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덕이 치켜세운 세터 이호건 … 한국전력의 시즌 3번째 승리에 숨은 사연

서영욱 / 기사승인 : 2019-02-08 0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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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볼 분배로 현대캐피탈 격파에 한 몫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V-리그 남자부 꼴찌 한국전력은 가뭄에 콩나듯 이긴다. 올시즌 29경기에서 3승을 맛보았을 뿐이다. 한국전력이 이기면 빅뉴스가 되고, 그 때마다 승리의 주역으로 '고독한 에이스' 서재덕이 지목받곤 한다.


서재덕은 7일 수원 홈경기에서 선두 현대캐피털을 3-0으로 격파하는 이변 연출에도 선봉에 섰다.19득점으로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 선수다. 공격 성공률도 55.17%로 준수했고 블로킹도 3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서재덕이 꼽은 수훈갑은 따로 있었다. 세터 이호건(23)이다.이호건이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덕에 338일 만에 현대캐피탈을 3-0으로 꺾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서재덕은 이날 경기후 수훈갑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바로 세터 이호건을 언급했다. 서재덕은 “최근 두 경기에서 (이)호건이가 많이 흔들렸다. 본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운을 뗀 후 “하지만 오늘은 볼 분배가 완벽했다. 그래서 상대 블로킹이 따라오기 힘들었다. 경기 전에 속공도 과감하게 쓰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맞아떨어졌다. 더불어 측면 공격수도 살아났다”라고 이호건을 수훈갑으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호건에게 종종 싫은 소리를 했던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 역시 “호건이가 적재적소에 속공도 잘 섞으면서 경기 운영을 잘해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호건이 연출한 한국전력 속공 성공률 100%
기록에서도 이날 이호건의 경기 운영이 효과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한국전력의 속공 비중은 전체 공격 시도 중 8.8%(6/68)로 낮았지만 성공률은 100%였다. 현대캐피탈은 더 많은 빈도로 속공을 시도했지만(전체 공격 시도 중 속공 비중 16.9%, 14/83) 성공률은 떨어졌다(속공 성공률 35.7%, 5/14).

지난 1월 18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시즌 2승째를 거둘 때처럼, 이날도 최홍석을 활용한 중앙 후위 공격이 빛을 발했다. 당시 77.8%의 후위 공격 성공률(7/9)을 기록한 최홍석은 당시보다 후위 공격 시도는 적었지만 성공률은 높았다(후위 공격 성공률 75%, 3/4).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 현대캐피탈은 부상 중인 신영석 대신 미들블로커 경험이 적은 허수봉이 주전으로 나오고 김재휘도 발목 부상에서 복귀 이후 컨디션이 완전치 않아 리드 블로킹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호건은 측면 공격수가 중앙으로 파고들어 때리는 시간차 공격을 활용하며 재미를 봤다.

실제로 이호건은 경기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신영석이 결장하면서 생긴 약점을 노리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들이 기록한 블로킹은 전체 7개 중 2개(차영석, 김재휘 각각 1개)에 불과했다. 신영석의 공백이 느껴짐과 동시에 이호건의 볼 배분이 효과를 봤음을 알 수 있는 수치이다.




세터의 본분인 경기 운영 외에도 서브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이호건은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서브를 시도했다(17회). 그만큼 이호건의 서브 타이밍에 많은 득점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1세트 20-20, 3세트 22-20에서 세트를 따내기까지 마지막 서브는 모두 이호건의 몫이었다. 서브 득점은 없었지만 효과적인 서브를 구사해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다. 특히 3세트 23점째를 올린 최석기의 득점도 이호건의 서브에서 시작했다.

이처럼 이호건은 경기 운영과 서브를 통해 세터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반면 현대캐피탈 선발 세터 이원중과 교체 투입된 이승원은 교대로 코트를 들락날락했다.

2017~2018시즌 신인왕 출신 이호건의 올 시즌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노재욱이 전광인 보상 선수로 합류하자 그는 백업 세터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2018년 11월 4일 우리카드전에서야 1세트부터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이후 2018년 11월 11일 노재욱이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는 두 시즌 연속 주전 세터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호건은 프로 무대에서 여전히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를 밟고 있다. 이호건이 남은 시즌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이번 시즌 한국전력의 잔여 경기는 물론 다음 시즌 전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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