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김천/강예진 기자] “오랜만에 코트에 섰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어 문제가 될까 걱정했다.”
1세트 리시브가 흔들리자 이영택 감독은 곧장 고민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KGC인삼공사는 20일 한국도로공사와 3라운드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하며 3위 점프했다.
수비 강화가 첫 번째 임무였지만 공격에서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공수 모자람이 없었다. 작은 신장(173cm)이지만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이 일품이었다.
이영택 감독은 고민지를 두고 “시즌을 앞두고 무릎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투입을 못 했지만 혼자 묵묵히 보강 운동을 해왔더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본인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가 잘되어 있는 선수다. 나도 망설임 없이 투입했고,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엄지를 들었다.
고민지는 이번 시즌 가장 높은 점유율(18.63%)을 기록함과 동시에 최다 득점을 갱신했다. 이날 고민지는 17점을 기록, 2세트에만 7점을 올리며 한 세트 최다 득점을 뽑아내기도 했고, 팀 내 가장 많은 리시브(33개)를 시도해 효율은 42.42%였다. 종전 기록은 2020년 2월 6일에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기록한 15점.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고민지는 “프로에 와서 가장 떨렸던 경기다”라면서 “너무 오랜만에 코트에 섰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될까 걱정했다. (이)선우가 흔들리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 준비하고 있었다. 전날 많이 맞춰본 것도 아니었는데 언니들이 편하게 해줬다. 그런 분위기에서 하다 보니 몸이 빨리 풀렸다”라며 경기를 되돌아봤다.
고민지의 말처럼 출전기회가 적었다. 무릎이 좋지 못했고, 재활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해보려고 하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민지는 “팀에 윙스파이커 경쟁자가 많은데, 그만큼 부상자도 있다. 어떻게 보면 기댈 수 있는 동료다. 서로 도와주면서 자리 메워주자고 말하곤 했다. 힘이 됐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본인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고민지는 “스스로를 많이 원망하는 편이다. 기회를 잡을 듯하면 아프고, 다쳤다”라면서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왜 나만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슬럼프가 오더라. 우울할 게 뭐 있냐는 마음으로 더 부딪히려고 했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세터 염혜선은 어려운 볼을 고민지에게 배달했다. 고민지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엊그제부터 혜선 언니가 나한테 ‘민지야 너 준비하고 있어야 돼’라고 했다. 일단은 알겠다고 했는데 마침 오늘 경기에 투입됐다. 혜선언니 특유의 하고자 하는 눈빛이 있다. 나도 언니를 믿고 편하게 했고, 혜선언니가 흔들려도 내가 잘 때려주면 언니 마음도 편해지니 서로를 도왔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좋은 기억이 있는 김천실내체육관. 경기 후 이영택 감독은 “작년에 이곳에서 민지가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났다. 좋은 기억을 이어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고민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여기만 오면 그런 느낌이다”라며 웃었다.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고민지. “경기를 지면 락커룸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감독님한테 혼날 때도 있지만 (한)송이 언니, (오)지영언니가 항상 우리 편이 되어준다. 용기를 북돋아 주거나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준다.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끝으로 고민지는 “작년처럼 욕심을 내려놓으려 한다.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욕심을 가지다 보니 힘이 들어간 듯하다. 조금은 내려놓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_김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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