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패배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았다.
KB손해보험은 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2018~2019 도드람 V-리그 5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를 치렀다. 5라운드를 2연승으로 시작한 KB손해보험은 내심 3연승을 0-3으로 패해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트 0-3 스코어만큼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10점차로 패한 1세트를 제외하면 2세트 20-24로 뒤진 상황에서 승부를 듀스까지 끌고 갔고 3세트도 마지막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각각 2년차, 신인 듀오인 김정호(22)와 한국민(22)이 있었다. 김정호는 2세트 1-6으로 뒤진 상황에서 손현종을 대신했고 한국민은 15-20으로 끌려가던 시점에서 펠리페와 교체됐다.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한국민이었다. 첫 득점을 후위 공격으로 올린 한국민은 21-24에서 날카로운 서브를 연달아 날리며 팀의 득점을 이끌었다. 서브 에이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대 리시브를 크게 흔들었고 팀의 연속 득점을 이끌었다. 한국민 서브 타이밍에 KB손해보험은 25-24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민은 비록 마지막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혔지만 이전까지 팀의 추격전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격차를 좁혔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3세트에는 김정호도 가세했다. 김정호는 아가메즈의 블로킹을 잡아내는 등 팀의 첫 8점 중 3점을 책임졌다. 서브 에이스도 한 개를 추가하며 자신이 가진 강점도 보여줬다. 김정호는 3세트에만 7점을 올리며 팀이 세트 중반까지 앞서는 데 일조했다. 이날 한국민은 공격 성공률 66.67%에 7점, 김정호 역시 7점에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크게 주목할 수준은 아니지만 두 선수는 이날 KB손해보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임에는 분명했다.
젊은 두 선수의 활약은 KB손해보험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시즌 내내 국내 선수들 활약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주전 윙스파이커로 나서는 선수들의 공격력이 아쉬웠다. 황두연은 4라운드 경기당 6.8점에 그쳤고 손현종도 최근 여섯 경기 중 10점 이상 올린 경기가 한 경기에 불과하다. 최근 합류한 정동근은 KB손해보험에서 뛰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고 리시브 부담도 커 공격에서 당장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한 경기지만 국내 선수가 공격에서 활약을 보인 것이기에 의미가 큰 것이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역시 두 선수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권 감독은 “두 선수 모두 가능성이 충분하다. 좋은 기회를 잡아 오늘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했다. 경기 감각만 좀 더 올리면 더 잘할 선수들이다. 훈련 때도 두 선수는 열심히 한다”라고 칭찬했다.
한국민은 2018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했다. 하지만 시즌 초에는 기존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이강원과 강영준, 이후에는 펠리페 합류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2일 경기가 본인 데뷔 이후 최고 활약을 펼친 경기였다.
김정호 역시 지난 2018년 11월 9일 트레이드를 통해 KB손해보험에 합류한 이후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일 기록한 7점은 이전에도 세 차례 기록한 바 있지만 이날만큼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트레이드 이후 경기력만 놓고 보면 가장 좋은 경기는 2일 우리카드전이었다.
KB손해보험은 아포짓 스파이커와 윙스파이커에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 시즌은 아포짓 스파이커에 외국인 선수인 펠리페가 나오지만 다음 시즌에도 함께할지는 알 수 없다. KB손해보험은 권순찬 감독 체제에서 외국인 선수로 윙스파이커인 알렉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시즌 주전 윙스파이커로 가장 많이 나선 손현종과 황두연은 모두 군 문제가 남아있다. 그때를 대비해 대안이 필요하다.
두 선수가 이런 활약을 자주 보여준 건 아니다. 이날 보여준 경기력 이상을 보여줘야 주전까지 꿰찰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젊은 선수들이고 한 경기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수 있다. 올 시즌 남은 아홉 경기에서 두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KB손해보험의 다음 시즌 그림도 달라질 수 있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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