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 감독이 만원 관중들에게 선물 같은 경기를 선보인 것에 대한 뿌듯함을 표했다.
GS칼텍스가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14-25, 25-22, 17-25, 25-23, 15-10)로 꺾고 승점 2점을 챙겼다. 3,468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거둔 극적인 승리였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가 4세트의 연속 서브 맹활약을 포함해 37점을 퍼부었고, 권민지는 5세트에 결정적인 득점 2점을 책임지며 승리에 기여했다. 두 경기 연속 5세트 접전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나름의 수확을 거둔 GS칼텍스다.
힘겹게 승장이 된 차상현 감독은 “다 넘어간 경기였고, 승점을 1점도 못 딸 수도 있었다. 현대건설전의 여파가 초반에 너무 컸다. 상대 범실이 몇 개 나오면서 우리가 조금 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었고, 거기서부터 승기를 잡아나갈 수 있었다. 실바가 중요한 순간에 범실 없이 강한 서브를 넣어준 덕분에 역전까지 갈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고, 만원 관중들이 찾아주신 가운데 배구다운 배구를 보여준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진솔한 승리 소감을 전했다.
지난 경기부터 차 감독은 실바와 권민지(문지윤)의 위치를 바꾸면서 새로운 블로킹과 공격을 구사하는 전술을 가동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술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만, 팀의 주포인 실바에게 중앙에서의 역할까지 맡겨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차 감독은 “그 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실바에게 미들블로커의 롤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본인도 이전에 미들블로커를 소화해본 적이 있다더라. 그렇다고 해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닌데, 잘 받아들여주고 있어서 고맙다. 체력적으로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이야기해줬다”며 실바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블로킹 싸움에서 4-14로 밀린 것은 아쉬웠다. 차 감독은 “현 상태로는 방법이 없다. 정대영과 한수지의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와야 블로킹 싸움을 대등하게 펼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실바의 스위칭도 그래서 가져가는 전술”이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차 감독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흥국생명전이 끝나면 긴 휴식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선수들도 어떻게 치러야 할지 잘 알고 있을 경기다. 이번 경기가 체력적으로는 가장 힘든 상태에서 준비한 경기였는데 고비를 잘 넘겼다. 잘 준비해서 마무리 잘 해보겠다”는 멘트와 함께 의지를 불태웠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다. 4세트 한 때 6점 차까지 앞서면서 승점 3점 수확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한 순간의 집중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와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는 좋은 호흡을 계속 맞췄지만 5세트의 결정적인 순간 범실 2개를 합작해버리며 아쉬움을 남겼고, 표승주와 황민경의 득점력도 다소 부족했다.
패장 김호철 감독은 “4세트의 한 방이 아쉽다.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거기서 못 끝낸 순간 경기는 넘어간 것이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지난 경기보다 훨씬 잘했고 파이팅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끝에 가서 이겨야 한다. 지난 경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점에는 만족한다”며 선수들의 경기력 자체에는 합격점을 줬다.
경기 후반의 치명타가 된 아베크롬비의 범실에 대해 김 감독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경기 내내 황민경-표승주 쪽에서 점수가 충분히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육서영을 투입하기에는 리시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폰푼이 아베크롬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먼저 설명한 뒤, “폰푼은 정말 잘하는 선수다. 다만 랠리가 길어지거나 할 때 너무 급해지는 경우가 있다. 태국식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5세트에 아베크롬비한테 올라간 두 개의 공이 그런 상황이었다”라며 폰푼의 플레이도 다소 급했음을 짚었다.
김 감독은 “일단 컨디션을 잘 추슬러야 한다. 이번 경기처럼만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준다면 다음 경기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들을 남은 시간 동안 채워가겠다”고 전의를 다지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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