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간다!
동호회 배구를 체험하다!
지난 체험에서 공을 만져보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막내 사랑이 넘치는 <더스파이크> 가족들은 막내가 상심한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나 보다. 이로써 막내기자 빼고 만장일치로 결정된 이번 기획! 아쉽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실컷 공 만지러 체육관을 찾아 나섰다.
어느 팀이 좋을까?
배구는 팀을 이뤄 하는 운동이다. 어느 팀에서 누구와 배구를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 어떤 동호회가 좋을지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배구 동호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축구 농구 동호회들과는 달리 연령과 성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같이 함께 운동하는 동호회들이 많았다. 그 중 눈에 들어온 동호회는 서울시 성북구에서 활동 중인 ‘성북 드림 배구단!’ 회원수도 40명에 육박했고 무엇보다 연령대가 참 다양했다.(꼭 사무실과 가까워서 고른 건 아니다.)
성북 드림 배구단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처음 배구를 하는 사람도 환영한다’라는 소개 문구가 참 반가웠다. 배구라고는 고등학교 시절 수행평가로 해 본 기억밖에 없던 터라 더 마음이 갔다. 다양한 연령대가 운동하고 있고, 초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 그야말로 나에게 딱 필요한 것들이었다.
연락처를 찾아 허성호 동호회 회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취재가 목적이라는 말은 살짝 숨긴 뒤, 진짜 생초보도 운동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하죠”라는 긍정의 답변이 날아와 마음을 놓았다. 곧이어 취재가 목적임을 밝히고 일사천리로 계획을 진행해갔다.
배구가 하고 싶어요? 그럼 동호회로 가세요!
약속 장소인 성북구 종암동 숭례초등학교 체육관으로 사진기자와 함께 향했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시는 분 안내로 5층 체육관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넓은 실내공간에 놀랐다. 여러 회원들이 함께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생각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먼저 옷을 갈아입고 몸 풀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회원들이 하나 둘 찾아와 수줍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시작된 훈련 시간. 팀 회장님 주도로 간단한 소개를 하고 몸 풀기에 들어갔다. KB손해보험 배구단에서 체험을 하고 난 이후여서일까? 제대로 된 배구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물론 스포츠는 자신감 하나로 되는 건 아니었다. 몸 풀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공 훈련이 시작되면서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리시브와 볼 띄우기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는데, 정말 쉽지가 않았다. 강하게 날아오는 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이 옆으로 삐져나가기 일쑤였다. 가장 큰 문제는 한 번도 무언가 맞아본 경험이 없는 순진하기만 한 팔뚝. 공을 받은 지 몇 분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발갛게 부어 올랐다. 안 그래도 날이 더워져서 반팔 입어야 하는데…
그런 걱정은 잠시 뒤로 한 채, 다시 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전히 내가 리시브한 볼은 옆으로 튀기 일쑤였지만 회장님께서는 안 되는 이유를 친절하게 하나씩 짚어줬다. 자세를 좀 더 낮추고, 발이 먼저 움직인 다음, 상체는 쭉 편 채로 부드럽게! 이렇게 하나 둘씩 받다 보니 방향이 조금씩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공을 던져주시는 동호회 회장님 머리 위로 공이 정확히 갈 때,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그래도 재미있기는 수비보단 역시 공격. 서브와 스파이크 연습 시간이 되어 열심히 공을 때리다 보니 어느새 팔뚝이 아픈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직 엉성하지만 내 공격이 상대 코트 위로 떨어질 때 그 쾌감! 아주 조금씩이지만 배구의 매력을 하나씩 알 수 있었다.
동호회 배구가 좋은 점을 제대로 느꼈다. 기본기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배워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동호회 회장님께서는 “배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기술적으로 어려운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인 능력이 없다면 랠리를 제대로 이어가지도 못할 정도니까요. 규격 네트가 있는 코트도 필요해 일반 분들이 배구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동호회 활동으로 좋은 운동 역시 배구입니다.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갈 수 있으니까요”라고 하며 동호회 배구의 좋은 점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렇다. 농구나 축구와 같은 경우 공과 사람만 있으면 굳이 배우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배구는 그렇지 않다. 세 번 연결로 공을 넘기려면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배구 동호회는 배구가 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는 최고 선택이 될 수 있다.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워 직접 경기도 뛰고, 대회도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딱 하루 배웠지만 게임도 뛰어볼까?
꽤 길었던 훈련이 끝나고 잠깐 휴식 시간. 어느새 인원이 늘어나 스무 명 남짓한 회원들이 함께 훈련을 받고 있었다. 새로 온 분들이 혹시나 낯선 사람을 보고 놀랄까 봐 다시 한 번 소개를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배구 경기를 시작했다. 아마추어는 9인 배구를 하는데, 나를 포함해서 두 팀으로 나눠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에서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리시브. 큰 키를 활용해 미들블로커로 뛰게 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아마추어 배구에서는 가장 잘하는 사람이 가운데서 뛴다는 얘기를 듣고는 바로 포기했다. 얼른 리시브나 하러 가야지.
팀은 회장님 편과 부회장님 편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나는 부회장님 편에서 뛰기로 했다. 코트 위에 아홉 명 모두가 들어서니 꽉 찬 느낌이었다. 차라리 내 쪽으로 공이 안 왔으면 하는 마음을 먹은 것도 잠시. 상대 코트에서 무수히 많은 서브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막내 걱정을 해주는 건 우리 사무실 분들 말고 여기 코트 위에도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공 몇 번 못 만져보고 집에 돌아갈까 걱정하던 회장님께서 친절하게 서브를 날려주시는 게 아닌가.
