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한국 여자배구가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선수권을 마무리했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1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친 2017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중국을 맞아 세트스코어 3-0(25-11, 25-18, 25-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4강 진출에 성공하며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9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유리한 시드를 배정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결승행을 앞에 두고 ‘복병’ 태국에게 발목 잡혔다. 역대 상대전적에서 27승 7패로 앞서고 있었지만 이날은 완벽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 태국 주 공격수로 활약한 아차라폰 )
세대교체? 한국은 제자리걸음
그간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정상급 전력을 자부했다. 2012 런던 올림픽 4강 신화와 함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영광은 그 때뿐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우선 한국에 패배를 안겨준 태국만 봐도 세터 눗사라 톰콤과 미들 블로커 플룸짓 신까오카를 제외한 대부분 선수들이 새로운 얼굴이다.
특히 아차라폰(18번)과 잣추온(19번)은 각각 1995년, 1999년생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팀 주포로서 맹활약했다. 준결승전에서도 각각 17, 16득점을 터트리며 한국을 시종 괴롭혔다.
일본도 역시 팀 기둥이었던 기무라 사오리가 은퇴하며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아라키 에리카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코가 사리나, 노모토 리카, 우치세토 마미, 신나베 리사, 오쿠무라 마이 등이 활약했다.
중국은 그랑프리 1그룹 파이널 참가로 인해 이번 대회에는 사실상 2진급인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을 내보냈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비록 일본에게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한국과 다툰 3-4위 결정전에서도 패했지만 잠재력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흐름 속에 한국만 예외다. 미래를 대비하지 못했다. 김연경, 박정아, 김희진, 양효진, 김수지 등 주전 멤버 대부분이 벌써 4~5년째 주요 대회에 나선다. 언제까지 김연경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의 나이도 어느새 한국 나이로 서른.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베트남의 성장세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동남아 배구, 한국을 위협하다
이번 대회는 동남아 나라들의 성장세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결승전에 오른 태국을 차치하고서라도 베트남, 필리핀 등 우리보다 약체라고 여겼던 팀들을 상대로도 고전했던 한국이다.
앞서 그랑프리를 소화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던 한국은 예선전에서만큼은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힘썼다.
그러나 앞서 뉴질랜드와 스리랑카전에는 결장했던 김연경이 베트남전에서는 코트를 밟았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고 있지만 4세트는 쉽지 않았던 것. 결국 김연경이 나섰고 20-20에서 겨우 상대 추격을 따돌리며 승리를 챙겼다.
필리핀전 역시 마찬가지. 한국은 ‘김연경 카드’를 내밀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약체로 파악하고 가볍게 여겼던 베트남과 필리핀. 그러나 뚜껑을 열자 이들은 더 위협적이었다. 특히 베트남 트란 티 탄 투이의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1997년생 투이는 193cm 큰 키를 앞세워 연신 한국 코트를 맹폭했다. 김연경도 “2-3년 전부터 그 선수를 지켜봤다. 지금도 잘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비록 신장은 작지만 이들은 빠른 플레이를 무기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번에는 승리했지만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한국 배구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도 김연경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한국 배구,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
한국이 세계무대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경쟁 팀들은 물론 후발주자들도 어느새 한국 턱밑까지 따라왔다.
여자배구만의 일은 아니다. 남자배구도 2018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1승 3패를 기록하며 당초 목표로 했던 본선 행 티켓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이란과 중국을 상대로 전력 차를 실감했다. 더군다나 역대 전적 9전 전승으로 앞섰던 카타르에게도 2-3의 역전패를 허용했다. 앞서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카자흐스탄에게 가로막히며 결승행이 좌절되기도 했다.
아시아선수권 출국 전 김연경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까운 태국만 봐도 10년 전과 비교해 비약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국제 대회에 나가면 다른 나라들의 성장이 보인다. 다른 팀들은 발전하는데 우리는 현상 유지만 하는 상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다. 하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숙제를 떠안은 한국이다.
사진_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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