아니요. 챔프전 경기를 아예 못 봤어요. 보면 아쉬움, 후회만 남을 테니까 안 봤어요. 더 잘하지 못했던 게 생각이 계속 날 거 같더라고요.
 

Q. 김정호라는 선수에게 KB손해보험은 어떤 팀인가요.
저를 만들어준 팀이죠. KB손해보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정호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Q. 올 시즌 KB손해보험을 응원해 준 팬들이 정말 많아요.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번에 우리 팀을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가 챔프전에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팬들 덕분이에요. 팬들의 많은 힘을 받은 덕분에 여기까지 왔죠.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어느덧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어땠나요.
역시 쉽지 않네요. 사진 촬영도 쉽지 않았고, 인터뷰도 쉽지 않았어요(웃음). 그래도 다음에 더 좋은 성적 거둬 한 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한 마디 남기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부모님이 저 멀리 계시지만, 항상 저를 응원해 주세요. 경기장에도 자주 오시고요. 지난 시즌 발목을 다쳤는데도 빨리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이 건강한 몸으로 낳아주셨기 때문이에요. 막내가 이제 결혼을 하는데 옆에서 도와주시고, 항상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은 저에게 가족의 친근함을 알려주셨어요. 제가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 여기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많이 챙겨주세요. 맛있는 요리해 주시고, 따로 불러서 챙겨주시고 항상 감사해요. 그리고 안 될 때나, 잘 될 때나 옆에서 있어준 혜원이에게도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 잘 살아보자(웃음).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문복주,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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