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 러셀이 V-리그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압박감은 사뭇 다르지만, 반가움과 행복함을 느낀다.
‘콧수염 사나이’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 돌아왔다. 대한항공은 8일 보도 자료를 통해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우측 슬개골 연골연화증 부상에 따른 경기 출전 불가로, 러셀을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에서 KB손해보험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이 반등을 위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춘 셈이다.
8일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러셀은 곧바로 팀 훈련에 합류했다. 1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러셀은 “V-리그에 항상 돌아오고 싶었다. 트라이아웃 당시에는 선발이 되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다. 이후에도 돌아올 기회가 있을지 알아보고 있었는데, 대한항공에서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해줬다. 정말 고맙다. 팬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다. 한국을 떠나 있었던 지난 3년 간 한국 팬들에게 돌아와 달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그들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며 복귀 과정과 소감을 먼저 전했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를 거치며 V-리그에서 두 시즌을 소화한 러셀은 한국을 떠난 뒤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리그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V-리그에서의 지난 두 시즌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 치른 시즌들도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다. 한국과는 다른 점들이 많은 리그들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 러셀은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노우모리 케이타와도 맞대결을 치렀던 게 기억난다. 한국에서 만난 이후로 가까이 지내왔었기 때문에 즐거운 추억이었다”며 이탈리아에서 케이타와 다시 맞붙은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렇게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뒤 러셀은 V-리그로 돌아왔다. 그러나 앞선 두 시즌과는 시즌에 임하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침체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려 우승으로 이끌어야 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부여받았고, 역할을 수행할 기회도 많지 않다. 뛸 수 있는 경기는 최대로 많아봐야 12경기다. 압박감이 상당할 상황이다.
그러나 러셀은 의연했다. “사실 이렇게 시즌 막바지를 보내는 팀으로 이적하는 경험은 처음”이라고 운을 뗀 러셀은 “하지만 나는 운동선수다. 선수라면 이적에 대한 부담감은 늘 존재한다. 이런 부담감은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오히려 내가 견뎌야 할 무게감을 오롯이 느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씩씩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러셀은 V-리그에서 뛰던 시절 대한항공을 상대로도 많은 경기를 치렀다. 당시에도 리그 최상위권 팀이었던 대한항공은 지금도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다. “내가 상대했던 대한항공은 언제나 강한 팀이었다. 스마트한 배구 스타일을 가진 팀이었다. 정지석과 한선수 같은 좋은 선수들도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대한항공과 맞붙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한 러셀은 “이제는 대한항공의 일원으로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고 싶고, 여기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러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서브다. 그는 V-리그 역사상 최고를 다투는 서버로, V-리그 최다 연속 서브 득점(8점)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다만 그때와 지금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공인구가 스타에서 미카사로 바뀐 것. 그러나 러셀은 “대표팀 경기와 해외 리그에서는 대부분 미카사 볼을 사용한다. 그래서 미카사가 오히려 더 편안하다. 나는 미카사를 쓰는 프랑스와 그리스에서도 탑 서버였다. 전혀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감과 설렘을 안은 채 출격 대기 중인 러셀의 복귀전 상대는 공교롭게도 그의 V-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던 팀인 한국전력이 유력하다. 그는 13일 한국전력전 출전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러셀은 “같이 뛰었던 모든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 좋은 추억들도 많았던 팀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겠다”며 옛 동료들과의 재회를 고대했다.
러셀에게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며 조금은 이를 수 있는 질문도 던졌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질문을 듣고 싱긋 웃어 보인 러셀은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다. 이를 위한 해답은 역시 우승일 것이다. 그리고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나름의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러셀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팀을 돕겠다. 빨리 경기장에서 인사드리고 싶다.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늘 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대한항공과 V-리그의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과연 러셀이 앞선 두 시즌보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대한항공의 정상을 향한 여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다가오는 한국전력전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_용인/김희수 기자, KOVO,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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