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막내라인 임동혁(대한항공)-임성진(한국전력)-박경민(현대캐피탈). 1999년생 3총사가 나란히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뛰어온 ‘절친’인 이들은 2017년 남자U19세계선수권 4강 멤버다. 성인대표팀에서 다시 만나는 꿈을 꿨고, 마침내 7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에서 그 꿈은 이뤄졌다.
2017년 U19대표팀에 나란히 승선했던 3총사는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U19세계선수권에서 4강 진출을 이끌었다. 1993년 대회 3위 기록 이후 24년 만에 4강에 오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임동혁은 165점으로 대회 득점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베스트 아포짓으로 선정되는 기쁨도 만끽했다. 토종 아포짓 갈증이 심했던 한국 대표팀은 임동혁의 등장과 함께 균형 잡힌 전력을 자랑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임동혁을 필두고 V-리그 무대에 올랐고, 윙스파이커 임성진과 리베로 박경민도 각자의 소속팀에서 묵묵히 전진했다. 이제는 유스대표팀, 청소년대표팀도 아닌 성인대표팀 멤버다. 꿈에 그리던 재회다. 임성진과 박경민은 이번 챌린저컵 국가대표 선발이 첫 번째 성인대표팀 명단 등록이다.
임동혁은 “이렇게 3명은 U21 청소년대표팀 소집 때 모인 뒤 3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서 만나는 것 같다. 2년 전 대표팀에서는 나 혼자 막내였다. 지금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과 함께 들어와 의기투합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서로 의지가 된다”며 미소를 지었고, 박경민은 “성진이랑 나는 프로 2년차다. 예상보다 빨리 모인 게 아닌가 싶고, 다른 동기들도 여기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천선수촌에 들어와서 함께 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 친구들이 있어서 든든하고 즐겁다”며 소감을 전했다. 임성진도 “상상만 했던 일이 일어나서 감회가 새롭다. 성인대표팀에 들어온 건 처음이다. 긴장도 하고 걱정도 됐다”면서 “동혁이는 대표팀 경험이 있으니 내가 도와달라고 했는데, 동혁이가 오히려 ‘니가 날 도와줘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너만 믿고 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각 포지션별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99즈는 형들을 보면서 성장하고 있다.
박경민은 “소속팀에는 여오현 플레잉 코치님이 있고, 대표팀에는 (정)민수 형이 있다. 선수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여 코치님한테도 배울 것이 있고, 민수 형도 워낙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또 민수 형이 리베로는 자신감이 반 이상 차지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나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는데, 더 자신감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힘줘 말했다.
임성진도 국내 정상급 윙스파이커 곽승석(대한항공), 전광인(현대캐피탈), 나경복(우리카드) 등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리시브를 잘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형들한테 최대한 많이 물어보면서 배우고 있다. 사실 편하게 말하면 되는데 아직 그게 쉽지 않다. 그래도 광인이 형이 자세하게 알려줬다. 형들은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해주신다. 이런 기회를 얻는 것조차 소중히 여기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라는 말이 와닿았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동혁은 허수봉(현대캐피탈)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임동혁은 “수봉이 형과 내가 가진 장단점이 다르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수봉이 형은 기교적인 면이나, 스킬이 더 좋다. 난 파워나 높이에서 상대적으로 낫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한국을 포함해 8개 팀이 참가한다. 올해 VNL 강등팀인 호주가 한국의 8강전 상대다. 28일 오후 7시 격돌할 예정이다. 같은 날 쿠바-칠레도 4강행 티켓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친다. 29일에는 튀르키예-카타르, 튀니지-체코가 만난다.
박경민은 “상대팀들 모두 강팀이다. 타 팀들도 스피드가 좋아졌다. 불필요한 동작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비를 하더라도 덜 움직이고 잘 잡을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또 외국인 선수들의 서브를 정확하게 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 번에 점수를 내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했고, 임성진은 “우리 팀만의 색깔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 팀들의 서브가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리시브할 때도 어택라인에 올려놓기만 하면 세터인 (한)선수, (황)택의 형이 충분히 플레이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리시브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임도헌 감독도 99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임 감독은 “선수들이 국내 리그를 치르다 보면 목표로 잡는 레벨이 있다. 대표팀에 들어오면 그 레벨이 점점 높아지고, 선수들도 이에 맞춰 스스로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생각보다 눈으로 보는 것도 영향력이 크다. 생각이 바뀌기 때문이다”며 “특히 젊은 선수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형들을 따라가려고 한다. 그러면 그 위치로 올라가 있다. 선의의 경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는 것이다”며 대표팀에서 젊은 선수들이 해야 할 역할을 언급했다.
한국 남자배구도 신구조화를 꾀하고 있다. ‘99즈’ 임동혁, 임성진, 박경민은 남자배구를 책임질 미래다.
한편 ‘대표팀 선배(?)’인 임동혁으로부터 진천선수촌 주변 맛집도 알게 됐다. 박경민은 “동혁이가 선수촌 주변 맛집을 알려줬다. 삼겹살을 한 번 먹으러 갔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며 엄지를 세웠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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