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의 사나이’ 고희진 감독 “기회 올 때까지 도전하겠다”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7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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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에서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아갈 거고, 다시 복귀하는 그날까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삼성화재와 고희진 감독이 결별했다. 올 시즌 계약이 만료되어 재계약이 아닌 서로의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최근 본지와 전화 통화를 가진 고희진 감독은 “시원섭섭하다. 내 인생에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 비시즌에 여유로운 게 오랜만이다. 부인과 아침에 커피 한 잔하고 집 근처 탄천에서 꽃 구경을 했다”라고 전했다.

2003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고희진 감독은 줄곧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삼성화재가 8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5번 통합우승을 기록하던 왕조 시기에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선수 생활을 돌아본 고희진 감독은 ‘행복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이어 “늘 우승 아니면 준우승만 했다. 경기만 나가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행복했다. 또한 좋은 선배들 덕분에 사람도 됐고, 선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은퇴 이후에도 고희진 감독은 삼성화재를 떠나지 않았다. 2016-2017시즌 은퇴 이후 바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20-2021시즌엔 감독직에 올랐다.

고희진 감독은 부임 이후 팀 문화부터 훈련 방식까지 많은 ‘변화’를 줬다. 변화를 강조한 고 감독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호칭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었고 자신에겐 ‘제이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사했다.

1980년생으로 V-리그 최연소 감독으로 나섰던 2020-2021 데뷔 시즌. 새내기 감독에게는 모든 게 우여곡절이었다. 6승 30패, 승점 26에 머물면서 창단 처음으로 순위표 최하위에 머물렀고, 최다 8연패까지 떠안았다.

이번 시즌은 반등을 노렸다. 1라운드 3연승을 달리며 지난 시즌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5연패에 빠지면서 잠시 헤매던 적도 있었다.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순위 상승을 노리던 찰나, 코로나 브레이크로 리그가 중단됐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14승 22패, 승점 44로 6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이번 시즌은 고희진 감독에게 ‘희로애락’을 선사해 준 한 해였다.

고 감독은 “성적표가 좋지 않았기에 무슨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라며 “삼성화재 옷을 입고 있으면 무적, 최강 인식을 많이 심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지도 능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라고 털어놨다.
 


지난 3월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고희진 감독은 삼성화재 감독으로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부임 당시 선수들이 선물해 준 넥타이를 오랜만에 메고 왔다. 또한 경기 전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을 푸는 모습을 벤치에서 하염없이 묵묵히 지켜봤다.

고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직감이 들어서 넥타이도 멨다. 버스 타고 경기장을 가는데 마음이 진짜 다르더라. 원래 경기 전에 코트에 일찍 안 나가는데 그날은 달랐다.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려고 하니 마음이 쓰이더라”라고 돌아봤다.

지난 5일, 고희진 감독은 정들었던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짐을 정리하고 떠났다. 고 감독은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만감이 교차했다. 아쉬움, 서운함, 후련함이 들더라. 내 손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을 다 못 본다는 것, 다시 올 수 없다는 마음에 감정이 교차했다. 마지막으로 집사람과 같이 STC를 빠져나오는데 눈물이 흐르더라”라고 했다.

비록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으론 마침표를 찍었지만, 새로운 처음을 위해 도전하려고 한다. 고 감독은 “많은 분들이 젊다고 했다. 나 역시 지도자 인생을 이렇게 끝낼 수 없으니 다시 도전할 거다. 부족함을 느꼈고, 또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걸 느꼈기에 기회가 올 때까지 준비를 해보겠다. 공부도 할 뿐만 아니라 해외 연수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감독으로 2년, 코치 생활까지라면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해 준 선수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고희진 감독은 “부족한 감독이랑 고생했다. 새로운 감독과 잘해서 올 시즌 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다음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끝으로 선수 시절부터 감독까지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고 감독은 “팬들에게 정말 너무나도 과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그것도 다 저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삼성화재에서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아갈 거고, 다시 복귀하는 그날까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_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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