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자리에 오른 김연경이지만, 선두의 기쁨도 잠시 은퇴에 대한 입장을 표했다.
여태까지 2위에 있던 흥국생명이 드디어 기회를 잡으며 선두 자리로 올랐다.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쉽게 잡지 못했다.
이날 흥국생명의 의지는 남달랐다. 주포 김연경은 19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다. 공격 성공률도 63.33%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범실은 단 하나에 그쳤다.
완벽한 모습이었지만, 김연경은 아쉬운 부분을 먼저 언급했다. “중간중간 기회가 있었는데 잡지 못했다. 계속해서 2등 자리를 지키면서 선두와 싸우고 있었다. 지난 경기도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 이날 너무 중요했다. 잘 준비했고, 모든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다잡으면서 이길 수 있었다”며 1위로 오른 소감을 전했다.
그토록 원하던 선두에 앉았다. 이젠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김연경은 “고비는 지금부터다. 이제 8경기가 남았다. 모든 팀에서 부상 선수도 나오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처지는 순간이다. 이 부분을 잘 버텨서 나머지 8경기를 마무리해야 한다. 앞으로 경기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선두를 지킬 수 있냐 없냐가 나뉜다”며 강하게 이야기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 세터를 보강했다. GS칼텍스 소속이었던 이원정을 영입했다. 최근 이원정은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 주 공격수 김연경은 어떻게 느낄까.
그는 “초반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스타일을 알아가고 있고, 알게 됐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원정 선수도 GS칼텍스에서 많이 안 뛰었기 때문에 흐름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제 주전으로 들어가면서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며 칭찬했다.
이 자리까지 오기에 많은 고비가 있었다. 지난 11일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 당시도 선두에 오를 기회가 있었지만 잡지 못했다. 당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고, 다소 흥국생명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그때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를 챙겼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김연경은 “IBK기업은행전에서 부담감이 있었다. 이전에 KGC인삼공사 경기도 선두로 오를 기회가 있었다”며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어 “부담도 부담이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하는데 너무 안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반성을 많이 했다. (김)해란 언니를 토대로 얘기도 많이 했고, 의지나 열정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김연경이다. 여전히 배구 황제다운 모습이지만, 나이를 본다면 충분히 은퇴가 고민되는 시기다. 이에 대해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즌이 후반으로 가고 있고, 내년에 FA다. 다들 기대하고 있다(웃음). 은퇴를 하든 안 하든 시즌 안에 얘기를 할 거 같다. 기다려주시면 잘 조율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이후 “이제 만 나이로 바뀐다고 하는데 지금 36살이다. 오랫동안 배구 선수를 한 건 사실이다. (은퇴)생각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구단과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팀 내 최다득점자로 기량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은퇴를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놓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구단하고 얘기해야 할 부분도 많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힘줘 말했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