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에서 한국전력이 앞선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무서운 추격자였다. 꾸준히 뒤를 쫓다 기회가 생기면 바로 뒷덜미를 낚아챘다.
한국전력이 1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1(19-25, 25-23, 25-23, 26-24)로 꺾었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는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2점을 터뜨렸고, 지난 삼성화재전에 이어 또 한 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박철우도 17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우리카드는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안드리치)가 결장한 가운데 나경복이 26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리드를 지키는 뒷심이 부족했다.
효과는 있었지만, 승리에는 닿지 못한 한국전력의 교체카드
안드리치 없이도 우리카드는 여러모로 기분 좋은 1세트 출발을 알렸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경복의 서브가 한국전력의 코트에 그대로 꽂혔다. 이 서브 득점은 나경복의 통산 200번째 서브 득점이었다. 기세를 탄 우리카드는 나경복과 김지한이 연달아 백어택 득점을 올리며 6-2로 초반 흐름을 잡았다. 한국전력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세터를 하승우로 교체했지만, 우리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송희채의 블로킹과 김지한의 서브 득점으로 8-2를 만들며 여유로운 첫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맞이했다.
하승우 투입 후 한국전력은 보다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신영석과의 속공 호흡이나 타이스와의 중앙 백어택 호흡이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카드 역시 나경복과 송희채를 앞세워 착실히 점수를 쌓아갔고, 점수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14-9로 우리카드가 앞선 상황에서 박철우의 발에 공이 맞았는지 여부로 긴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고, 결과는 판독 불가가 되면서 기존 판정대로 한국전력의 점수가 인정됐다. 우리카드는 흔들리지 않고 점수 차를 유지하며 16-11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역시 먼저 도착했다.
하승우는 계속해서 신영석의 속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신영석은 이에 화답하듯 두 명의 블로킹을 무력화시키며 득점을 올렸다. 그럼에도 점수 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권 감독은 이번에는 조근호와 임성진을 투입하며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교체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5-19로 뒤진 상황에서 이상현의 속공을 조근호가 블로킹으로 가로막았다. 3점 차까지 점수 차를 좁히는 득점이었다. 임성진 역시 하승우의 블로킹에 맞고 나온 공을 디그해 타이스의 득점에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여전히 냉정했다. 황승빈의 패스 페인트와 송희채의 서브 득점으로 순식간에 23-18을 만들었다. 결국 김지한의 페인트 득점이 나오며 우리카드가 1세트를 25-19로 가져갔다.
‘게임 체인저’가 된 서재덕
2세트는 초반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먼저 우리카드가 기세를 올렸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이상현이 어렵게 2단으로 올린 공을 나경복이 그냥 넘겨주지 않고 강타로 연결해 득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전력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박철우의 백어택과 신영석의 블로킹으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우리카드가 나경복의 2연속 오픈 공격 득점으로 7-6 재역전을 만들었다. 타이스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2세트의 첫 테크니컬 타임아웃 역시 우리카드가 먼저 도달했다.
한국전력은 하승우와 날개 공격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타이스의 후위 공격자 반칙과 박철우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급격히 흔들렸다. 위기에서 서재덕이 나섰다. 10-13으로 뒤진 상황에서 날카로운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서재덕은 연이어 또 한 번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했고 이것이 조근호의 블로킹으로 연결되면서 점수 차는 1점차까지 줄어들었다. 서재덕의 서브에 흔들린 우리카드는 이상현이 공격 범실을 저질렀고, 점수는 13-13 동점이 됐다. 서재덕은 박철우가 어렵게 올려준 공도 손쉽게 해결하며 계속해서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분위기가 살아난 한국전력은 타이스가 블로킹과 공격 득점을 연달아 터뜨리며 16-15 역전에 성공했다.
서재덕의 맹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18-18 상황에서 타이스가 디그한 공이 심판석을 향해 날아가자 몸을 던져 2단 연결에 성공했다. 타이스가 이 공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한국전력의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우리카드 역시 꾸준히 점수를 쌓아가며 한국전력이 아슬아슬한 1점 리드를 이어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우리카드는 역전을 노리는 상황에서 범실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20-20 상황에서는 정성규가 서브 범실을, 21-21에서는 김지한이 공격 범실을 저질렀다. 반면 한국전력은 타이스가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며 계속해서 득점을 올렸고, 23-22 상황에서 신영석의 블로킹이 터지며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의 퀵오픈 득점과 함께 2세트를 25-23으로 따냈다.
