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 어느 토요일,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이 ‘힐링 배구캠프’를 열었다. 경기도 안산 소재 중, 고등학교 배구동아리 학생들과 OK저축은행 선수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더스파이크>가 힐링 배구캠프가 열린 안산 상록수체육관을 찾았다.
프로 선수들과 배구로 하나 되다
OK저축은행 ‘힐링 배구캠프’는 연고지인 안산의 12개 학교 배구동아리 총 143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배구캠프로, 이번이 네 번째이다. 배구캠프는 4개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원 포인트 레슨과 미니배구 대회, 선수 사인회까지 즐길 수 있는 자리이다.
상록수체육관에 모인 학생들은 각자 소속된 동아리의 유니폼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다. 프로 구단의 유니폼을 따라 한 디자인, 애니메이션 속 유니폼을 따라 한 디자인 등 다양한 유니폼들이 보였다. 곧이어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 선수들이 등장하자 학생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OK저축은행 김요한은 “오늘 즐기러 온 거니까, 끝나는 시간까지 다치는 사람 없이 좋은 추억 만들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전했다.
바로 수업을 시작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 OK저축은행 트레이너가 나서 스트레칭을 지도했다. 다 같이 몸을 풀었다. 스트레칭 후 노랑, 빨강, 초록, 파랑 팀별로 조끼를 나눠 입었다. 학생들은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파이팅!”을 외친 다음 본격 수업에 들어갔다. 레슨은 구간을 나누어 토스, 리시브, 서브, 스파이크별로 로테이션되며 진행됐다. 한 레슨당 할애된 시간은 10분. 빠듯했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쭈뼛거리며,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한 명씩 실습하며 잘못된 점을 고쳐주다 보니, 어색했던 분위기가 약간 풀렸다. 차지환과 한상길은 토스를 가르쳤다. 두 선수는 엘리트 선수를 지도하듯 집중 레슨을 했다. 스파이크를 가르친 김요한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것들을 다 배워온 상태라서, 스텝을 주로 알려줬어요. 타이밍 맞추는 것, 공이 짧거나 길게 올 때 대처하는 법도 알려줬어요”라고 전했다.
지켜보던 중, 스파이크가 남다른 학생을 발견했다. 바로 박준수(상록고 2) 학생. 올해 초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어요. 이제 배구를 못 할 줄 알았는데 학교 동아리에서 운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선수 출신인 그는 OK저축은행 선수들의 가르침에 대해 “코치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셨던 거랑 똑같이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현직 프로선수들한테 배우는 거라서 특별한 느낌이에요”라고 전했다.
서브 레슨을 구경하던 중,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학생을 발견했다. 서브가 강점인 조재성에게 코치 받더니 훨씬 나은 서브를 구사해 지켜보는 모두가 놀랐다. 조재성은 “학생들이 공 던지는 것 자체가 너무 낮아서 공을 좀 더 높게 던지라고 조언했어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핵심을 가르친 거죠”라고 비결(?)을 전했다.
새로 OK저축은행 선수가 된 부용찬은 포지션에 맞게 리시브를 가르쳤다. 부용찬이 가볍게 공을 쳐주면 학생들이 그걸 받아내는 방식이었는데, 부용찬은 평생 할 공격을 이곳에서 다 하는 것 같았다.
레슨을 받는 학생들을 ‘엄마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영상과 사진을 찍는 여성을 발견했다. 바로 와동중학교 체육 교사 최사랑 씨. “방과 후 교실로 아이들에게 배구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이들이 워낙 배구를 좋아하고, 오늘 배구장에 처음 와 본 친구들도 있어서 아주 좋아해요. 실제로 배구선수를 만나니까 팬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와동중학교는 안산 스포츠클럽 대회 중등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팀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의지가 강해요. 체육 시간에도 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등 친구들과 짬 날 때마다 제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연습해요.”
이처럼 학생들의 배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김영환(단원고 1) 학생은 직접 학교에 배구동아리를 만들기까지 했다. “중학교 3학년 체육 시간에 처음으로 배구를 접했어요.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학교에 배구동아리가 없길래 친구들을 모아서 만들었어요. 항상 선수들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만나서 엄청 좋아요. 선수들에게 직접 배우니까 자세까지 교정해 주셔서 혼자 할 때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도움이 많이 돼요.”
