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주인공은 하나가 아니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정관장 [PS 결산]

김희수 / 기사승인 : 2025-04-10 06: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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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꼭 하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정관장도 충분히 주인공의 자격이 있었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가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승팀의 빛나는 피날레에는 그들의 호적수가 되며 봄배구를 함께 수놓은 팀들도 함께 했다. 봄배구 여정을 마친 팀들의 이야기를 돌아본다.

지난 2023-24시즌, 정관장은 메가와티 퍼티위-지오바나 밀라나 쌍포 조합을 앞세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오랜만에 봄배구 무대에 나섰다. 그러나 흥국생명을 상대로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석패하면서 봄배구를 길게 즐기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호영과 이소영의 부상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지아 대신 반야 부키리치가 쌍포의 일원으로 나섰고, 표승주가 삼각편대를 형성한 가운데 지난 시즌과는 또다른 강함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봄배구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에는 플레이오프를 돌파하는 데도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꺾고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섰다. 상대는 지난 시즌 정관장의 질주를 멈춰세웠던 흥국생명이었다. 인천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할 때까지만 해도 정관장이 싱거운 시리즈 패배를 당하는 듯했다. 그러나 홈에서 처절한 투지로 시리즈 전적 동률을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최후의 승부였던 5차전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정관장은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우승을 가로막는 악역이 아니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속의 또다른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했던 그들의 여정이었다. 



GOOD – 부상 선수들의 투혼, 백업 멤버들의 활약
정관장의 봄배구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투혼’이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뛴 염혜선은 정규리그 때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고, 발목 부상에서 가까스로 돌아온 부키리치와 박은진도 전 경기를 소화하며 제몫을 했다. 허리 부상을 안고 뛴 노란은 왜 자신이 팀의 주전 리베로인지를 증명했고, 메가 역시 무릎 통증을 딛고 팀의 주포로 활약했다.

이들의 투혼에 응답하듯, 백업 멤버들 역시 힘을 냈다. 박혜민은 노란의 부상으로 정관장이 탈락 위기에 놓인 순간 제3리베로로 나서 결정적인 수비들을 만들었고, 신은지는 자신의 서브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마다 부름에 응답했다. 정수지와 안예림도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탰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가 된 정관장은 최후의 순간까지 흥국생명과 대등하게 맞섰다.

BAD – 번번이 부족했던 뒷심,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두 번의 실수
정관장은 이번 봄배구 내내 18점 이후의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는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제대로 정관장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됐다. 1-2세트에 중후반부까지 흥국생명을 여유 있게 밀어붙이고도 끝내기에 애를 먹는 사이 김다은과 투트쿠 부르주, 김연경이 날아오른 흥국생명에 역전을 허용했다. 메가와 부키리치가 동시에 후위로 내려간 상황에서 리시브가 흔들리면 대안이 없는 상황이 너무 자주 나오고 말았다.

그 상황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표승주는 챔피언결정전 5차전 5세트에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을 미스 플레이를 두 번이나 저지르고 말았다. 평범한 3단 처리를 허공으로 날려버렸고, 이후 공격을 준비할 수 있었던 하이 볼 상황에서 위축된 모습으로 3단 처리를 선택하며 상대의 반격을 허용했다. 물론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상이 좋았기에 표승주에게 결과론적으로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두 번의 플레이는 표승주에게도, 정관장에도 통한의 플레이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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