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대전/이현지 기자]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선수들이 두 팔을 걷었다.
대전충무체육관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축제’, 2018~2019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이하 올스타전)을 빛내기 위해 남녀부 13개 구단에서 40명의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V-리그 스타들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팬들이 이른 아침부터 문정성시를 이뤘다. 3,963석이 마련된 대전충무체육관에 정원보다 약 700명 이상 많은 4,702명이 찾아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올스타전은 남녀부 13개 구단이 각각 K스타와 V스타라는 이름의 두 팀으로 나뉘어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K스타에는 대한항공, 삼성화재,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 KGC인삼공사가 포함됐다. V스타에는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KB손해보험, OK저축은행, 흥국생명, GS칼텍스, IBK기업은행이 한 팀을 이뤘다.
기대감 100% 충족한 올스타전
올스타전 공식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되지만, 일찌감치 모인 팬들을 위해 선수들이 먼저 팬들에게 다가갔다. 지태환(삼성화재), 이민규(OK저축은행), 이호건(한국전력), 최은지(KGC인삼공사), 안혜진(GS칼텍스), 이원정(한국도로공사)이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핀버튼을 나눠주기 위해 체육관 입구로 나섰다. 정지석(대한항공)과 노재욱(우리카드), 이재영(흥국생명)은 검표소어세 팬들을 맞이했다.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선수들 주변에는 삽시간에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민규는 “여자 선수들에게는 남자 팬들이, 남자선수들에게는 여자 팬들이 주로 모이셨다. 꼬마 여자아이에게 핀버튼을 주려고 했는데 아이가 원하는 선수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체육관 내부에서는 올스타전의 단골 메뉴, ‘소원을 말해봐’가 진행됐다. 박상하, 타이스(이상 삼성화재), 파다르(현대캐피탈), 이소영(GS칼텍스), 김해란(흥국생명), 오지영(KGC인삼공사)가 차례로 등장해 본 행사를 앞두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소원을 말해봐’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건 셀럽파이브로 변신한 오지영이었다. 오지영은 함께 셀럽파이브 춤을 추고 싶다는 팬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완벽한 무대를 꾸몄다. 오지영의 수준급 춤 실력에 충무체육관을 가득 채운 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파다르 감독-덕큐리-의외의 교체멤버…눈을 뗄 수 없는 경기
올스타전 본 경기는 여자부의 맞대결로 시작됐다. 경기 초반은 V-리그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랠리가 진행되던 중, 지난해 올스타전 세리머니상 수상자인 파다르(현대캐피탈)가 여자부 감독으로 나섰다.
파다르는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선수교체, 비디오 판독, 작전타임을 모두 사용했다. 파다르는 KBSN 스포츠 오효주 아나운서를 경기에 투입하기도 하고, 작전타임을 부르기도 했다. 작전타임에서는 “수비 조금 뒤로, 준비 조금 빠르게, 똑바로 해!”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작전 지시에 나섰다. 파다르의 가르침(?)을 받은 V스타 여자부 선수들은 1세트를 승리로 이끌었다.
남자부 분위기 메이커가 파다르였다면, 여자부는 알레나가 있었다. 알레나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서서히 흥을 끌어 올리다가 1세트 종료 후 쉬는 시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카메라를 독차지하며 화끈한 섹시 댄스로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남녀부 혼성으로 진행되는 2세트에서는 지난 시즌 MVP 정민수가 V스타의 에이스로 나섰다. 1년을 기다려온 공격 기회를 100% 활용하며 올 시즌 세리머니상에 대한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서재덕이 ‘덕큐리’가 되어 코트 위로 나섰다.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일부를 패러디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세리머니상 수상자인 파다르는 올스타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새긴 타투를 처음 공개하며 한국 사랑을 뽐냈다. 파다르의 세리머니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트와이스의 ‘Likey'와 선미의 ‘가시나’ 안무를 췄던 파다르는 올해 모모랜드의 ‘뿜뿜’ 안무를 준비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올스타전의 재미 중 하나는 역시 ‘예상치 못한 이벤트’다. 올 시즌에도 다양한 교체멤버들이 코트에 발을 들였다. 첫 번째 교체선수는 배유나의 선택을 받은 남성팬이었다. 배유나는 팬에게 공을 건넨 뒤 관중석에 앉아 열띤 응원을 보냈다. 다음 주자는 타이틀스폰서 도드람의 마스코트인 도람이. 정지석의 공격을 얼굴에 맞은 도람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조재성(OK저축은행)이었다. 오랜 시간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조재성은 땀범벅이 됐지만 관중을 사로잡는 미모는 그대로였다. 이소영은 올스타전 진행요원에게 자신의 서브권을 넘겨주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3세트 경기. 남자선수들만 치르는 경기이지만 남자선수 못지않게 서브와 리시브에 강점이 있는 김해란(흥국생명), 안혜진, 오지영이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오지영은 전광인(현대캐피탈)의 강서브를 받아내 이호건에게 완벽히 전달할 뿐만 아니라 팀의 주포 역할까지 도맡았다. V스타가 계속 오지영의 공격을 받아내자 옆에서 지켜보던 김규민(대한항공)이 “더 앞에서 때려”라고 소리치자 체육관을 메운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
올스타전의 즐거움은 코트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올스타전 중계를 맡은 SBS스포츠는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 이재영, 이다영(현대건설)을 특별해설위원으로 깜짝 등장시켰다. 첫 주자를 맡은 문성민은 “오늘 댓글을 보고 은퇴 후 해설위원을 고려해보겠다”라며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입담을 자랑했다. 이다영은 중계석에서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의 성대모사를 선보이며 장난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축제의 즐거움에 시상의 기쁨까지
3세트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한 건 V스타였다. V스타는 앞선 두 세트를 모두 따내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스타전 웃음 지분이 가장 많았던 서재덕이 남자부 세리머니상과 MVP를 독차지했다. 서재덕은 “팬들에게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올스타전에 왔다.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아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팬들이 준 상이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받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여자부 세리머니상은 오지영이, MVP는 이재영이 각각 수상했다. 올스타전에서 그동안 숨겨온 공격본능을 발휘했던 오지영은 “팬들에게 재밌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공격을 했고 나도 재밌게 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재영은 “(이)다영이가 세리머니를 덜 했기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보여주고 싶었던 건 다 보여줬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 2세트가 끝난 후 진행된 남녀부 스파이크 킹&퀸 컨테스트에서는 문정원(한국도로공사)과 최익제(KB손해보험)이 최강자에 등극했다. 문정원은 속도측정기계의 오류(?) 덕분에 문성민이 지난 2016~2017시즌 기록한 123km를 뛰어 넘는 124km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달성했다. 최익제는 강력한 우승 후보 파다르의 서브가 범실로 이어지면서 115km로 스파이크 서브 킹에 올랐다.
공식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올스타전은 팬투표로 올스타전에 참가한 14명의 선수와 함께 하는 팬사인회로 막을 내렸다. 팬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선수들은 사인과 함께 사진도 찍고 짤막한 대화를 나누면서 올스타전을 마무리지었다.
사진/문복주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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