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배구동아리 ‘스파이크’, 역경 딛고 하루하루 성장하다

이광준 / 기사승인 : 2018-07-15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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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시험기간에 돌입한 6월 중순.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 데 배구보다 효과적인 운동은 없는 모양이다.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책에서 벗어나 체육관에 모이는 이들이 있다. 날씨가 더워지는 만큼 나무들도 무성한 초여름의 계절.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동국대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동국대학교 체육교육과 소속 배구동아리 스파이크는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일어났다. 2012년 처음 만들었지만 구성원을 찾지 못해 사라졌다 2015년 재탄생했다. 다시 3년이 지났다.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코치를 초빙할 여건이 되지 않아 선수 출신 학생들이 주도해 훈련을 이끈다. 올해부터 사범대학 전체에서 인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여성 회원이 늘어나긴 했다. 대회에 출전하는데 필요한 건 연습이고 시간이다.



스파이크(회장 유종민)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학기 조금씩 늘어난 회원이 이제는 40명을 넘어섰다. 처음 배구를 접한 이들도 스펀지처럼 기술을 흡수한다. 때로는 대회에서 만난 상대팀이 부족한 실력을 무시하기도 했다. 스파이크는 이에 굴하지 않는다. 모두가 즐겁게 웃으며 운동하는 만큼 매일 진일보하고 있다.


부활한 스파이크는 즐겁게 성장중



유종민(23, 체육교육3) 회장이 신입생이던 2014년. 배구를 하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배구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스파이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때였다. 군 제대 후 복학하자 부활한 스파이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는 동아리 회장이 되어 훈련을 주도한다.



어려웠던 동아리의 역사를 지켜본 유종민 회장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배구가 즐겁지 않으면 동아리가 유지될 수 없다. 그가 누구보다도 ‘즐겁게’를 강조하는 이유다. “재미를 느껴야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어요. 동료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아예 볼 훈련을 빼고 게임 위주로 운영합니다. 즐기기 위해 하는 아마추어 배구잖아요. 모두가 웃으며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아리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신입생들이 배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군 입대를 하기 때문이다. 동아리 역사가 일천한 상황에서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다행히 중고등학생 때 배구 경험이 있는 회원들이 들어와 훈련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학년 (고)민성이가 밑바탕을 만들어줘서 운동에 루틴이 생겼어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2, 3년 뒤에는 강팀으로 성장할 거라 믿습니다. 저희는 아직 커가고 있어요.”



엘리트 훈련 방식을 접목하다



올해 동아리에 가입한 황영헌(19, 지리교육1) 씨는 스파이크의 큰 자산이다. 보령 대천중학교에서 3학년 때까지 선수로 뛰었던 그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다시 배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배구를 그만두고 입시에만 전념했어요. 작년까진 공부만 열심히 했죠. 올해 대학에 들어오면서 다시 배구를 시작했어요.”



영헌 씨는 <더스파이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고3 때 <더스파이크> 기사를 봤어요. 이화여대 배구 동아리가 소개된 글이었어요. ‘대학에 가면 저렇게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구나’ 하고 꿈에 부풀었죠. 동국대에 합격하자마자 배구동아리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바로 가입 연락을 했죠.”


엘리트 배구를 경험한 영헌 씨는 스파이크에서 코치 역할을 겸하고 있다. 그가 선수 시절 익힌 훈련법을 동료들에게 전하고 있다. 세터 역할을 겸하며 동료들에게 공을 올리고 공수 훈련을 돕는다. 그는 이제야 진심으로 배구를 즐기게 됐다고 말한다. 선수 시절 엄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즐기면서 하는 배구에 눈을 뜬 그다. “배구를 처음 배우는 동기들의 실력이 정말 빨리 늘고 있어요. 그리고 배구를 재밌어 하는 게 느껴져요. 저도 취미로 다시 배구를 하니까 마냥 재밌네요. 선수 때는 몰랐던 배구의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중학교 선수 출신인 영헌 씨는 KUSF 클럽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없다. 엘리트 선수 출신의 출전을 제한하는 아마추어 대회가 많기 때문에 그가 대회에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료들과 대회에 함께 나가지 못하는 게 제일 아쉬워요”라며 영헌 씨가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스파이크의 학생 코치



유난히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독려하는 이가 보였다. 팀 훈련을 주도하는 고민성(21, 체육교육2) 씨다. 운동할 때는 활발한 게 제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영헌 씨가 스파이크에 들어오기 전까진 팀의 유일한 학생 코치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클럽 배구를 경험했다.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되어 있던 모교에서 엘리트 배구 지도자 출신 선생님에게 배구를 배웠다. “스파이크에는 따로 코치님이 안 계세요. 대학 팀도 코치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여건 상 지도자를 따로 둘 수가 없어요. 그나마 제가 경험이 있는지라 코치를 겸해 훈련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민성 씨는 즐기면서 하는 배구를 강조하면서도,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도 진지한 그의 눈빛에서 운동에 대한 철학이 느껴졌다. “체대생이라고 모든 운동을 잘 하는 건 아닙니다. 축구선수가 야구를 못하고, 농구선수가 배구를 못하는 거랑 똑같아요. 새로운 종목을 배울 때는 열심히 하는 자세, 배우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누구보다 배구를 사랑하는 민성 씨는 처음 랠리가 이뤄졌을 때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배구를 처음 배울 때 1년 동안 언더, 오버 패스만 했어요. 그때는 너무 힘들고 지쳤는데, 기본기를 갖춘 상태에서 랠리가 되는 순간 정말 짜릿했어요. 리시브-패스-스파이크로 이어지는 흐름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공격하는 순간의 쾌감이 있습니다.”



