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삼성화재가 아쉬운 경기력으로 대한항공에 무릎 꿇었다. 더욱 아쉬웠던 건 시즌 초부터 지적된 문제가 아직까지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22일 홈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경기를 1-3으로 패했다. 승점 획득에 실패한 삼성화재는 상위권과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V-리그 남자부 순위
1위 대한항공 (승점 65, 22승 10패, 잔여경기 4)
2위 우리카드 (승점 60, 19승 13패, 잔여경기 4)
3위 현대캐피탈 (승점 59, 22승 9패, 잔여경기 5)
4위 삼성화재 (승점 46, 16승 16패, 잔여경기 4)
지난 경기 패배로 삼성화재는 3위로 올라갈 수 있는 수가 사라졌다. 남은 네 경기를 모두 이겨도 3위 현대캐피탈의 현재 승점을 넘기지 못한다.
이제 남은 봄 배구 진출 경우의 수는 단 하나, 3위와 4위 간 승점 차이가 3점 이내일 경우에만 열리는 준플레이오프다. 2, 3위 팀이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한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화재가 승점 10점 이상을 따면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다른 팀 패배를 기대해야하는 상황. 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사실상 삼성화재의 플레이오프는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경기는 결과를 떠나 내용 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삼성화재다. 최근 발목이 좋지 않아 직전 경기를 결장했던 박철우가 복귀하면서 총력전을 기대했지만, 힘없이 무너졌다. 1, 2세트를 잃은 뒤 3세트를 확보하며 한 차례 추격은 성공했지만, 엄밀히 말해 3세트는 대한항공이 자멸했던 세트였다. 3세트는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삼성화재보다 리시브효율이 떨어졌던 세트였고, 범실 역시 두 배가 많았다. 어렵게 3세트를 확보했던 삼성화재는 4세트 다시 확 떨어진 경기력을 보였고, 결국 25-15라는 큰 차이로 경기를 내줬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역시 타이스 활용이었다. 타이스는 이날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장점인 공격에서 빛이 나지 않았다. 기록으로 드러난 범실은 없었지만 상대에 거듭 블로킹 득점을 허용했다. 본인 스스로도 조급해졌는지 실수 후 화를 많이 내는 모습이 보였다.
1, 2세트를 스타팅 멤버로 시작한 타이스는 결국 끝까지 코트를 지키지 못하고 교체 아웃됐다. 이후 4세트 후반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 제대로 뛰지 못했다. 타이스는 이날 6득점, 공격성공률은 38.46%에 그쳤다.
타이스는 ‘리시브가 약한 윙스파이커’다. 공격력 하나만큼은 그 어느 외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리시브가 약해 다른 리시버들이 담당해야 할 범위가 넓어진다. 타이스 리시브가 흔들리게 되면 세터들에게도 곤욕이다. 가뜩이나 김형진-황동일 세터가 강하지 않은 삼성화재에게는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또 남자부에서 2인 리시브는 결코 쉽지 않다. 단순히 보면 두 명이 리시브를 받고 외국인선수와 박철우 두 쌍포가 공격을 전담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보여주는 시스템인데, 남자부는 여자부와 달리 서브가 훨씬 강력하다. 두 명이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 올 시즌 삼성화재로 이적해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송희채의 리시브 효율이 커리어 로우(45.92%, 송희채 통산 리시브효율은 55.63%)인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말 뛰어난 리시버가 있지 않은 한, 쏟아지는 강서브를 버텨내는 건 어렵다.
이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그럴 때마다 삼성화재는 고준용을 타이스 대신 투입해 리시브에 안정을 꾀했지만 이 방법은 결코 능사가 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에이스 공격수가 빠지면서 화력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데, 그런 선수를 빼야한다는 것은 팀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밖에는 안 된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남은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는 좀 더 생각이 필요하다. 타이스를 제외하고 리시브 안정성을 높이는 식으로 갈 건지, 혹은 다른 방법을 택할 것인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시즌 초 드러난 문제에 대한 해답은 마지막까지도 나오지 않은 셈이다.
지난 경기서 보였던 삼성화재와 선두 대한항공 사이 경기력 차이는 지켜보는 팬들에겐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무기력했던 경기 내용이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던 한 판이었다.
사진_대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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