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돌고 돌아서 만났다. 대한민국 세터 계보를 이끈 한선수와 유광우가 대한항공에서 동행길에 나선다.
대한항공이 지난 2일 삼성화재로부터 유광우를 영입함으로써 남자배구를 대표해온 세터 한선수-유광우 동거시대가 열렸다. 학창시절과 프로팀에서 라이벌로 지냈던 두 선수가 서른을 훌쩍넘겨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유광우는 이번에 프로 세 번째 팀을 맞았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유광우는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끈 주인공이다. 2017년 박상하의 보상 선수로 우리카드로 이적했고 2년 후인 올해 대한항공으로 다시 한 번 이적하면서 새로운 배구 인생을 맞았다.
유광우의 이적으로 대한항공의 기둥이자 대표팀 세터인 한선수의 존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두 선수는 1985년생 동갑내기로 대학 시절부터 라이벌로 불려왔다. 유광우와 한선수가 프로에서 같이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 무대를 양분했던 한선수-유광우, 프로에서는 어땠나
한선수는 한양대, 유광우는 인하대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더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건 유광우다. 유광우는 세터로서 장점인 안정감이 돋보였다. 당시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은 인하대 배구부 감독 시절 가르쳤던 유광우를 일찌감치 점찍었다.
2007~2008시즌에는 확률 추첨제를 시행하였다. 성적의 역순으로 확률 추첨권을 부여했다. 준프로팀이었던 한국전력, 2006~2007시즌 우승 팀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이 50%, 대한항공이 35%, 삼성화재가 15%를 부여받았다.
LIG손해보험이 1순위로 김요한을 뽑았다. 2순위는 대한항공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삼성화재가 2순위 행운을 잡았다. 삼성화재는 세터 최태웅을 보유하고도 유광우를 지명했다. 반면 한선수는 1라운드를 건너 뛰고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대한항공은 유광우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선수와 진상헌을 묶어 삼성화재에 유광우를 요청했지만 당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성적은 지명 순위와 상관없었다. 유광우가 데뷔 후 두 시즌 동안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는 사이, 한선수는 주전 세터였던 김영석(은퇴)이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단숨에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유광우가 본격적으로 경기에 뛴 시즌은 2009~2010시즌이었다.
유광우는 2009~2010시즌 이후 주전 세터 최태웅이 박철우의 FA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로 가면서 주전으로 올라갔다. 이후 가빈, 레오와 완벽한 호흡을 펼치며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한선수도 팀 내 주전 세터를 넘어 국가대표 주전으로 올라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지난해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다녀왔다.
두 선수가 조금씩 엇갈린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유광우는 2017~2018시즌 박상하의 보상 선수로 정든 삼성화재를 떠나 우리카드로 이적했다. 이적 후 첫 시즌과는 달리 2018~2019시즌에는 한국전력에서 이적한 노재욱에 밀리며 코트 위에서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한선수는 2017~2018시즌 대한항공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겼고 2018~2019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지명 당시 상황과 180도 달라진 현재다.

처음으로 호흡 맞추는 두 선수, 대한항공에 우승 안겨줄까
이제 한선수와 유광우는 대한항공을 위해 달린다. 유광우는 이적 발표와 동시에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유광우 합류 전 대한항공의 최대 고민은 세터였다. 주전 세터 한선수를 뒷받침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황승빈이 지난 4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고, 2년차 세터 최진성을 믿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한선수는 내년 1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 나설 대표팀 합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유광우가 공백을 메워줄 적임자로 낙점받았다고 할 수 있다.
두 선수가 프로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은 지금껏 국가대표팀에서만 만났을 뿐이다. 한선수와 유광우가 대한항공의 사상 첫 통합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그들의 동행은 시작됐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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