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적응을 계속해야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화려한 주전 라인업을 자랑한다. 박정아, 임명옥,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 이고은 등 주전 라인업만 놓고 보면 타팀에 전혀 꿇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선수단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김종민 감독도 최근 몇 시즌을 치르면서 고민이 많았다.
김종민 감독은 실업무대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실업무대에서 진주를 찾았다. 바로 이예림이다. 수원시청에서 뛰던 이예림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윙스파이커로 175cm의 신장을 가진 이예림은 현대건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프로 통산 두 경기(2세트) 출전 2점이 전부였다.
2017년 프로에서 나온 이예림은 대구시청에 이어 2018년 수원시청으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수원시청에서 강만식 감독의 지도 아래 기죽던 지난날의 자신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새로운 이예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종민 감독도 윙스파이커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하에 이예림을 데려왔다. 공격과 수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줄 거라 생각했다.
24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A조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앞두고 김종민 감독은 "하유정과 이예림 등 비시즌에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분명 코트 위에서 해야 될 역할이 있다. 이번 컵대회를 치르면서 중간에 넣을지, 선발로 넣을지는 계속 생각해 볼 생각이다"라고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예림은 1세트 18-13에서 박정아를 대신해 나왔다. 2020 도쿄올림픽 등 약 넉 달 동안 국제 대회에서 쉴 새 없이 뛰고 오느라 100%의 컨디션이 아닌 박정아였다. 이예림은 코트를 밟자마자 강렬한 서브에이스로 눈도장을 받았다. 뒤이어 1세트를 끝내는 공격 득점까지 올리며 팀에 기여했다.
2세트에도 이예림은 박정아와 교체되며 코트를 밟았다. 이번에는 끈질긴 수비로 팀에 힘을 줬다.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끝까지 공을 바라보며, 공을 살려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녀의 활약에 코칭스태프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예림은 3세트 16-13에서 또 나왔다. 예리한 서브에 KGC인삼공사 리시브 라인은 또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점수 차가 좁혀지자 박정아와 재교체됐다.
이예림은 이날 2점을 올렸다(리시브 효율 33%). 많은 득점을 올린 건 아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로 코트를 밟아주며 팀에 힘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김종민 감독은 리그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도 "이예림 선수도 코트 적응을 해야 하기에 계속 코트에 넣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외에도 우수민이 원포인트 서버로 나와 서브 3득점을 올렸고, 안예림도 블로킹으로 이고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년 만에 코트로 돌아온 하유정도 코트를 밟으며 실전 무대 적응에 돌입했다.
매 시즌 도로공사는 백업 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시즌에는 이예림을 비롯한 몇몇의 선수들이 도로공사 리그 운영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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