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마지막 6라운드만을 남겨놓은 V-리그.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싸움은 그 끝을 모르고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V-리그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는 해설위원들은 2018~2019시즌을 어떻게 봤을까.
외국인 선수 활약에 울고 웃은 5라운드
5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우리카드는 승점 59점 동률을 이루었다. 승수에 따라 현대캐피탈(22승)이 1위, 대한항공(20승)이 2위, 우리카드(19승)가 3위로 5라운드를 마쳤다. 4라운드 종료 시점 1위였던 현대캐피탈은 2위 대한항공과 승점 4점 차이, 우리카드는 2위에 승점 3점 뒤진 3위였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5라운드 5승 1패 승점 15점을 획득하는 사이 현대캐피탈이 3승 3패 승점 8점 획득에 그치며 차이가 사라졌다. 대한항공은 4승 2패 승점 12점으로 1위와 승점 차이를 없애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세 팀의 5라운드 성과는 각 팀 외국인 선수 활약에 따라 달라졌다. 5라운드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승점(15점)을 따낸 우리카드 상승세 요인에는 나경복, 한성정 등 국내 선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선수 활약 덕분에 아가메즈가 라운드별 기준 가장 적은 공격 시도(198회)와 득점(131)을 기록하고도 우리카드는 많은 승을 챙길 수 있었다. 아가메즈가 200회 미만의 공격 시도를 기록한 건 5라운드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가메즈가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지금의 상승세가 가능했다는 게 이세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의 생각이었다. 이세호 위원은 “다른 선수들도 많이 올라왔지만 아가메즈가 많은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우리카드가 치고 나갈 수 있었다. 팀을 독려하고 함께 이끌고 있다. 아가메즈는 50%에 육박하는 공격 점유율에 공격 성공률은 5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역할이 크다”라며 “우리카드 경기를 다른 선수가 도와주지 못해도 아가메즈의 힘으로 해결하는 경기도 있다. 아가메즈 페이스가 떨어지면 치고 올라올 힘은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확실히 치고 나가지는 못했지만 현상 유지에 성공했다. 우선 1위와 승점 차이를 없애며 나름 만족스러운 5라운드를 보냈다. 흔들릴 뻔한 상황도 있었지만 워낙 주전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크게 구멍인 포지션이 없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는 게 이종경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김상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의 의견이었다.
5라운드 들어 가스파리니가 조금 살아난 모습을 보인 것도 대한항공에는 긍정적인 요소였다. 가스파리니는 5라운드 경기당 26.17점으로 라운드별 기준 가장 높은 경기당 득점을 기록했다. 라운드별 공격 성공률도 2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50% 이상을 기록했다(51%). 서브 에이스도 5라운드 총 20개를 기록하며 2라운드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을 남겼다. 이종경 위원은 “가스파리니는 지금보다 공격력이 크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브가 이전보다 잘 들어가고 있고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올려준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5라운드의 가스파리니를 돌아봤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힘겨운 5라운드를 보냈다. 신영석이 4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KB손해보험전에서 부상을 입어 5라운드를 모두 빠졌고 문성민도 부상으로 5라운드 세 경기에 결장했다. 두 선수는 아직 복귀 시기가 불투명하다. 특히 신영석 결장과 함께 김재휘도 부상 복귀 이후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 따라 중앙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주포 파다르마저 5라운드에 크게 흔들렸다. 5라운드 세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50% 미만을 기록했고 특히 5라운드 우리카드전에는 공격 성공률 27.27%에 그쳤다. 5라운드 전체 공격 성공률도 47.2%에 그쳤다. 주축 선수 공백 속에 좀 더 힘을 내줘야 하는 파다르가 흔들리자 팀도 버티지 못했다.
김상우 위원은 “파다르가 지금 정도의 성적에 그친다면 현대캐피탈도 쉽지 않다. 좋은 선수지만 흔들릴 때는 크게 흔들린다”라고 평가했다. 이세호 위원 역시 “현대캐피탈 5라운드 부진은 신영석 공백도 있지만 파다르 결정력이 떨어진 것도 크다. 외국인 선수가 공격 성공률 50% 이하로 떨어지면 팀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세터 영향이라고만 보기에는 앞선 라운드는 성적이 좋았다. 본인도 많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현대캐피탈에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태웅 감독이 ‘스피드 배구’로의 회귀를 밝힌 14일 OK저축은행전에서 파다르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당시 파다르는 19점, 공격 성공률 55.17%를 기록했다. 최 감독 역시 경기 후 “오늘 파다르가 한 플레이가 우리가 원하던 배구였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가 많은 역할을 차지하는 만큼, 6라운드 역시 외국인 선수 활약에 따라 팀 성적도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순위 경쟁 좌우한 각 팀의 불안요소는?
