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하는 시즌 1위팀 관행과 달리 대대적 변화 선택
신영철 감독, 세터진 약화 감수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 개편
다음 시즌 리시브 라인 강화되지만 그만큼 공격력도 약화될듯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직후 변화를 선택했다. 정상 정복한 팀으은 보통 안정을 택하던 관례와 다른 노선을 잡은 게 이례적이다.
우리카드가 지난 29일 삼성화재와 4대3 트레이드에 합의하자 배구계가 놀랐다. 대형 트레이드의 한 축이 시즌1위를 차지한 우리카드여서 그렇다.
우리카드는 노재욱과 황경민, 김광국, 김시훈을 삼성화재로 보내고 이호건과 류윤식, 송희채를 영입했다. 2019~2020시즌과 비교하면 주전 윙스파이커 황경민, 주전 세터 노재욱이 팀을 떠났다. 세터진은 2019~2020시즌 노재욱이 결장할 당시 빈자리를 잘 메운 하승우와 새로 합류한 이호건이 채운다. 황경민이 빠진 윙스파이커 자리는 한성정과 류윤식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는 류윤식 합류로 수비에서 좀 더 안정감을 늘렸고, 송희채 영입은 향후 나경복 입대 후에 대한 구상으로 읽혀졌다. 신영철 감독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보다 멀리보면서 팀 체질을 개선하기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류윤식 영입으로 윙스파이커진에 경험을 더했다. 2019~2020시즌 팀 중심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나경복은 유지하면서 주로 곁을 지닌 황경민 대신 류윤식이 합류했다. 신영철 감독이 대한항공 시절 함께한 경험이 있는 류윤식은 공격에서 위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리시브에 강점이 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기 전 세 시즌(2015~2018)에 모두 리시브 시도 1,000회 이상을 기록하면서 리시브 효율은 50% 이상이었다. 신 감독 기대처럼 리시브는 이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신 감독은 블로킹에서도 더 나을 것이라고 평하면서 공격도 외국인 선수와 나경복 뒤를 잇는 세 번째 옵션임을 고려하면 류윤식이 공격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는 5월 18일 현역 입대 예정인 송희채는 추후 나경복이 입대할 때를 대비한 자원이다. 신 감독은 나경복이 2~3년 더 활약한 후 입대한다면 제대하는 송희채가 이를 메운다는 계산이다. 송희채는 2019~2020시즌 비시즌부터 계속된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이전까지는 공수 균형이 어느 정도 잡힌 자원으로 평가됐다. 신 감독은 “송희채는 감각 있는 선수다. 군대에 다녀와서도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전 라인업 두 자리가 바뀌는 만큼 차기 시즌 성적을 좌우할 변수는 늘어났다. 특히 트레이드 결과로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세터진은 이전 두 시즌과 비교해 변수가 크다.
2018~2019시즌 도중 합류해 2019~2020시즌까지 소화한 주전 세터 노재욱은 허리 부상 변수는 있지만 실력은 V-리그 정상급이었다. 나경복과 황경민 등 젊은 윙스파이커들이 이전보다 나아진 공격을 선보인 데에는 노재욱의 힘도 있었다.
다음 시즌 우리카드 주전 세터를 누가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 감독은 기존 하승우와 이호건이 주전 세터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가능성은 보여줬다. 하승우는 2019~2020시즌 노재욱이 허리 통증으로 결장할 당시 네 경기 연속 주전으로 나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호건은 2017~2018시즌 신인왕 출신이고 이후에도 한국전력 주전 세터로 나섰다. 이전에도 이호건 영입을 원한 바 있는 신 감독은 센스가 좋은 선수라고 평하기도 했다.
잠재력은 있지만 주전 세터로서 노재욱보다 ‘물음표’가 많은 두 선수다. 하승우는 세터로 한 시즌 전체를 소화한 적이 없다. 이호건은 신인왕 이후 성장세가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만큼 주전 세터에서 오는 변수는 커졌다.

신 감독 역시 차기 시즌 팀 운영에서 세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주전 세터를 두고 경쟁할 이호건과 하승우 중 한 명이 치고 올라와 주전 자리를 꿰차야 한다고 밝혔다.
류윤식의 공격력도 차기 시즌 지켜봐야 할 요소다. 황경민이 2019~2020시즌 리시브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친 만큼 황경민에서 류윤식으로 바뀐 데서 오는 공격력 감소는 체감될 수도 있다. 신 감독이 차기 시즌 좀 더 강력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는 데에는 이런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송희채 역시 현재로서는 '물음표'가 붙을 만한 상황이다. 현역으로 입대하기 때문에 제대 후 몸 상태와 기량이 어떨지는 미지수이다. 신 감독은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크게 우려하진 않는다. 현역을 다녀와도 몸 상태만 준비됐다면 해낼 수 있다. 송희채의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영입한 선수들을 향한 믿음을 보냈지만 주전 라인업 두 자리가 바뀌는 만큼 변수가 늘어난 건 분명하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라인업에서 변화를 시도한 만큼 비시즌부터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더스파이크_DB(유용우, 박상혁, 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