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현지] 대한항공이 다시 날았다. 세터 한선수(34)가 정교한 배분으로 이륙을 선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9일 OK저축은행과 맞대결에서 3-1로 승리하며 1위 현대캐피탈(승점 51점, 19승 6패)와 동점을 이뤘다. 승수(17승 9패)에서 밀려 2위 자리 머물렀지만, 다시 선두 싸움에 불을 지피며 통합우승이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유독 OK저축은행 앞에서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OK저축은행이 구사하는 강서브에 밀려 앞선 네 번의 맞대결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다섯 번째 맞대결에서도 리시브가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날 기록한 리시브효율(32.35%)은 대한항공의 올 시즌 평균 리시브효율(48.16%)에 크게 밑돌았다. 대한항공의 고질적인 문제인 범실(32개)도 여전히 많았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이 승점 3점을 온전히 챙길 수 있었던 건 공격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20득점), 정지석(13득점), 김규민(11득점), 곽승석(10득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종잡을 수 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공격성공률 또한 58.82%로 OK저축은행(49.45%)에 우위를 보였다. 직전 경기에서 공격성공률 30% 초반을 기록하며 나란히 부진했던 정지석과 곽승석도 이날은 나란히 공격에서 10득점을 기록, 공격성공률 58.82%, 62.5%로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한선수는 이날 ‘최고세터’라는 수식어를 입증하듯 신들린 세트를 배달했다. 그는 흔들리는 리시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우 날개와 중앙을 고르게 활용했다. ‘고른 배분’은 수치로 증명됐다. 아포짓 스파이커 가스파리니의 점유율이 32.94%, 윙스파이커 정지석(20%)과 곽승석(18.82%)이 38.82%, 중앙(김규민 12.94%, 진성태 7.06%)이 20%를 기록했다.
공격점유율 20%를 책임진 김규민과 진성태는 공격성공률 81.81%, 66.67%로 순도 높은 공격으로 OK저축은행의 빈틈을 공략했다. 이날 네 세트 동안 OK저축은행이 대한항공의 공격을 가로막은 건 단 10번(블로킹 4득점, 유효블로킹 6번)뿐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두 배 이상 많은 23번(블로킹 9득점, 유효블로킹 14개)이나 OK저축은행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날 한선수는 16번의 속공을 올렸고, 김규민과 진성태는 각각 8번, 4번 득점으로 연결했다(성공률 75%). 경기가 끝난 후 만난 김규민은 “(한)선수 형이 리시브가 흔들린 공도 속공으로 연결을 잘해줬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공격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선수는 경기후 “자신감 있게 속공을 썼더니 센터(미들블로커)들도 자신감 있게 떠줬다”라고 김규민과 진성태를 칭찬했다.
연패를 끊고 다시 정상을 향한 질주를 시작한 대한항공, 앞으로 남은 정규리그 열 경기에서도 한선수의 정교한 배분이 지속된다면 공격수들의 해결능력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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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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