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외인의 명랑함과 성실성은 보는 팬들은 물론이고 가르치는 스승도 기쁘게 한다.
페퍼저축은행 창단 첫 외인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는 헝가리 출신으로 올 시즌 앞두고 열린 외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엘리자벳은 뛰어난 점프력과 더불어 각이 큰 공격으로 상대에 위협을 주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에서 대부분의 공격을 책임지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30경기(98세트)에 출전해 598점, 공격 성공률 41%을 기록 중이다. 공격 성공률은 4위, 득점은 6위다. 또한 올 시즌 여자부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2021년 11월 2일 흥국생명전 43점) 기록도 가지고 있는 엘리자벳이다.
엘리자벳도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지친 내색, 싫은 표정 한 번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나 웃으며 동료들과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포인트 서버와 교체되어 나올 때도 김형실 감독을 시작으로 코칭스태프-선수단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료들이 득점을 내면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기뻐하고, 동료들이 범실을 범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아쉬워하며 격려해 주는 효자 외인이다. 비록 팀 성적이 저조해 엘리자벳의 활약이 다른 외인들보다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늘 열심히 하고 팀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엘리자벳이 고맙다.
3일 대전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전에서도 엘리자벳은 팀의 공격 리더로 최선을 다했다. 1세트를 가져오며 KGC인삼공사전 첫 승에 조심스레 다가섰던 페퍼저축은행이지만, 끝내 벽을 넘지 못했다. 1-3으로 패했다. 엘리자벳은 이날 28점에 공격 성공률 45%를 기록했다. 양 팀 최다 득점자였다.
그래도 김형실 감독은 "엘리자벳이 시즌 후반에 와 명랑하고 솔선수범하고, 파이팅이 좋다. 열심히 하려 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시즌이 다 끝나가니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 설정이다. 한국에 남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을 거라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이어간 김형실 감독은 "열심히 하는 부분에 대해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내 어깨도 강하게 두들길 정도로 파이팅을 열심히 한다. 밥 먹을 때도 옆으로 와 '맛있게 드세요'라고 한다. 외인이 아프거나 이질감이 있으면 안 되는데 열심히 해줘 고맙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테크닉은 부족한데 분위기나 열심히 하는 건 좋다. 기도 안 죽는다"라고 칭찬했다.
자신이 돋보이는 게 아닌, 언제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외인 엘리자벳. 늘 밝은 얼굴로 동료들을 대하고, 경기에 임하는 1순위 효자 외인이 있기에 페퍼저축은행 분위기는 오늘도 밝다.
김형실 감독은 "나는 휴식을 주고 싶은데 선수들이 쉬지 않으려 한다. 한비도 죽만 먹고 경기를 뛰는데도 늘 괜찮다고 한다.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렇게 고군분투해 주는 우리 선수들이 기특하고 고맙다"라고 칭찬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이제 오는 12일 홈에서 IBK기업은행과 경기를 가진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8일 수원에서 현대건설과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현대건설 내 코로나 대규모 확진으로 인해 경기가 연기됐다. 시즌 목표로 삼았던 5승까지 이제 2승 남았다. 페퍼저축은행은 엘리자벳과 함께 시즌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사진_대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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