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트라우마, 유망주의 알을 깨고 나온 KGC 정호영

이정원 / 기사승인 : 2022-04-04 1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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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던 KGC인삼공사 정호영. 하지만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팬들에게 많은 욕을 듣기 일쑤였다. 그녀 역시 “욕먹는 건 이제 아무렇지 않다”라고 할 정도다. 절치부심으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2020-2021시즌을 통째로 날린 적도 있다. 예전의 힘들었던 모든 기억을 털어내고, 이제는 꽃길만 걸으려 한다. 이제야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찾은 정호영은 KGC인삼공사는 물론이고, 대표팀 중앙도 탄탄히 책임질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유망주의 알을 깨고, 미래의 한국 대표 미들블로커를 꿈꾸는 정호영. <더스파이크>가 풍파를 이겨내고 밝은 내일을 꿈꾸는 정호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부상 트라우마는 이제 없어요”
건강하게 돌아온 정호영

Q. 정말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호영 선수 데뷔 시즌이었던 2019-2020시즌부터 코로나가 모두를 힘들게 하네요.
신인 시즌 때부터 코로나가 터졌잖아요. 그때는 100명만 나와도 심각했어요. 지금은 하루에 25만 명씩 나오잖아요.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보다 지금 마음이 더 떨리고,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코로나라는 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거잖아요. 기약이 없어요. 한 달이면 한 달, 일주일이면 일주일.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모르니 그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Q. 이제 올 시즌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해요. 데뷔 후 이렇게 많은 경기를 소화한 건 처음인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올 시즌이 세 번째 시즌인데 데뷔 시즌을 치른 느낌이었요. 뭔가 익숙한 데뷔 시즌?

Q.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했는지도 궁금해요.
시즌 초반에는 ‘실수만 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부상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또한 ‘어제 잘했는데 오늘은 못 하네. 운이었네’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요. 그래서인지 경기 못 하는 날에는 정말 짜증이 나요(웃음).

Q. 조금 있다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부상 트라우마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트라우마는 제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어요. 전 다쳤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즌 시작 전에,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코트에 들어가는 게 무서웠어요. 속공이 빠르기도 하고, 다칠까 봐 겁도 났어요. 제가 왼쪽 무릎을 다쳤잖아요. 라이트 공격 블로킹을 뜰 때마다 ‘또 다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무섭지 않아요. 지금은 다리가 기둥에 부딪히든, 어떻게 되든 그냥 이 공을 처리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전혀 아프지 않아요.

Q. 올 시즌을 치르면서 호영 선수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광주에서 열렸던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이랑 5라운드 현대건설전이요. 페퍼저축은행전에는 선발로 들어갔잖아요. 물론 잘한 건 아니지만 득점이 많이 나서 기억이 남고요. 현대건설전은 긴장을 조금 했지만, 4라운드 풀세트 패배를 반복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양)효진 언니 하나만 보고 경기했던 것 같아요. 제가 못 하더라도 팀이 이기면 되잖아요. 수비도 그렇고 모든 부분을 악착같이 했던 것 같아요(정호영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서 14점을 올렸고, 5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는 블로킹 6개 포함 13점을 기록했다).

Q. 올 시즌 활약이 좋다 보니 팀 동료 박은진 선수를 비롯해 현대건설 이다현, 흥국생명 이주아 선수와 함께 차세대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4인방으로 불리고 있어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좋죠. 하지만 전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요. 세 선수는 리그는 물론이고 국제 대회에 나간 경험이 있어요. 충분히 점검이 된 선수들이에요. 하지만 전 아직 아니에요. 리그, 국제 대회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고 봐요. 그럼 부담감도 덜 느끼지 않을까요?

Q. 세 선수보다 나은 점, 부족한 점이 있다면요.
높이는 확실히 앞서죠. 그런데 미들블로커는 높이만 가지고 하는 건 아니에요. 높이에서 장점은 있지만 기본기나 이단 연결, 네트 플레이가 아직 미숙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유망주 소리 듣던 정호영
“정말 욕이란 욕은 다 먹었죠”

Q. 중·고교 시절 호영 선수는 한국 최고의 유망주로 불렸어요. 주위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 같은데요.
진짜 중학교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어떻게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고, 어떤 경기를 나가는지 다 아는 게 신기했어요. 팬분들이나 배구인들의 기대가 있었잖아요. 고등학교 진학하고, 프로에 입단한 후에도 잘 풀리지 않으니 그런 기대가 반갑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그때 스포트라이트가 어느 정도였나요.
기사가 많이 나오다 보니 코치님이나,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컸던 것 같아요. 기사에 나왔으니 건방지고 해이해질까 봐 두 배로 혼나고, 두 배로 훈련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니 당연히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고요. 독하게 자랐죠.

