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부 14개 구단 감독이 입을 모아 외치는 사이드아웃, 그게 뭔데?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9 18: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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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앞둔 감독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취재진 중 한 명은 꼭 ‘오늘 경기는 어떻게 준비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감독들, 특히 남자부 감독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반드시 언급하는 전략이 있습니다. “사이드아웃을 잘 돌리는 게 핵심입니다.” 오늘 읽어드릴 배구 이야기는 바로 이 ‘사이드아웃’입니다. 사이드아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해내기 위해 프로팀에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송병일 한양대학교 코치 겸 SBS 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사이드아웃: 득점을 통해 서브권을 되찾는 일
말 그대로입니다. 사이드아웃의 용어 정의 자체는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배구에서는 득점을 올린 팀이 다음 랠리에서 서브를 때리고 반대로 실점한 팀이 리시브를 받습니다. 어느 한 팀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 다른 팀은 계속 리시브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다 실점을 거듭하던 팀이 마침내 득점에 성공하면 그제야 서브권을 되찾아 올 수 있습니다. 바로 이때 우리는 사이드아웃에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상대에 서브권을 내주자마자 한 번에 되찾아 오는 것도 사이드아웃에 포함됩니다.)

실제 배구판에서는 사이드아웃을 두고 ‘돌린다’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데, 전술적인 의미에서 사이드아웃은 리시브 상황에서 상대가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한 번에 랠리를 끝내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A팀의 서브를 B팀에서 리베로가 리시브한 뒤 전위에 있던 공격수가 세터에게 건네받은 공을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했을 때 이를 보며 우리는 ‘사이드아웃을 잘 돌렸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서브권을 되찾아 오는 것을 뜻하는 사이드아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현대배구에서 이보다 중요한 ‘한 수’는 또 없습니다. 배구에선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25점(5세트는 15점)에 먼저 다가가면 세트 점수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 세트를 먼저 획득하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때 25점을 선취하기 위해선 아래의 말장난 같은 목표에 가장 집중해야 합니다. 상대의 연속 득점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연속 득점은 최대화하는 것.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의 서브권을 상대보다 길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니 이를 위해선 결국 사이드아웃을 잘 돌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서브권을 쥔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브레이크 포인트’라고 합니다.)

“승리 위한 필승 공식, 기본 중 기본”
사실 배구에서 전술로서 사이드아웃의 중요성이 이만큼이나 강조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엔 중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 그 중요성이 더 커진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배구는 지금과 같은 랠리포인트제가 아닌 사이드아웃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사이드아웃 제도였을 당시에도 사이드아웃이라는 용어는 리시브팀이 서브권을 되찾는 걸 의미하긴 했으나 점수가 따로 부여되진 않았습니다. 서브권을 되찾아 온 이후 공격에 성공하면 그제야 점수가 한 점씩 올라갔습니다. 다시 말해 서브권을 쥔 팀만 득점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인데, 배구가 이런 사이드아웃 제도에서 랠리포인트제로 바뀐 건 불과 1999년부터입니다.

다른 네트형 스포츠와 달리 배구에선 리시브팀이 서브팀보다 랠리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 이제는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관련 통계도 이미 많습니다. 즉 지금의 배구에서 사이드아웃은 어떻게 보면 득점을 비교적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반대로 사이드아웃을 바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만큼 좋은 기회를 놓치는 셈입니다. 연속 실점은 덤이고요.

이와 관련해 송병일 위원은 “랠리포인트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사이드아웃을 돌려도 점수가 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도 서브권을 되찾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때보다 지금의 사이드아웃이 경기에서 이기는 데 있어 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고 봅니다. 배구는 무엇보다 결국 득점을 내야 하는 스포츠니까요. 그리고 반대로 사이드아웃을 한 번에 못 돌리면 오히려 연속 실점을 맞게 되는 구조기 때문에 현대배구에서 사이드아웃은 말하자면 승리를 위한 필승 공식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사이드아웃을 통해 상대의 연속 득점을 저지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팀은 상대에 사이드아웃을 당하지 않아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갑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감독이 사이드아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외부 인터뷰에서 사이드아웃을 언급하지 않는 감독들은 너무 당연한 거라 굳이 얘기하지 않는 거라 봅니다. 그런 감독도 팀 미팅 때는 반드시 사이드아웃을 선수들에게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사이드아웃을 잘 돌려야 한다는 건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라고까지 강조했습니다.



사이드아웃,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렇다면 궁금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사이드아웃을 잘 돌릴 수 있는 걸까요. 사이드아웃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프로팀들은 리시브 상황에서 특별히 더 점수를 잘 내는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네, 있습니다. 그전에 사이드아웃을 잘 돌리기 위한 기본 공식부터 설명하겠습니다. A라는 팀이 사이드아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앞서 말했듯 크게 3가지입니다. ①리시버가 세터에게 연결한 뒤 ②세터가 공격수에게 토스하면 ③공격수가 마무리하는 식입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여기서 우선순위를 두는 쪽은 역시 리시브입니다. 리시브는 단순 성공 실패보다도 정확성이 크게 강조됩니다. 리시브가 흔들려 정확한 위치에 공이 가지 않으면 세터가 공을 토스해 주는 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 블로커로서는 적의 공격에 대비할 시간이 더욱 늘어나는 셈입니다. 또한 리시브가 정확하지 않으면 세터가 공을 받으러 많이 움직인 뒤 토스해야 하므로 세팅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자부 현대건설이 에이스 정지윤의 리시브가 불안할 때면 과감하게 고예림이나 이영주를 대신 투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배구 기사에서 백이면 백 리시브 ‘성공률’이 아닌 리시브 ‘효율’을 언급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고요.

