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석이 미쳤어요” 만우절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이야기 [준PO]

장충/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2 0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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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에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그 이야기 속 미친 선수의 역할은 이지석이었다.

한국전력은 지난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KB손해보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면서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단판 승부로 결정되는 경기에서 상대는 우리카드였다.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 전패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과 합치면 8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에 앞서 박철우는 “큰 경기에는 미친 선수 한 명이 나와야 한다. 얼마만큼 미친 경기력을 보여주고 팀워크로 뭉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드러난 만큼 우리카드가 한국전력을 이길 거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한국전력은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승리와 열세를 보이던 우리카드에게 6전 7기 끝에 연패를 끊어낸 일은 4월 1일 만우절에 일어났다. 만우절에 펼쳐진 거짓말 같은 이야기 속에는 박철우의 말처럼 한국전력에는 미친 선수가 등장했다. 미친 선수의 역할은 이지석이 완벽하게 맡았다.

이지석은 2018-2019시즌 1라운드 5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두 시즌을 소화하다 지난 2020-2021시즌 자유신분선수 당시 장병철 감독이 손을 내밀었고,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정규리그만 하더라도 4경기 5세트 출전에 그쳤던 이지석.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은 오재성을 주전 리베로로 투입했지만, 1세트 불안한 역력이 가득했다. 평소 보여줬던 활약에 못 미치자 장병철 감독은 곧바로 이지석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 어떤 경기보다 한국전력에게 본인에게 있어서 큰 경기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든든하게 한국전력의 후방을 지켰다.

인생 경기를 펼친 제자에게 장병철 감독은 “경기 전 철우가 말했던 미친 선수가 지석이가 됐다. 시즌 내내 경기를 못 뛰었는데 KB손해보험전에 오재성 컨디션이 안 좋아서 출전 기회를 받았다. 큰 경기에서 잘 해줘서 고맙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지석은 이날 경기에서 23번의 리시브 시도 중에 15번을 성공했고, 리시브 효율은 무려 65.22%에 달했다. 디그도 좋았다. 팀에서 제일 많은 14번을 시도했고 그중 13번을 성공적으로 걷어 올렸다.
 

활약을 인정받은 이지석은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지난 경기부터 감독님이 준비하라고 하셨다. 이번 경기에도 거의 안 들어갈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들어가서 긴장이 많이 됐다. 큰 경기였지만 하나만 잘 받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털어놨다.

함께 인터뷰실을 들어온 형들은 이지석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철우는 “한 경기에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일 년 내내 노력을 기울였다. 중요한 경기에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 건 그만큼 준비가 됐다는 거다.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서재덕은 “믿고 있었다”라고 웃으며 “지석이가 워낙 강철 멘탈이다. 큰 경기에서 잘해줘서 자랑스럽다. 든든해서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신영석은 “기대를 한 번에 받으면 부담이 될 것 같으니 말을 아끼겠다”라며 “우승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모든 선수들이 믿고 다 한마음이 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3일 플레이오프 경기를 위해 한국전력은 의정부체육관으로 향한다. 하루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선다. 맞은편 코트에는 노우모리 케이타라는 막강한 외인이 자리 잡고 있다.

정규리그 출전 시간이 적은 만큼 이지석은 케이타 서브를 받아 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지석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 서브는 당연히 국내 선수들 서브와 다르다. 한 번에 서브에이스를 내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어떤 공이든 올릴 수 있을 거다. 다음 경기도 이 마음가짐으로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승리를 거둔 한국전력은 지금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는 3일 KB손해보험과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가진다.

 

 

사진_장충/유용우 기자, 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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