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장도에 오른다.
한국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우려와 걱정을 덜어냈다.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손에 쥐었다. 2012년 런던대회 이후 2연속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세계예선전 일정이 끝난 뒤 대표팀 선수와 스태프는 짧은 휴식을 취했다. 지난 6월초 베이스캠프인 진천선수촌에 다시 모였고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선수단은 7월 23일 새벽 비행기로 네덜란드로 떠났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해외전지훈련을 치르기 위해서다. 사실상 리우 본선무대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6일간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네덜란드와 평가전도 두 차례 치렀다(1승 1패). 네덜란드 역시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다. 한국은 세계예선전에서 네덜란드를 꺾은 바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 같은 조에 속해있지 않아 조별리그에서는 만나지 않지만 8강 진출에 성공할 경우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맞대결할 가능성도 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한국은 두 차례 더 연습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네덜란드와 같은 B조에 속한 이탈리아다. 역시나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에 진출할 경우 한국이 만날 수 있는 상대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8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나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며 36년 만에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네덜란드 선수들)
첫 경기와 8강전에 초점
리우 올림픽 개막을 바로 앞에 두고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치르는 평가전은 중요하다. 이 감독은 "세계예선전이 끝난 뒤 실전 경기를 치른 경험은 다른 팀들과 견줘 적다"며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본선에 진출한 12개국 중에서 한국과 카메룬은 앞서 열린 월드그랑프리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실전 감각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진천선수촌에서 남자 고등학교팀들과 연습경기를 자주 치렀다고는 하지만 차이는 발생한다. 이 감독은 이런 면에서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치르는 4차례 연습경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한국은 개최국 브라질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아르헨티나, 카메룬과 함께 A조에 속했다. 이 감독은 "만만한 상대가 없겠지만 B조에 들어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망했다.
B조는 '죽음의 조'로 꼽힌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 받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이탈리아, 세르비아에 역시 충분히 메달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중국이 자리했다. B조에서 최약체로 꼽히긴 하지만 푸에르토리코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이 감독은 "유럽 3팀을 조별리그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건 좋은 징조"라고 했다.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조 4위까지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와 8강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유는 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6일 첫 경기를 치른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세계예선전 때처럼 일본을 잡는다면 분위기를 탈 수 있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은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배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경기다. 가장 먼저 열리는 경기라 관심도는 그만큼 크다.
일본은 세계예선에서 당한 패배를 되갚기 위해 벼르고 있다. 한국도 4년전 런던올림픽에서 통한의 일격을 당한 아쉬운 기억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일본에 이겨야 한다. 2012년 런던대회 3, 4위전에서 한국은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메달 획득 기회를 놓쳤다.
이 감독 머리 속에 계산이 돼있겠지만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경기 순서도 괜찮은 편이다. 일본전이 끝난 뒤 러시아(8월 8일) 아르헨티나(8월 10일) 브라질(8월 12일) 카메룬(8월 14일)과 차례로 만난다.
강 팀과 연달아 만나는 대진은 피했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일본을 잡고 아르헨티나와 카메룬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8강 진출 전망은 밝다. 이 감독은 "B조에서 올라오는 어떤 팀과 8강에서 만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8강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지면 그대로 탈락이다. 순위 결정전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그만큼 변수는 있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상승세를 탄다면 여세를 몰아 4강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 2012년 런던대회가 그랬다. 40년 만에 다시 한 번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적기라고 얘기하는 이유다.
(러시아 선수들)
지피지기가 필요한 이유
대표팀에서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정 분석관은 "일본의 경우 이번 리우올림픽에 나서는 대표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4년전과 견줘 전력이 처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 감독도 "일본은 워낙 변칙 공격에 능한 팀"이라며 "수비도 전통적으로 탄탄하다. 상대 흐름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서브로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기무라 사오리 외에 주 공격수 나가오카 미유에 대한 수비와 견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 감독은 "나가오카에 대한 수비가 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두 번째 상대인 러시아는 버겁다. 소콜로바와 가모바 등이 대표팀을 떠나긴 했지만 세대교체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이에서 강점은 여전하다. 이 감독은 "개최국 이점을 갖고 있는 브라질보다 오히려 더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러시아"라고 했다.
러시아는 7월 22일 기준으로 아직 올림픽 본선에 참가하는 12인 최종 로스터를 확정하지 않았다. 예비 엔트리 22명 중 반 이상이 스파이크와 블로킹 높이가 모두 300cm 이상을 자랑한다. 브라질, 미국 등과 함께 금메달을 놓고 다툴 일 순위 후보로 러시아가 꼽히는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같은 남미에 속해있다. 그러나 브라질과 견줘 전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경계를 늦출 순 없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고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를 적절하게 조합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일찌감치 선수들의 손발을 맞췄다는 부분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장신 라이트 공격수인 루시아 프레스코다, 그는 힘은 조금 모자란 편이지만 장신(195cm)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이 위력적이다. 같은 동갑내기(1991년생)으로 역시 192cm 장신을 자랑하는 나탈리아도 경계 대상이다.
센터 치고 키가 작은 편(177cm)이지만 탄력이 뛰어난 에밀리스 소사도 한국 공격수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선수 중 하나다. 특히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와 염혜선(현대건설) 등은 상대의 높은 사이드나 센터 블로킹 위치를 잘 파악해야 한다. 높이가 장점인 팀들과 맞대결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2016 월드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브라질 대표팀)
네 번째 상대 브라질은 A조 최강팀으로 꼽힌다. 2012년 런던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2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당연히 목표로 두고 있다.
주전 세터 다니엘라 린스를 중심으로 공격과 수비가 고르다. 이 감독도 "일본을 제외하고 올림픽 본선에 오른 팀들 중에서 수비가 가장 단단한 팀이 바로 브라질"이라고 했다. 자클린, 가라이, 쉘리아 등 주 공격수들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 건 약점으로 꼽힌다. 센터진 전력도 지난 대회와 견줘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런던에서 브라질과 같은 B조에 속해 '이변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디. 당시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브라질전 승리는 한국의 8강 진출에 결정적 힘이 됐다. 이번에도 다시 승리를 거두리 못하리란 법은 없다. 경기 분위기를 세트 초반부터 가져온다면 두 번째 이변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게는 러시아보다 브라질이 좀 더 편한 상대가 될 수 있다.
카메룬은 A조 최약체로 평가된다. 같은 조에서 속한 모든 팀들이 승점3 획득 대상으로 카메룬을 꼽는다. 올림픽 첫 출전 팀인데다 상대적으로 선수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카메룬도 7월 22일 기준으로 12인 로스터를 확정하지 않았는데 '해외파'인 스테피네 응고웅, 크리스텔레 폿쵸, 레에티티아 바소코 등이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조별예선 한국 경기 일정(한국 시간)
8월 6일 / 오후 9시 30분 / 일본vs한국
8월 9일 / 오전 8시 30분 / 러시아vs한국
8월 11일 / 오전 8시 30분 / 한국vs아르헨티나
8월 13일 / 오전 10시 35분 / 브라질vs한국
8월 14일 / 오후 11시 35분 / 한국vs카메룬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FIVB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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