Q.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왔어요. 그러나 데뷔 시즌에 익숙지 않은 윙스파이커 포지션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기에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 어떻게 했는지 영상을 다 찾아봤어요. 중학교 때는 제가 중앙에서 경기를 했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는 윙스파이커도 하고, 블로킹은 미들블로커에서 하고, 공격은 아포짓에서만 하고요. 리시브만 안 했어요. 리시브는 면제받았어요. 같은 학교였던 (박)혜민 언니, (이)예솔 언니가 리시브를 다 책임졌어요. 팀 사정상 미들블로커를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윙스파이커로 뛰기에는 리시브가 안 됐고요.

Q. 사실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도 조금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요.
사실 그런 말을 제가 한 적은 없어요. 윙스파이커로 뛰지도 않았는데…그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부담감은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 했어요.

Q. 데뷔 시즌 때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제가 중학교 때 배구를 시작했어요. 6년 동안 리시브를 아예 안 하다가 프로 와서 3~4개월 바짝 하고 리시브를 해야 했으니 정말 쉽지 않았어요. 남들은 배구 10년 해도 리시브가 어렵다고 하잖아요. 저는 3~4개월하고 경기에 들어갔으니 못 하는 게 당연했죠. 경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공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어요. 데뷔 시즌 때는 경기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오늘은 또 내가 어떤 실수를 할까’라는 무서움이 컸던 것 같아요.


또 서브를 받고 공을 때리는 거랑, 안 받고 때리는 거랑 정말 다르거든요. 받고 공격 위치에 들어가니 공격에서 엇박이 나기 시작했고, 이전과 다르게 센터 블로킹도 도와줘야 하고요. 그리고 윙스파이커는 할 일이 많아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Q. 신인 시절에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겠네요.
어렸을 때부터 욕이란 욕을 다 먹어서 욕먹는 부분에 대해서는 면역력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제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나갔을 때 정말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리고 프로 와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물론 1년 차 때는 암울했지만 이후에는 ‘욕먹을만 하니까 욕먹겠지’라는 마인드로 경기를 임해요.

Q. 데뷔 시즌 끝나고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어요. 이영택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나요.
휴가 마치고 팀에 돌아와 감독님과 면담을 했어요. 감독님께서 앉자마자 ‘난 네가 미들블로커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바로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어요. 전 지금까지 윙스파이커가 제 옷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누군가 대신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Q. 어릴 때 미들블로커로 포지션 변경을 꾀할 기회가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도 미들블로커 할 기회는 있었던 것 같은데,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봐요. 또 주위에서 ‘제2의 김연경’이라고 하니 그런 영향으로 인해 변경 기회를 놓친 것 같아요.

Q. 이제는 아포짓, 윙스파이커 공격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웃음). 다시 포지션을 바꾸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중앙에서도 할 게 많아요. 작은 공격, 큰 공격은 물론이고 시간차도 할 수 있고요. 블로킹은 계속하고요. 윙스파이커, 아포짓에서 맛볼 수 있는 쾌감을 중앙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재활은 힘들다
“현타, 뜻 없는 우울감도 왔죠”

Q. 중앙에서 준비를 잘 했는데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과 홈 개막전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어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호영 선수는 물론이고 팀 구성원 모두가 안타까워했는데요.
넘어지고 나서 든 생각이 ‘아, 큰일 났다’ 였어요. 경기 보셔서 아시겠지만 무릎이 정말 많이 꺾였어요. 경기장에서는 크게 소리 지르며 아프다고 했는데, 앰뷸런스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데 억울한 감정이 드는 거예요. 진짜 오랜만에 주전으로 나섰는데 다친 거잖아요. 가는 길에 (황의성 홍보) 팀장님에게 ‘제 부상 영상 좀 보여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팀장님은 제가 충격을 받을까 봐 안 보여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정말 괜찮으니 보여달라’ 하니까 보여주셨는데 제가 착지를 잘못해 넘어진 거잖아요. 너무 답답했어요. 거리 조절 잘 하고, 흥분을 안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억울했어요.

Q. 팬들 마음도 많이 아팠을 텐데, 팬들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잖아요.
SNS 등을 통해 연락 주셨는데 하루에 200통이 넘도록 왔어요. 또한 광주에서 훈련받는다는 기사가 나간 후에는 병원에서 만나면 힘내라고 응원 보내주시고요. 제가 모든 팬분들의 메시지를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어떤 팬 한 분의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호영 선수가 죄송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 기다리겠다. 우리는 정호영, 그 자체를 좋아한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힘이 됐죠.

