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4년간 챔피언 1회, 정규리그 1위 2회 등 대한항공 전성시대 구축
대한항공-현대캐피탈 3년 연속 챔피언전으로 신라이벌 구도 형성
기혼선수 출퇴근제, 자율훈련 등 박기원식 훈련문화 도입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대한항공과 박기원(69) 감독이 4년에 걸친 여정을 마무리했다.
대한항공은 29일 2019~2020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박기원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박기원 감독은 이로써 4년간 이어진 대한항공 감독 생활을 마감했다.
2016년 60대 중반 나이에 대한항공에 부임한 박 감독은 “40대 감독 같은 패기는 없을지라도 열정은 뒤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터뷰를 시작으로 팀을 열정적으로 이끌었다.그는 열린 마인드로 선수들과 소통했고 팀내 자율적인 훈련문화를 도입했다. 훈련과 휴식의 철저한 구분, 기혼선수 출퇴근제로 대표되는 박기원식 자율배구는 이제 대한항공의 색깔로 자리잡았다.
대한항공은 박기원 감독 체제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박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두 시즌 대한항공은 4위에 머물렀다. 박 감독 부임 첫 시즌이었던 2016~2017시즌에는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잠시 주춤하던 팀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맞이한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7~2018시즌, 4라운드 종료 시점까지 4위에 머무는 등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5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며 반등에 성공했고 5라운드에 벌린 승점차를 바탕으로 3위를 지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화재에 1차전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100%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2, 3차전을 모두 세트 스코어 3-1로 잡으며 시리즈를 뒤집었다. 이어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차전을 내줬지만 2~4차전을 모두 3-0으로 잡아내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 감독은 자신의 40년 감독 커리어에서 첫 챔피언 타이틀을 확보함과 동시에 대한항공에도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타이틀을 안겨줬다.
이어지는 두 시즌에도 대한항공은 상위권을 지켰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하며 통합우승에는 실패했다.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 최종 순위는 2위로 기록됐지만 시즌이 재개됐다면 1위 등극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박 감독은 대한항공에서 네 시즌을 보내는 동안 정규리그 1위 두 차례와 세 번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박 감독이 부임한 이후 대한항공은 한선수를 필두로 곽승석-정지석과 함께 스피드 배구를 구사했다. 특히 정지석은 이 기간에 리그 최정상급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현대캐피탈과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는 등,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펼친 라이벌리도 V-리그 볼거리 중 하나였다.
이처럼 박 감독과 대한항공이 함께한 4년은 주로 좋은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컵 대회 포함 현재 V-리그에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박 감독은 “우승했던 순간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라고 돌아보면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연습했기에 4년 동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라고 대한항공 선수단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대한항공 지휘봉은 내려놨지만 여전히 한국 배구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떠나지만 백전노장 박기원 감독의 배구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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