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부상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지만, 강소휘와 유서연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담감을 견뎠다. 그 결과 값진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GS칼텍스가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2(25-22, 19-25, 19-25, 25-23, 15-12)로 꺾었다. 무려 686일 만에 거둔 현대건설전 승리였다. 강소휘는 25점을 올리며 경기 최다 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48.89%로 준수했다. 1세트와 2세트에는 교체로 코트를 밟은 유서연은 3세트부터 선발로 나서며 활약했고, 5세트 막바지에는 팀의 득점을 전부 책임지며 승리를 견인했다.
686일을 기다려온 현대건설전 승리였던 만큼, 두 선수의 입에서는 상대 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강소휘는 “현대건설 이기기 정말 힘들다(웃음). 용을 써서 간신히 이긴 느낌이다. 국내 선수들끼리 끝까지 잘 뭉쳐서 이긴 경기라 뿌듯하다”는 소감을, 유서연은 “역시 1세트로 경기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현대건설을 상대로는 방심하면 안 되겠다고 느끼면서 끝까지 버텼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 변수는 4세트 도중 발생했다. GS칼텍스의 에이스 모마 레티치아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것. 강소휘와 유서연에게는 당황스러움과 공격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각자의 방식으로 변수에 대응했다.
강소휘는 ‘긍정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는 공격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한다”고 운을 뗀 강소휘는 “모마의 몫까지 내가 다 때리겠다는 마음이었다. 오히려 공격 기회가 많아져서 신이 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소휘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이 경기뿐만 아니라 시즌 전체를 치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강소휘는 GS칼텍스가 다소 부진했던 시즌 초반을 돌아보며 “초반에는 우리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졌던 것 같다. 어차피 지금이 바닥이니 올라갈 곳만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밝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한편 유서연은 책임감으로 중무장한 채 이날 경기에 임했다. 유서연은 모마가 나갔을 때의 상황에 대해 “(문)지윤이도 공격력이 좋은 선수니까 믿었다.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고, 나에게 올라오는 공만 책임지고 잘 때려보자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유서연은 이날 4개의 서브 득점을 올렸다. 서브의 비결 역시 책임감이었다. 유서연은 “마음을 내려놓고, 실수하지 말고 넣기로 한 목적타를 잘 넣자고 주문을 외웠다”고 서브의 비결을 밝혔다. 유서연은 승리를 장식한 5세트 후반의 맹활약에 대해서도 “현대건설이 수비가 좋아서 공격이 많이 막히더라. 오히려 오기가 더 생겼다. 꼭 내 손으로 끝내고 싶어서 이 악물고 때렸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팀을 승리로 이끈 두 선수는 쉴 틈도 없이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설 연휴인 23일 펼쳐질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 경기를 위해서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 강소휘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차상현 감독에게 전하려는 희망사항을 들려줬다.
“감독님이 3라운드 후반부터 경기를 이기면 무조건 하루 휴식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아마 이게 우리 팀 경기력 반등의 원인인 것 같다(웃음). 그러니 내일도 하루 쉬자고 말해보겠다.”
사진_장충/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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