그렇지만 안정적인 리시브가 사이드아웃을 돌리는 데 있어 필요충분조건까진 아닙니다. 리시브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공격수들의 개인 능력이 특출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자부에서 사이드아웃을 잘 돌리기로 소문난 현대캐피탈이 그렇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리시브 효율 32.55%(12월 22일 기준)로 이 부문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서 공을 연결해 주는 황승빈과 이준협도 좋은 세터긴 하지만 경기를 갖고 놀 만큼 화려한 토스 웍을 자랑하는 선수들은 아닙니다. 두 명 다 그보다는 기본기와 안정감에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시브의 질이야 어찌 됐든 그저 세터가 토스를 올려줄 수 있는 수준만 된다면 리그 최고의 쌍포 허수봉과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가 양쪽에서 알아서 해결해 주니 상대로선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송병일 위원도 이를 언급하며 “현대캐피탈은 리시브가 가끔 불안할 때도 있지만 양옆에 허수봉 선수와 레오 선수가 대기하고 있어 세터가 자신감 있게 토스를 올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허수봉 선수와 레오 선수가 이를 대부분 해결해 주니 사이드아웃이 원활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는 예외적인 경우고, 어쨌거나 사이드아웃을 돌리는 데 있어 리시브는 안정적일수록 좋습니다. 세터와 공격수들의 기량 또한 마찬가지로 고고익선(高高益善)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개인 능력 차원의 얘기고, 프로팀에서 사이드아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략을 짤 때는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고민을 거칩니다. 야구는 일찍이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스포츠에 통계적인 접근을 시도했는데, 배구 또한 상당히 데이터 싸움이 강조되는 종목입니다.

배구에는 서브 로테이션이라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언젠가 따로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선수들이 시계방향으로 자리를 하나씩 옮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브를 넣는 자리인 오른쪽 후위를 ①, 중앙 후위를 ⑥, 왼쪽 후위를 ⑤, 왼쪽 전위를 ④, 중앙 전위를 ③, 오른쪽 전위를 ②라 치면 ①에 있던 선수는 팀이 실점한 후 서브권을 되찾을 때마다 ⑥→⑤→④→③→② 이렇게 한 칸씩 옮겼다가 자신의 서브 차례가 왔을 때 다시 ①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서브 로테이션이 프로팀들이 사이드아웃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대다수 팀은 상대 서버가 누구냐에 따라 어떻게 리시브 라인을 구성할지 전략 구상을 달리합니다. 물론 상대 팀에서 어떤 선수가 먼저 1번 자리로 들어올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각 팀 감독은 매 세트 전 심판에게 로테이션 순서를 정해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상대 팀의 지난 경기 데이터들을 집요하게 분석하다 보면 ‘이 팀은 이 상황에서 이 선수를 1번에 넣을 거야’라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그에 맞춰 우리 팀의 로테이션 순서를 적어내는 것이죠. 그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이른바 ‘오더 싸움’에서 밀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송병일 위원의 설명입니다.



“경기 전 상대 서버에 따라서 리시브 라인을 어떻게 꾸릴지 미리 준비해 오는 게 사이드아웃을 돌리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고 핵심입니다. 서버마다 주로 서브를 세게 넣는지 약하게 넣는지, 그리고 길게 넣는지 짧게 넣는지 다 다르니 미리 대비하면 도움이 많이 되죠. 물론 다양한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 선수들과도 적어도 확률 싸움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준비해 온 걸 코트에서 제대로 써먹으려면 아무래도 상대 로테이션 순서를 미리 세트 전에 예측해야겠죠. 매번 정확하게 예측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분석이 됩니다. 그간 우리 팀과 맞대결했을 때는 어떻게 했었는지, 그 팀이 이번 시즌 동안 누굴 1번 자리에 가장 많이 넣었는지 등등 프로팀에서는 아주 세세한 자료까지 데이터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짜는 게 가능해요. 그에 따라 우리 팀도 로테이션을 어떻게 돌릴지 고민하는데, 예측이 정확하면 그날 경기를 쉽게 가는 거고 반대로 적중에 실패하면 사이드아웃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죠. 같은 팀끼리 붙더라도 라운드마다 경기 양상에 차이가 있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한몫합니다. 또 세트별로도 게임의 흐름이 확 바뀔 때가 있죠.”

또 송병일 위원은 이런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모든 팀이 로테이션 순서에 변화를 많이 주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리시브로 시작할 때는 한선수 선수가 항상 2번, 또 서브 시작일 때는 한선수 선수가 1번인 경우가 90% 이상이죠. 현대캐피탈도 허수봉 선수의 서브가 워낙 좋다 보니 서브 시작 때는 허수봉 선수를 1번에 많이 넣으려 하고요. 1번에서 시작하는 선수가 확률상 세트당 서브 횟수가 가장 많으니까요. 이렇게 서브가 좋은 팀들은 로테이션 변화가 많이 없는 편이고, 아무래도 견뎌내야 하는 쪽이 상대 로테이션에 신경을 더 많이 쓰죠.”

이렇듯 배구는 사이드아웃 하나를 만들어 내는 데도 굉장히 치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스포츠입니다. 1세트를 먼저 이겼던 팀이 2세트 오더 싸움에서 밀려 당황스러우리만큼 큰 점수 차로 지는 경우, 우리는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봤습니다. 물론 이것이 비단 사이드아웃 때문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 배구가 ‘수 싸움’의 스포츠란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이드아웃과 연결되는 주제인 ‘브레이크 포인트’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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