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입니다” 부용찬X정성현, 완벽히 맞물리는 두 퍼즐 조각

안산/김희수 / 기사승인 : 2025-03-08 00: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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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필요하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자극도 된다. 부용찬과 정성현은 그런 존재다.

수비 전담 리베로와 리시브 전담 리베로를 따로 두는 투 리베로 체제는 남녀부를 가리지 않고 종종 활용되는 선수 구성이다. 이번 시즌 남녀부 14개 팀 중 이러한 투 리베로 체제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팀은 단연 OK저축은행이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부용찬과 리시브에 강점이 있는 정성현이 번갈아 나서며 팀의 후방을 지킨다.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치러진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도 두 선수는 함께 코트를 지켰다. 늘 그랬듯 정성현은 리시브 상황에서, 부용찬은 수비 상황에서 제몫을 했다. 정성현은 5개의 엑설런트 리셉션과 5개의 디그 성공을, 부용찬은 5개의 엑설런트 디그를 기록하며 좋은 장면들을 여러 차례 만들어내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는 두 선수가 함께 들어왔다. 먼저 부용찬은 “이기면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데, 그간 대한항공전에서 많이 이기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 승리를 오늘만큼은 만끽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정성현 역시 “지난 시즌 4라운드 이후로 계속 지다가, 이번 시즌의 마지막 라운드에 이겼다. 기분이 좋다. 대한항공을 만나면 늘 어려운 경기를 해왔는데, 우리도 잘했고 상대도 좀 부담을 느낀 것 같다. (부)용찬이 형 말처럼 오늘은 승리를 만끽하겠다”고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부용찬은 역대통산 디그 성공 3500개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여오현과 최부식이라는 두 전설적인 리베로만이 가지고 있던 기록을 부용찬도 달성하면서 V-리그의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부용찬은 “이런 누적 기록들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색다른 기분이다. 그만큼 내가 코트 위에서 오랫동안 뛰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성현 역시 대기록 달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엑설런트 리셉션과 엑설런트 디그를 합친 누적기록인 수비성공에서 역대통산 5000개 달성까지 이날 경기를 끝내고 5개만을 남겨뒀다. 정성현은 “내가 오래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된다. 아마 다음 경기에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것도 하나의 동기부여로 삼아서 다음 경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대기록을 달성했거나 달성할 예정인 두 베테랑 리베로는 언제나 OK저축은행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후방을 지켜왔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된 두 선수다. 팀의 주장인 부용찬은 “(정)성현이는 팀을 이끄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되는 선수다. 내가 뭔가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먼저 선수들에게 지적해야 할 부분 같은 걸 캐치해서 메시지를 전한다. 주장 경험이 있는 선수라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성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성현 역시 이에 화답했다. 그는 “용찬이 형을 고등학교 때부터 봐왔다.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저 형처럼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배우려고 했다. 같은 팀이 되고 나서는 서로의 약점을 메워주는 존재가 됐다. 일종의 경쟁자이면서도 팀에는 함께 플러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렇게 좋은 리베로 파트너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부용찬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표현했다.

끝으로 두 선수는 남은 세 경기에 임하는 목표도 전했다. 캡틴 부용찬은 “지금 순위 경쟁에서 밀려 있는 상태기 때문에 선수들이 다가오는 경기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프로인 우리에게 이건 의무고, 또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도 여전히 계신 만큼 끝까지 열정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팀을 이끄는 것이 목표”라며 프로페셔널한 각오를 밝혔고, 정성현은 “6라운드가 되니 아픈 데가 조금씩 생긴다(웃음). 남은 세 경기는 부상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바람을 전했다.

정성현은 부용찬에게 없는 것을, 부용찬은 정성현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두 선수는 마치 홈과 튀어나온 곳이 딱 맞물리는 퍼즐 조각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팀의 후방을 지킨다. 두 선수의 공존이야말로 OK저축은행이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수비 지표에서만큼은 상위권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사진_안산/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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