친절하신 회장님 덕분에 하루종일 원 없이 리시브를 했다. 그래도 연습 때 몇 번 받아본 게 도움이 됐는지 나름 세터 머리 위로 잘 떨어져 팀 동료 분들이 환호를 보내줬다. 공 하나로 함께 운동하는 구기 종목의 진짜 재미는 팀원들의 격려와 환호에서 나오는 것. 얼굴 본 지 단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사이였지만 경기를 치르며 땀을 흘리니 어느새 삭막했던 사이가 화기애애해졌다.
주로 전위에서 공격이 이뤄지다 보니 내가 공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세 번 기회를 잡은 서브가 모두 밖으로 나가거나, 네트에 처박힌 걸 고려해볼 때, 공격을 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혼자 좋다고 팀 전체 사기를 꺾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어쨌든 3세트까지 이어진 경기는 결국 회장님 팀이 승리했다(아마추어 경기는 3세트까지만 실시한다!). 지긴 했지만 팀원끼리 함께 격려하며 즐거운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한 팔뚝은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비록 지긴 했지만 수비의 재미를 쏠쏠히 느낀 시간이었다. 모든 스포츠에서 수비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적인 요소지만 배구만큼 수비가 중요한 스포츠가 있을까? 배구는 공격을 위해서는 무조건 한 번의 수비 성공이 필요하다. 팀 내에서 리시브-패스-스파이크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움직임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경기에서 진 것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함께 한 팀원들끼리 웃으며 경기를 치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동호회 배구, 직접 체험하세요!
경기가 끝나고 마무리 인사를 위해 다시 모였다. 승자 패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밝은 표정인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많은 분들이 잘했다면서 격려해주는데 참 감사했다. 사실 별로 한 게 없는데…
어쨌든 이렇게 내 두 번째 체험도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지난 번 체험기로 나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주변 분들에게 10년짜리 굴욕 자료를 선사했다면, 이번 체험기는 한 5년짜리 정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게 또 있을까? 지난호에서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이번 체험 역시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뜻 깊은 경험이었다.
거기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이번 체험에서는 재미도 찾을 수 있었다. KB손해보험 선수들이 들으면 조금 섭섭해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체력 훈련을 따라가는 것보단 이렇게 공 훈련을 함께 하고 경기도 즐기니 오랜만에 학교 친구들과 체육시간을 보낸 기분이었다.
역시 스포츠는 눈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직접 몸으로 즐길 때 가장 즐거움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V-리그를 집에서, 직접 경기장에서 보며 즐거워하던 독자 분들이라면 한 번 주변 배구 동호회를 찾아 공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프로들의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몸으로 깨닫고 덩달아 눈으로 보는 배구도 한층 더 즐거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성북 드림 배구단에서 많이 도와준 덕이다. 실제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일일 체험하는 기자를 잘 받아준 회원 분들과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성북 드림 배구단은?
서울시 성북구에 뿌리를 내린 드림 배구단. 종암동 숭례 초등학교 체육관을 근거지로 약 40여 명 회원들이 함께 운동하고 있다. 예전에 존재하던 배구 동호회 팀원들과 다른 팀원들이 합쳐지면서 이 동호회를 만든 게 어언 4년 째. 각종 대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활동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함께 훈련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cafe.naver.com/sbvolleyball 참조.
Mini interview : 당신이 동호회 배구를 하는 이유!
성북 드림 배구단 회원
배구단 부회장 최정훈(43세)
저는 주부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배구는 4년 째 하고 있습니다. 회장께서 같이 활동 하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구는 단체운동이라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혼자 잘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힘을 합쳐 우리에게 넘어온 볼을 상대방 코트로 넘기는 과정이 즐거운 운동입니다. 저희 성북 드림 배구단은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도록 열려있습니다. 초보반을 따로 운영해서 직접 가르쳐드리고 있으니까요. 또한 대회에는 모든 회원들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부담 없이 오셔서 배워보면 좋겠어요.

주부 회원 이미경(45세)
의류업에 종사 중인 배구 10년차 주부입니다. 제가 배구를 하기 전, 30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몸에 잔병이 많았습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해 여러 운동을 해봤습니다. 헬스, 조깅 다 해봤는데 구기 종목이 가장 맞았어요. 배구를 하니 체력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됐고요. 스트레스를 풀 곳이 별로 없는데 여기에 와서 한바탕 움직이고 웃고 떠들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요. 이젠 일주일에 두 번 배구를 안 하면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더라고요.

휘경공고 정현우(17세, 아래)
석광고 김은진(17세, 위)
휘경공고 2학년 정현우, 석광고 2학년 김은진입니다. 학교에서 우연히 수행평가로 배구를 시작했는데요, 그때 이후로 배구에 푹 빠져버렸어요. 학교 동아리로 배구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동아리가 흐지부지됐어요.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어요. 시간도 문제였고 장소도 그랬죠. 배구를 즐길 다른 방법을 찾다가 학교 선배 소개로 여기에 오게 됐어요. 동호회 활동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아무래도 주변 친구들끼리 학교에서 함께 운동하는 게 가장 즐거운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서 동호회 활동, 학교 동아리 활동 모두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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