Q. 재활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재활에서 힘든 점은 ‘내 몸 상태가 정말 좋아지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하루에 몇 백 번씩 들어요. 재활 초기에는 광주에서 재활을 했잖아요. ‘늦게 들어온 친구들보다는 낫구나’라는 위안을 얻기도 하는데, 팀에 돌아오니 다시 현타가 오더라고요. 문 하나만 건너면 배구를 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뜻 없는 우울감이 왔어요.

Q. 어떻게 보면 선수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부상 후 재활 기간이라고 하는데, 호영 선수는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려 했나요.
그냥 버텼던 것 같아요. 저는 이겨냈다고 할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호영이는 밝은 애야. 다쳤지만 괜찮아’ 이런 느낌이었어요. 혼자 방에 있으면 정말 우울해요. 야간에 나가 보강 훈련도 할 수 없고, 또 친구들은 경기에서 잘해서 인터뷰도 하고 연봉도 올라가는 거 보면서 ‘난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팬들이 보내준 메시지를 보며 힘을 얻으려 했던 것 같아요.

Q. 아버지도 농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도 배구 선수 출신이잖아요. 같은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해준 말이 있나요(아버지 정수연 씨는 중학교 때까지 농구를 했으며, 어머니 이윤정 씨는 실업리그 미도파에서 뛰었던 적이 있다).
아빠는 ‘내 새끼 짱’이라고 말한다면, 엄마는 강해요. 제가 잘하는 날, 못 하는 날 상관없이 칭찬보다는 지적을 해주세요. 프로파일러, 전력분석관 같은 느낌이에요. 저의 경기를 보고 수비 자세, 공격 타이밍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또 엄마는 제 경기만 보지 않아요. 모든 경기를 다 보시고, 다 기록하세요. 한 선수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선수 한 명, 한 명의 장점을 저에게 다 이야기해 주세요. (정)대영 언니, (양)효진 언니, (배)유나 언니 플레이를 많이 닮길 바라세요.

Q. 재활하면서 본 배구는 어땠나요.
밖에서 보면 ‘와, 저게 안 된다고’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웃음). 팬분들이 이런 기분이겠다는 걸 느꼈어요. 하는 거랑 보는 거는 달라요.

 

Q. 밖에서 보면서 코트에 들어가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 같아요.
상대에 연속 득점을 허용하고 분위기가 다운됐을 때는 제가 들어가 뛰고 싶었어요. 2021 KOVO컵에서 느꼈던 게 한동안 안 뛰었던 제가 들어오니 당황하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키가 크니 높이에서 힘을 줄 수 있잖아요.

Q. 지금까지 선수 생활하면서 배구하기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했을 때랑 데뷔 시즌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시안게임 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첫 성인 대회 출전이었어요.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못했고, 또 아포짓으로 선발됐거든요. 공격력이나 폼, 각도가 모두 안 나오는 거예요. 국가대표는 연습을 하는 데가 아니고,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러 가는 곳이잖아요. 언니들이 상대에 맞게 훈련을 하고 있을 때 저는 아포짓 포지션에서 공격 훈련을 했어요. 훈련 시간에 아포짓 연습을 하고, 경기 때는 그거에 적응하느라 또 아무것도 못 하고요. 그때가 조금 힘들었어요.

Q.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이겨내려 하나요.
제가 잘했던 경기 영상을 보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최근 경기 영상도 보고 2021 KOVO컵 영상도 찾아보고요.


“요즘은 매일매일이 재밌어요”
“제 동생도 잘 봐주세요”

Q. 배구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20대 정호영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면요.
처음 20살이 되었을 때 술도 마셔보고, 그동안 해본 적 없던 화장도 어깨너머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키가 크다 보니 맞는 옷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키 큰 언니들도 충분히 이쁘게 잘 꾸미고 다니잖아요. 꾸미는 법도 배우고 있고요.

Q. MBTI는 뭐예요.
ENFJ요. 상상력이 많아요. 드라마 ‘지금우리학교는’에 좀비들이 막 나오잖아요. 내가 저 상황이면 어떨지, 좀비들과 대화로 위기를 풀어갈 수 있을지 등을 상상해 본적도 있어요.

Q. 배구 안 했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초등학교 졸업 이후부터는 배구 빼고 해본 게 없어요. 그래도 대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을까요. (산더미 같은 과제, 자신 있나요?) 팀 프로젝트하면 제가 다 할 것 같아요(웃음). 남이 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답답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어서요.

Q. 요즘 즐겨 하는 취미가 있나요.
최근에는 드라마 ‘그해 우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보고 있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펜싱을 다루고 있잖아요. 같은 스포츠다 보니 공감 가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드라마도 자주 보고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책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자기개발서나 에세이는 잘 안 보고요.

