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꿈꾸는 '195cm 유망주' 어르헝 “한국에서의 배구가 즐거워요”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7 0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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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몽골에서 온 장신 유망주 어르헝은 또 다른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지난 4월 21일 막을 내린 2021 태백산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이하 태백산배)에서는 많은 선수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장신 선수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목포여상 2학년에 재학 중인 어르헝(195cm, MB)이 그 주인공이다.

어르헝은 2019년 12월 한국에 입국했다. 몽골에서 배구를 한 지 2년 만에 택한 한국행이었다. 목포여상 정진 감독은 “몽골은 클럽 배구 형태다. 정식 엘리트 배구는 한국에서 처음 배우고 있다. 이제 1년 반 정도 된 셈이다”라며 “처음에는 점프 서브도 잘 안 되고 A 속공도 잘 구사하지 못했다”라고 어르헝이 처음 한국을 밟았을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아직 근력도 부족한 편이지만 습득이 빨라 주문하면 그대로 흡수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정진 감독의 설명이다. 블로킹 시 상대 공격을 따라가는 속도나 전반적인 움직임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2019년 12월 한국에 들어와 2020년 소가야배 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낸 어르헝은 태백산배를 통해 2021년 첫 공식 대회를 치렀다. 이번 태백산배에서는 다른 역할을 소화했다. 미들블로커 역할을 기본적으로 소화함과 동시에 일부 로테이션에는 윙스파이커처럼 리시브를 받고 공격도 측면에서 시도했다.

최종적으로 자리를 잡을 포지션은 미들블로커지만 이처럼 경기를 소화한 건 구력이 짧은 어르헝이 실전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경험하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정진 감독은 당분간 이러한 기용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르헝은 많은 빈도는 아니지만 리시브도 받았고 측면에서 오픈성 공격을 처리하기도 했다. 리시브는 부족한 부분이 분명했고 측면에서 시도하는 공격도 불안정한 부분이 있었지만 큰 신장에서 오는 위력은 확실했다.

블로킹에서는 신장의 강점이 확실히 드러났다. 고교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높이다 보니 1대1 상황에서도 여러 차례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국내 선수 중 최장신이 192cm인 김연경임을 떠올리면 어르헝의 신장에서 오는 강점은 굉장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아직 세터와 호흡이 완전하지 않은 부분은 있었지만 속공과 이동 공격 역시 꾸준히 시도했고 들어갔을 때 위력은 상당했다. 어르헝이 중앙과 측면에서 힘을 보태면서 목포여상은 이번 태백산배에서 4강에 올랐다.


대회에 나서며 한국 생활에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어르헝. 그는 “한국 날씨나 함께 뛰는 팀원 모두 좋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어는) 이제 좀 괜찮아졌다. 이제는 많이 알아들을 수 있다”라고 한국어 실력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특히 코트 위에서 즐거움을 키워가고 있다. 어르헝은 “(한국에서 배구하는 게) 너무 재밌다. 팀원들도 모두 잘해준다. 여기서 뛰는 게 좋고 경기할 때 정말 재밌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배구선수를 꿈꾸는 어르헝. 프로 진출이라는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역시 한국 국적 취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르헝은 한국 양부모에게 입양돼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쪽으로 준비 중이다. 이미 어르헝을 입양하겠다는 한국인 부모도 있다. 정진 감독은 “최근 몽골에 계신 어르헝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눴고 이렇게 선택하게 됐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서류는 준비했고 이틀 후에 해당 절차를 진행할 변호사를 만나 어르헝과 입양해주실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진 감독은 입양 절차가 이뤄지기까지 약 반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입양 절차를 마친 이후에는 특별귀화를 신청해 최종적으로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과정을 거친다. 「국적법」 제7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외국인 양자가 입양 당시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으면 특별귀화 요건에 해당하여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여자배구에는 박은진(187cm), 이주아, 이다현(이상 185cm) 등 180cm대 중후반 신장을 보유한 유망한 미들블로커 자원이 다수 등장했다. 여기에 195cm에 달하는 신장을 지닌 어르헝도 한국에서 배구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면 이는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배구의 즐거움을 키워가고 있는 어르헝.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 진행=김하림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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