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연경은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 김연경은 나서지 않았다.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경기에는 나오지 않고 웜업존을 지켰다.
경기가 흥국생명의 0-3(23-25, 17-25, 21-25) 패배로 끝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에게는 김연경의 결장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팬들이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명의 선수가 아닌 한 팀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다른 부분이다. 우리에게는 챔프전이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고 김연경의 결장 사유를 밝혔다.
그러자 “한국의 정서상 은퇴 투어 행사까지 하고 있는 김연경이 원 포인트 서버로라도 나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큰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부분도 존중해줬으면 한다. 우리는 선수의 피지컬적인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너무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우리 팀을, 우리 선수들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종료된 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로부터 김연경의 무릎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의 리스크라도 감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근거였다.
팬들의 아쉬움은 분명 크다. 전설의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를 즐기고 싶어 장충체육관을 찾은 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은 지난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코앞에서 놓친 팀이라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세 번의 실패는 하지 않기 위해, 조금은 냉정한 결정을 내리면서 밝은 미래를 그리는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이었다.
한편 김연경과 이영택 감독도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짧게 전했다. 김연경은 “지금 우리 팀은 내 은퇴보다 우승이 더 중요한 팀이다. 이 부분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감독님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우승 하나만 보고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이 감독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과정 속에서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입장이다. 아본단자 감독이 생각해서 결정한 부분일 것이다.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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