Q. 동생도 배구 선수인데, 팬들에게 동생 소개 좀 해주세요.
동생 이름은 정소율이고 지금 선명여고 3학년이에요. 포지션은 세터, 키는 저보다 작아요. 한 170cm 정도? 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어요. 저보다 배구를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기본기가 좋아요. 또 동생이 점프 서브를 하는데 리시버들이 받기 힘들어하는 서브에요. 낙차가 크거든요.

Q. 팀에 선명여고 출신들이 많아요. 옛날이야기도 많이 할 것 같은데요.
매일매일이 재밌어요. 예전에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 국제 대회 나갔던 것도 이야기 많이 하고, 고등학교 때 사고쳤던 이야기도 하고요.

Q. (고)민지, 혜민, 은진 선수와 함께 만든 ‘블랙펑크’ 영상이 팬들의 큰 화제를 불러 모았어요. 추가 영상은 언제 올라오나요.
어떤 팬 한 분이 친한 네 명이서 영상 하나 찍어주기를 바랐어요. 우리끼리 장난식으로 ‘우리가 블랙핑크는 아니니 펑크 난 거 같으니까 ‘블랙펑크’로 하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조회 수가 잘 나왔어요. 편집자분이 ‘열일’ 해주셔서 인기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효진 언니 닮고 싶어요”
“모래성 다지는 느낌으로 미래 준비하겠다”

Q. 배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떤 분이 기억에 남나요.
배구를 처음 하라고 권유해 주신 김일성 감독님이 떠올라요. 지금 페퍼스타디움 코트매니저일을 하고 계신데 제가 광주체중으로 올 수 있게 많은 힘을 주신 분이에요. 그리고 이영택 감독님과 이동엽-박민범-이승현-김달호 코치님에게도 감사해요. 감독님, 코치님들은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들으세요. 기분 좋은 날은 몰라도 안 좋은 날은 마음이 닫힐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감독님, 코치님들은 절대 선수 탓을 안 하세요. 그저 ‘욕받이는 우리가 하면 된다’라고 하세요. 훈련할 때는 훈련만 할 수 있게 힘을 주시죠. 또한 저는 공 10번을 받지만 코치님들은 그 공을 18명에게 10번씩 때리는 거니 180번을 때리는 거잖아요.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 늘 감사함을 가지고 있어요.

Q. 다음 시즌 잘 하기 위해서는 비시즌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번 시즌을 준비할 때는 재활이 메인이었어요. 체력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죠. 뛸 수도 없었고, 진짜 배구를 하기 위해 훈련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모래성 다지는 느낌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죠. 블로킹도 더 훈련하고요.

Q. 호영 선수는 어떤 선수로 크고 싶나요.
양효진 언니를 닮고 싶어요. 블로킹은 1등이라고 생각해요. 효진 언니는 코트 보는 시야가 정말 말이 안 돼요. 빈 곳을 본다고 다 그렇게 넣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실행으로 옮기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효진 언니 장점에 제 장점을 더하고 싶어요.

Q. 국가대표 욕심은 없나요.
국가대표도 좋지만, 일단은 팀에서 주전 한자리를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는 없잖아요. 조금씩 시야를 넓히며 최선을 다해야죠.

Q. V-리그에 있으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고등학교 때는 우승을 밥 먹듯이 했어요. 그때는 우승 한번 못하면 거의 실패한 시즌이라고 했거든요. 프로에서는 우승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데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Q. 호영 선수 배구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본다면요.
확 잘했다가 안 보이는 것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꾸준히 오래 살아남고 싶어요. 매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되고, 기록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코트 위를 오래오래 지키고 싶어요. 다친 데 없이 ‘저 선수, 꾸준히 오래 잘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천년만년 배구를 하고 싶지만, 그래도 35살에서 38살까지는 하고 싶어요.

Q. 어느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못 했던 말, 속 시원하게 할 시간을 드릴게요.
데뷔 시즌부터 지금까지 순탄치만은 않은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늘 따끔하게 지적해 주시는 감독님, 팀 언니들, 코치님 그리고 우리 팀원들까지 모두 진심으로 감사해요. 또한 불안정한 선수라고 생각할 때 좋은 말로 힘을 주시는 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언제나 늘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호영 프로필
생년월일 2001. 08. 23
소속 KGC인삼공사
출신교 광주체중-광주체고-선명여고
포지션 미들블로커
프로 지명 2019-2020시즌 KGC인삼공사 1라운드 1순위 지명
주요 경력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19~ KGC인삼공사


글. 이정원 기자
사진. 홍기웅·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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