타이스-박철우 쌍포, 추격의 마침표를 찍다
우리카드는 나경복의 서브 득점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김지한도 연달아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했다. 한국전력은 타이스를 앞세워 반격했다. 타이스의 공격은 3세트에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어려운 공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득점을 만들었다. 하승우는 조근호와 신영석의 속공을 적재적소에 섞어가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고, 황승빈 역시 나경복, 김지한, 송희채를 고르게 활용하며 맞받아쳤다. 7-7에서 나경복이 박철우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우리카드는 이번에도 먼저 8점에 도착했다.
나경복은 10-8에서 3번째 서브 득점을 올리며 좋은 서브 컨디션을 이어갔다. 박철우의 오픈 공격이 김지한의 블로킹에 걸리자, 권 감독은 하승우를 빼고 김광국을 다시 투입했다. 김광국은 들어오자마자 박철우와 합을 맞춰 득점을 만들었고, 박철우는 이후 연달아 점수를 올리며 포효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송희채의 퀵오픈으로 곧바로 반격에 나섰고, 나경복도 퀵오픈 득점을 올리며 16-13으로 계속해서 리드를 지켰다. 한국전력은 가장 전위가 높은 로테이션이었던 타이스와 신영석의 서브 차례에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동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소 소강 상태였던 경기의 분위기를 달군 건 타이스였다. 17-19로 뒤진 상황에서 김지한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18-19 1점차를 만들었다. 반면 우리카드는 서브 범실에 골머리를 앓았다. 김지한과 정성규가 연달아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계속 쫓기는 입장에 놓였다. 한국전력은 박철우가 계속해서 좋은 공격을 구사하며 추격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잠잠하던 타이스의 서브 득점이 터지며 점수는 22-22 동점이 됐다. 타이스는 영점을 잡았다는 듯 또 한 번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23-22 역전까지 이끌었다. 세트를 끝낸 건 박철우였다. 오픈 공격과 블로킹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25-23을 만들었다.
4세트 시작과 동시에 우리카드가 연속 득점을 몰아쳤다. 박준혁과 나경복이 연달아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3-0을 만들었다. 한국전력은 조근호의 블로킹과 타이스의 오픈 공격으로 반격했지만, 우리카드는 박준혁과 이상현의 속공을 연달아 활용하며 6-3으로 계속 앞서갔다. 우리카드는 김지한의 백어택에 이어 황승빈의 블로킹까지 나오며 8-4로 4세트 연속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먼저 도착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바로 점수 차를 좁혀왔다. 나경복의 공격 범실 이후 신영석의 속공이 터지며 6-8로 추격에 나섰다.
우리카드는 황승빈의 조율 아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공격 조립에 들어갔다. 9-7에서 나온 나경복의 퀵오픈 득점 과정에서 나온 우리카드 선수들의 유기적인 속임 동작은 우리카드의 공격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장면이었다. 한국전력은 타이스의 중앙 백어택과 김광국, 박찬웅의 연속 블로킹으로 응수하며 꾸준히 우리카드의 뒤를 쫓았다. 우리카드는 3세트 막바지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하다 역전당한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다. 김지한의 서브 득점과 이상현의 속공으로 16-13을 만들며 덜미를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점수 차는 아니었다.
이때 3세트에 영점 조절을 마친 타이스의 서브가 또 한 번 불을 뿜었다. 14-16 상황에서 서브 라인에 선 타이스는 날카로운 서브로 3번째 서브 득점을 올렸다. 기세를 탄 한국전력은 박철우까지 득점에 가담하며 16-16 동점을 만들었고, 급기야 타이스의 서브가 또 한 번 우리카드의 코트에 꽂히며 17-16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우리카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전력의 연이은 범실을 틈타 다시 20-18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박찬웅의 블로킹으로 다시 20-20 동점을 만들었고, 세트 막판 초접전 양상이 벌어졌다.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우리카드였다. 나경복과 김지한의 백어택으로 24-22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추격은 집요했다. 신영석과 타이스의 연속 블로킹이 터지며 25-24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타이스는 이 블로킹으로 두 경기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다. 타이스는 마지막 점수까지 자신의 블로킹으로 만들어내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