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이 코트 위를 날았다. 이젠 2년 연속 통합우승을 향한 도약을 준비한다.
대한항공은 25일 안산 상록수 체육관에서 열리는 OK금융그룹 경기에 앞서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이 왼쪽 발꿈치에 통증을 느끼며 결장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짓기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한 중요한 경기였지만, 대한항공은 외인의 공백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올 시즌 ‘더블 헤머’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링컨과 함께 대한항공 오른쪽 날개를 책임진 또 다른 망치, 토종 아포짓 임동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동혁은 이날 경기에서 1세트부터 상당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공격 활로를 책임졌다.
2세트 경기력은 완벽했다. 10점에 성공률 100%를 달성했다. 마지막까지 맹폭을 가한 임동혁은 양 팀 최다 득점인 23점, 67.74%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자랑하며 셧아웃 승리에 앞장섰고, 안산에서 1위 축포를 터트렸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임동혁은 “우리가 정규리그 1위라는 성과를 이뤄서 좋다. 하지만 1위의 기쁨은 오늘까지만 누리겠다. 챔프전을 준비해서 한 번 더 통합우승을 해내고 싶다”라고 정규리그 1위 소감을 들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에 이어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선임하면서 2년 연속 외국인 감독과 함께했다. 선수들은 지난 산틸리 감독과 180도 다른 분위기 속에서, 그리고 ‘빠르고 스마트하게’라는 새로운 배구 방식을 접했다.
임동혁은 “감독님께서 노력을 많이 하셨다. 우리와 소통을 많이 하면서 계속 맞춰나갔다. 선수라면 감독님이 어떤 훈련을 요구하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호흡한 게 좋은 기록을 넘어 성적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올 시즌 첫 경기부터 코트를 밟았지만, 임동혁은 아포짓이 아닌 윙스파이커에 자리했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처음 받아봤던 리시브였기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책임감을 더 만들어줬다.
“직접 받아보니까 형들이 힘들게 받아주는 만큼 잘 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아포짓으로 돌아왔을 때 책임감이 더 생겼다. 또한 멘탈도 좋아졌다.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좋은 날도 왔다”라면서 “이번 시즌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과 함께 어려움도 있었던 시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임동혁에게는 계속해서 기회는 찾아왔다. 주전으로 경기를 나서는 시간이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교체로 들어가도 오래 코트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임동혁은 올 시즌 득점 9위(419점), 공격 5위(53.72%)에 이름을 올렸고,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38점)과 성공률(73.68%)까지 갈아치웠다. 기록 상으로도 증명된 성장 추세는 본인 스스로도 느꼈다.
임동혁은 “공격이 통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에 들어갔을 때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느낌도 생겼다”라면서 달라진 부분을 말했다.
뒤이어 “데뷔 초에는 막히기 시작하면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이젠 주전으로 뛰면서 안됐을 때도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여러 돌파구를 알아냈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좋아졌기에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임동혁은 정규리그 1위의 기쁨을 길게 누리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더 남은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 5일 챔피언결정전의 막을 연다. 다섯 번째 정규리그 트로피를 거머쥐고, 여덟 번째 챔프전 무대를 밟는 대한항공. 임동혁이 맞이하는 ‘계양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_안산/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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