‘제가 나갈게요!’ 열정 넘치는 한 판 승부
알찬 레슨이 끝나고, 각 팀에서 9명씩 뽑아 미니배구 대회가 진행됐다. 미니배구 게임은 단판으로 15점을 내면 이기는 게임이다. 선수 찬스를 사용하면 OK저축은행 선수를 세터로 투입할 수 있다. 팀별로 동그랗게 모여앉은 학생과 선수들.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전원이 손을 들 정도로 열정 넘쳤다. 진지한 상의 끝에 9명의 선수가 결정되고, 1차 예선, 2차 예선, 결승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팀이 네 팀뿐이라 예선이 곧 준결승이다.)
1차 예선은 초록팀과 빨강팀의 대결. 엄청난 랠리가 이어지고 학생들의 실력이 대단해 지켜보던 선수, 직원들이 모두 “와 잘한다~”라고 말하며 감탄했다. 블로킹, 서브에이스까지 나왔다. 빨강팀 선수가 엄청난 스파이크로 득점에 성공하자 사회자가 “너 선수지?”라고 묻기도 했다. 서로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모여 한 팀이 된 것이지만 원래 알던 사람들처럼 서로 격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초록팀이 선수 찬스를 사용해 김요한이 세터로 들어왔다. 빨강팀은 박원빈이 들어와 미들블로커들이 세터 대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과는 초록팀의 승. 김요한은 “같이 경기를 뛰니까 재밌고, 배구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나요. 애들이랑 같이 게임 하니까 새로웠어요”라고 전했다.
2차 예선은 파랑팀과 노랑팀의 대결이었다. 서브범실로 시작한 경기. 한 학생은 주심이 휘슬을 불기 전에 서브를 해버리는 실수를 네 번이나 반복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범실이 너무 많아 양 팀 모두 9명 전원을 다른 선수로 교체했다. 노랑팀은 선수 찬스를 사용해 차지환이 세터로 출전했다. 그런데 결과는 반전이었다. 선수 찬스를 쓰지 않은 파랑팀이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차지환은 절망하는 표정을 보였다.
경기 중, 구석이 소란스러웠다. 일찌감치 탈락한 빨강팀 학생들과 박원빈이 구석에서 물병 세우기 게임을 한 것. 사회자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구박을 받기도 했다. 게임에서 져서 딱밤을 맞은 박원빈은 “학생들이 게임도 잘 하고, 딱밤도 잘 때려요. 학교에서 이것만 했나 봐요. 봐주지 않고 엄청 세게 때리더라구요…. 너무 아파요”라고 전했다.
“팀 행사에 감독님, 선수들 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해요. 제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야 재밌으니까 먼저 이렇게 장난치는 편이에요. 그런데 애들이 젊어서 그런지 지치지를 않네요. 전 좀 힘들어요.”
결승은 초록팀과 파랑팀. 연속 서브에이스로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은 파랑팀이 우승을 차지해 OK저축은행 유니폼과 타월을 상품으로 받고 기뻐했다. 우승을 차지한 파랑팀 김소진(원곡고 1) 학생을 만나봤다. “이렇게 선수들을 직접 만나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런 기회 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우승까지 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아까 김요한 선수에게 스파이크를 배웠는데, 잘한다고 엄지를 들어주셔서 좋았어요. 선수들이 다들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좋아요”라고 전했다.
연고지와 호흡, 배구 저변 확대를 기대해
미니게임이 끝난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한 후 사인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여기저기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유니폼, 종이 등에 사인을 받으며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을 받은 학생들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집으로 향했다.
연고지 학생들과 어울려 배구로 하나가 된 OK저축은행 선수들. 선수들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줬고, 학생들은 배구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을 보였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2박 3일 외박인 ‘투박’을 포기하고 학생들과의 만남을 선택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난 후 조재성은 “학생들이 경기장 오면 아는 척해 달라고 했는데, 경기장 자주 와서 저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오늘 즐거웠어요”라고 전했다.
구단의 이 같은 행사가 많아지면 생활체육으로 배구를 즐기는 학생들이 배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계속 유지할 것이고, 프로배구의 인기도 자연스레 더 올라갈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OK저축은행의 팬이 되겠다는 학생들도 몇 명 있었다. OK저축은행이 배구캠프를 계속 유지한다면, 안산의 OK저축은행 팬은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
글/ 홍유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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