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선수 형이랑 워낙 오래 했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그리고 이번 시즌은 진짜 힘들었지만 마무리를 해피엔딩으로 할 수 있어 좋아요."
대한항공 곽승석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남긴 말이다.
곽승석의 말처럼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창단 후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시즌 전까지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프전 우승 1회를 기록했지만 통합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해 2%의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젠 통합우승까지 달성함으로써 V-리그 최강의 팀임을 입증했다.
대한항공이 우승을 거두기까지 많은 선수들이 활약했다.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 정지석, 비예나의 공백을 200% 메운 임동혁, 대한항공 중심 한선수, 대체 외인으로 들어와 맹활약을 펼친 요스바니까지 모두가 잘했다.
하지만 이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곽승석이다. 곽승석의 헌신이 대한항공을 이끌었다고 말해도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곽승석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으뜸이다. 올 시즌 36경기(140세트)에 출전해 366점, 공격 성공률 49.36%, 리시브 효율 42.77%(6위), 디그 1위(세트당 2.243개)에 올랐다. 수비 부문 역시 2위다. 뒤에서 묵묵하게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곽승석이다.
정규리그 MVP 정지석은 "선수 형도 정규리그 MVP를 꼽을 수 있다면 승석이 형이라고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승석이 형은 모든 선수에게 귀감이 된다. 가장 저평가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고맙다"라고 이야기했다.
챔프전 우승 직후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가진 곽승석은 "대한항공 구성원 모두가 원하는 통합우승을 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사실 우리가 챔프전에 오른 적이 많아 통합우승을 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매번 놓쳐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행히 해내 기쁘다"라고 웃었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순탄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 시즌 에이스였던 비예나가 부상으로 빠지며 이탈했고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는 횟수가 많았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대한항공 국내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곽승석은 "비예나가 떠난 후 요스바니가 오기 전까지 힘들면서도 가장 재밌었다.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챔프전 다섯 경기를 일주일 동안 치러야 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와이프가 몸이 안 좋음에도 챔프전에 집중하라고 별로 이야기를 안 했다.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곽승석이 있기에 대한항공의 공수도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곽승석은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나는 그냥 내 자리에서만 잘 하면 된다. 올 시즌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 좋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힘들 때마다 힘을 주는 아내와 두 명의 딸이 있기에 곽승석은 그 어느 순간에도 힘을 낸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두 딸 서하(5), 주하(3)와 그런 두 딸을 케어해주는 아내 이정아 씨의 존재는 곽승석의 배구 인생에 있어 큰 원동력이다.
곽승석은 "딸을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고 웃음이 나온다. 딸들은 나에게 행복하고 소중한 존재다. 와이프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나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애들도 돌봐주고, 나에게도 편하게 운동하라고 많은 말을 안 한다. 집밥과 약도 많이 챙겨준다. 내 곁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 고맙다"라고 웃었다.
곽승석이 가족들과 나누는 사랑처럼, 대한항공에서도 곽승석과 티격태격하며 찰떡궁합 호흡을 보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한선수다.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고, 서로를 아는 두 선수다. 한선수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차기 주장 후보로 곽승석을 거론할 만큼, 곽승석에 대한 애정(?)을 표한 바 있다.
곽승석은 "선수 형이랑은 워낙 오래 했다. 나에게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나도 선수 형을 도와주고, 선수 형도 나를 도와준다. 내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게 도와준다. 평소에 이야기도 많이 한다. 선수 형이 차기 주장 후보로 나를 이야기했는데 내가 절대 안 한다고 했다. 형이 주장을 계속해야 내가 편하다"라고 웃었다.
힘들었던 시즌을 마치고 달콤한 휴가를 준비 중인 곽승석이다. 곽승석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가족들과 여행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외출 및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현 상황에서 곽승석은 집에서라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끝으로 그는 "운동선수 와이프는 언제나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별말 없이 도와줘 고맙다. 딸들도 아빠랑 놀고 싶을 때가 많을 텐데 항상 기다려줬다. 항상 파이팅 하라고 하는데, 그간 고생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비시즌 가족들과 많은 시간 보내면서 다음 시즌 준비하겠다"라고 웃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곽승석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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