5라운드 거칠 것이 없던 우리카드였지만 그 안에서 드러난 불안요소도 분명 있었다. 이종경 위원은 우리카드가 5라운드 유일하게 패한 6일 대한항공전을 예로 들며 우리카드가 가진 불안요소를 짚었다.
특히 나경복과 노재욱의 호흡을 언급하며 “당시 나경복이 많이 흔들렸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노재욱과 호흡이 안 맞았다. 볼을 너무 빠르게 주니 오히려 타점이 잡히지 않고 상대 블로킹에 걸렸다. 5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삼성화재전도 비슷한 모습이 나오며 교체됐는데, 그 점이 아쉽다”라고 설명했다.
이세호 위원은 대한항공의 불안요소로 정지석의 체력을 들었다. 정지석은 특히 공격에서 일부 기록이 떨어지며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팔꿈치 부상으로 5라운드 한 경기 결장한 정지석은 5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66점에 그쳤다. 경기당 13.2점으로 라운드별로 봤을 때 가장 떨어졌다. 서브 위력도 시즌 초반에 못 미쳤다(5라운드 서브 에이스 총 4개).
“대한항공은 4라운드까지 정지석 위주로 팀이 돌아갔다. 정지석이 무너지면 대한항공도 흔들린다. 이전보다 팀에서 짊어진 짐이 많고 시즌 중반까지 본인이 팀을 이끌었다. 지칠 만도 하다”라는 게 이세호 위원의 의견이었다. 아울러 이세호 위원은 “가스파리니가 5라운드 반등을 계기로 활약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지석에게 부담이 간다. 다행히 5라운드에 김학민이 백업으로 활약이 좋았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가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가스파리니가 다시 부진하다면, 정지석도 시즌 초반만큼 치고 나갈 힘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주변 선수들의 도움을 강조했다.
5라운드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현대캐피탈은 많은 내용이 불안요소로 언급됐다. 앞서 언급한 파다르의 부진과 함께 신영석 결장과 김재휘 컨디션 난조에 따른 미들블로커 문제도 현대캐피탈이 흔들린 원인이었다. 특히 5라운드에 겪은 2연패는 중앙 문제가 극대화된 경기였다. 리드 블로킹에 큰 약점을 보이며 중앙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상대 공격에 무너졌다.
시즌 내내 현대캐피탈에 붙어 다니는 세터 문제도 함께 언급됐다. 특히 이종경 위원은 “현대캐피탈이 5라운드에 상위 세 팀 중 가장 흔들린 건 세터 영향이 크다. 세터가 불안하니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5라운드 이승원과 이원중이 번갈아 가며 선발로 나섰지만 꾸준히 믿음을 준 선수는 없었다. 김상우 위원 역시 세터 문제를 짚었다.
끝까지 갈 1위 경쟁, 세 팀의 전망은?
세 해설위원은 5라운드 우리카드 기세를 높이 사며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김상우 위원은 현재 우리카드 전력이 다른 팀과 비교해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꼭 직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세호 위원은 “우리카드가 현재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지만 플레이오프는 다른 무대다. 게다가 우리카드 선수들 대부분은 플레이오프 경험이 없다. 챔피언결정전까지 노린다면 직행을 노려야 한다. 정규리그 우승을 목표로 가야 한다”라고 경험의 측면을 들어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경 위원은 세 팀 중 안정감은 가장 뛰어난 대한항공을 높이 평가했다. 이종경 위원은 “가스파리니가 지금 이상으로 좋아지기는 힘들지만 크게 무너지지도 않는 팀이 대한항공이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충분히 노려볼 팀이다”라고 대한항공의 안정감을 높이 샀다.
현대캐피탈의 6라운드와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전 가능성을 높이 산 의견도 있었다. 이세호 위원은 “현대캐피탈이 5라운드 가장 불안했던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승률은 가장 높다.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뜻이고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는 팀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신영석과 문성민이 6라운드 중반에 돌아와 플레이오프까지 뛸 수 있다면 지금이 마냥 나쁜 상황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악재를 털고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희망적인 부분을 짚었다.
사진/ 더스파이크_DB(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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