오는 가을 입대를 앞둔 민성 씨는 그가 떠난 후의 동아리를 생각하기에 바쁘다.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배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료들이 열심히 잘 해주고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 팀의 약점인 리시브만 보완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헌이가 있으니까 앞으로 더 성장하겠죠.”


배구 통해 쌓이는 공동체 의식



김영경(20, 교육2) 씨에게선 이름에서부터 배구의 기운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구스타 김연경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그는 올해 스파이크에 가입한 새내기 회원이다. 스파이크가 체육교육과 이외 타과 학생들에게 개방되며 들어온 여성 회원이다. 덕분에 스파이크엔 9명의 여성회원이 생겼고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할 인원이 갖춰졌다.



그에게 배구는 대학생활의 활력소다. 단체운동을 하며 얻는 공동체 경험이 영경 씨의 큰 자산이다. “중학교 때 잠깐 배구를 했었어요. 친구들이랑 함께 생활하며 우정을 나누던 그 기억이 굉장히 진하게 남아있어요. 배구에 대한 좋은 기억 덕분에 대학에 와서도 경험하면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스파이크를 만났죠.”



체육교육과가 아닌 영경 씨에게 스파이크는 새로운 체험의 장이기도 하다. “동아리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있어요. 함께 으쌰으쌰하고 선후배간의 끈끈함이 느껴지는 게 체육교육 전공이 아닌 입장에선 신기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저 스스로도 더 공동체 의식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배구 코트가 부족해요



대부분의 아마추어 동호회, 동아리들이 겪는 문제가 있다. 바로 부족한 운동 환경. 체육관도, 운동 물품들도 부족하기만 하다. 스파이크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체육관 규모가 작아 네트를 하나 밖에 설치할 수 없어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인원에 비해 작은 체육관 규모, 딱 일주일에 두 시간 밖에 체육관을 빌릴 수 없는 환경 탓에 운동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운동 환경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쾌한 영경 씨가 웃으며 답했다. “드넓은 만해광장에 나가서 볼 운동하면 되는걸요. 아직 용기가 부족해 계획만 세우고 있지만요.”


체육교사 임용을 위한 과정



누구보다 영경 씨가 반가웠을 이가 있다. 한희연(21, 체육교육3) 씨는 여성회원이 없던 지난해 벤치만 지켰다. 운동도 하고 교원 임용 실기를 익힐 겸 스파이크 활동을 하고 있는 희연 씨는 지난 학기까지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보기만 했다. 여자부 팀을 꾸릴 만큼 인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르다. 9명까지 여성회원이 늘어나며 팀을 꾸릴 수 있는 인원이 만들어 졌다. 2학기에는 훈련을 거듭해 실전을 치르는 게 목표다.



“처음엔 날아오는 공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배구공이 무섭지 않아요. 배구는 안전한 종목이라 더 즐겁게 할 수 있어요. 몸싸움이 없는 위협적이지 않은 운동이잖아요. 그래서 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파이크는 애초에 교원임용시험 실기종목 준비를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다. 동국대 체육교육과 08학번들이 임용시험 실기 중 ‘네트형 스포츠’를 준비하기 위해 배구를 훈련하며 동아리가 구성됐다. 최근 중고교에서 배구 인기가 늘어나며 예비 체육교사들 사이에서도 배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체육교육과 학생들 사이에 배구를 할 줄 알아야 교생 실습이나 현직에 진출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내 손으로 만드는 역사



본격적으로 임용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김환진(25, 체육교육4) 씨도 지속적으로 동아리에 나온다. 2년 전 스파이크 회장을 역임한 그는 후배들 훈련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배구 실기를 준비한다.



“배구지도법이라는 수업도 들었어요. 지도자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배우는 수업인데요. 학생들이 쉽게 배구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기회였습니다. 임용 준비를 하며 이전만큼 자주 연습에 나오진 못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후배들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동아리 역사가 짧은 만큼, 환진 씨는 더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 그가 걷는 길이 곧 흔적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동아리 선배들이 방문해 함께 훈련하긴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스파이크의 경험이 교직에 나갔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현직에 있는 선배들도 앞으로 많이 도와주실 거고, 그리고 제가 교직에 나가서도 스파이크를 잊지 않고 찾으려고요. 언젠가 OB와 YB가 함께 경기를 하는 게 꿈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운동하기. 아마추어 스포츠의 근본이 되는 정신이자 존재 이유다. 남들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동국대 스파이크는 이 정신을 누구보다도 잘 구현해내고 있다. 늘 웃으며 즐겁게 배구를 하다보면 동아리의 역사도 차곡차곡 쌓이게 되지 않을까.


글/ 권소담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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