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용인/강예진 기자] “지훈이 장점은 똘끼”...“은렬이 형의 모든 걸 뺏어오고 싶어요.”
대한항공에 ‘무한 똘끼’를 장착한 리베로 한 명이 합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삼성화재에 황승빈을 내주고 2021-2021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리베로 박지훈(23)을 맞교환한 것. 박지훈을 유독 반긴 건 리베로 오은렬(24)이었다.
오은렬과 박지훈은 경기대 선후배 사이. 2년 만에 다시 한 팀에서 만나게 됐다. 팀 합류 소식을 듣고 난 후 오은렬은 “반가웠죠”라면서 박지훈을 반겼고, 박지훈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친한 선배가 있었기에 적응이 더욱 수월했다.
박지훈은 “트레이드되면 팀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은렬이 형이랑, 재영이 형이 있어 편했어요”라면서도 “근데 처음 왔을 때 짐이 엄청 많아서 은렬이 형한테 도와달라고 전화했는데 자고 있더라고요”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경기대 재학 당시, 리베로였던 오은렬과 달리 박지훈은 팀 사정상 윙스파이커에서 뛴 경기가 많았다. 오은렬은 그런 박지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유독 박지훈에게 애정을 퍼부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은렬은 “포지션 자체가 리베로인데, 윙스파이커로 뛰면서 지훈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리베로로 잘할 수 있는 선순데, 선배들을 받쳐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더 잘 챙겨줬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지훈은 “은렬이 형이 유독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운동 끝나면 해야 할 게 많은데 저만 쏙 빼주면서 피시방에 가자고 하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말하자 오은렬은 “지금 그런 말 할 타이밍이 아니잖아...”라며 어이없다는 듯 박지훈을 바라봤다.
박지훈은 프로 데뷔시즌이었던 2020-2021시즌 삼성화재 주전 리베로로 자리 잡았다. 신인답지 않은 당돌함과 주눅 들지 않은 플레이가 고희진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6경기 143세트를 소화하면서 리시브 효율은 34.17%.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박지훈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제대로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아요.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잖아요. 프로에 와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에 비하면 저는 행복했죠. 경험도 쌓였으니 그걸 토대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오은렬은 박지훈의 마음을 이해한다. 오은렬 역시 신인 때부터 기회를 받기 시작해 프로 2년차엔 확고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35경기 132세트 출전, 리시브 효율 45.17%).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겨낸 결과는 달콤했다. 오은렬은 “사실 이 팀에서 리베로라는 자리가 쉬워 보일 수 있는데 워낙 잘하는 형들이 많아서 고생 많이 했거든요. 지훈이는 이제 그걸 잘 알아서 극복해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전했다.
탄탄한 리시브를 자랑하는 곽승석, 정지석과 함께 코트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에 든든함을 느낀 박지훈. 그는 “처음 왔을 때 승석이 형이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당돌하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옆에 계신 것만 해도 든든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오은렬 역시 “두 선수가 옆에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복 받은 거죠. 형들한테 많이 배울 수 있고, 안되는 게 있으면 형들이 채워주시고. 그러면서 우리도 발전하고. 우리 같은 후배가 올라오면 형들처럼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요”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후방 라인을 책임져야 할 두 선수다. 박지훈은 오은렬의 모든 걸 뺏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그는 “제가 알던 은렬이 형이 있는데, 프로에 와서 보니까 성장한 모습이 딱 보이는 거예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배울 건 배우고 파이팅이랑 모든 걸 다 뺏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오은렬은 박지훈의 ‘똘끼’를 언급하면서 “코트 안에서 당돌하기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는 지훈이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해요. 얘는 단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똘끼가 장점이라고 봐요. 저는 그런 걸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박지훈이 오은렬을 ‘반쪽’이라고 비유하자 오은렬은 오글거린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대학교 때부터 ‘우리가 프로에 갈 수 있을까, 같은 팀에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어요. 이렇게 좋은 팀에서 다시 뭉치게 돼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배구 인생 끝까지 얼굴 보면서 함께하고 싶어요”라고 정성스레 답했다.
사진_용인/강예진 기자, 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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